“1:1 협업 프로젝트.
주제는 자유.
외부 인물과 함께 10컷의 시리즈를 구성하고,
전시까지 연결되는 작업이야.”
사진부 부장의 말이 끝나자,
부원들 사이에 잔잔한 술렁임이 흘렀다.
누굴 모델로 쓰냐, 콘셉트는 뭐로 가냐—
다들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 순간.
쿵.
사진부실 문이 열렸다.
잠시 정적.
그리고—
땀에 젖은 펜싱복 차림의 정국이
조용히 문턱을 넘어섰다.
“…방해 아니죠?”
정적 속에서 부장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자,
정국은 곧장 말했다.
“모델 지원하러 왔어요.”
그 순간 공기가 확 바뀌었다.
그 애는 사진부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조건은 잘 모르겠는데…
제 파트너는 김여주였으면 좋겠어요.”
여주의 손에 들린 카메라가 살짝 흔들렸다.
렌즈캡을 닫는 소리만 조용히 났다.
—
“진짜 할 거야?”
며칠 후, 사진부 앞 계단.
여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프로젝트.
사람들 다 너만 볼 텐데.”
정국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너였으면 좋겠는 건데.”
“…왜?”
“넌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
다 알고 있잖아.”
여주는 잠시 말을 멈췄다.
정국은 이어서 말했다.
“내가 뭘 찍힐 때 표정이 어떤지,
어떤 구도일 때 진짜 같아 보이는지.
그걸 너만 알고 있더라고.”
“…그건,
내가 많이 찍었으니까 그렇지.”
정국은 웃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말했다.
“아니.
많이 찍었다고 다 아는 건 아니야.
넌,
찍는 동안 계속 나를 보고 있었으니까.”
—
프로젝트 첫 촬영 날.
두 사람은 학교 옥상에서 만났다.
정국은 교복 위에 셔츠 하나를 걸쳤고,
여주는 삼각대 없이 손으로만 찍을 준비를 했다.
“오늘은 콘셉트 없어.
그냥 너.”
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냥 나.”
여주는 숨을 들이쉬고,
셔터를 눌렀다.
찰칵.
그가 웃지도, 포즈도 취하지 않아도
사진은 자꾸 살아 움직였다.
움직임이 아니라,
시선 때문이었다.
정국은 렌즈를 뚫고
그냥 여주만 보고 있었다.
—
촬영이 끝나고,
정국은 물병을 열며 말했다.
“넌 안 찍혀?”
여주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찍는 사람이니까.”
“…그럼 나중에,
내가 너 찍으면 안 돼?”
“왜.”
“나도 한 번쯤,
프레임 밖에서 너를 보고 싶어서.”
여주는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 애는 웃지도 않았고,
장난도 아니었다.
—
며칠 뒤.
민규가 사진부 복도를 지나가다
슬쩍 촬영 중인 두 사람을 바라봤다.
여주가 셔터를 누르고,
정국이 그를 바라보는 장면.
민규는 조용히
자신의 카메라를 꺼내
멀리서 여주를 찍었다.
렌즈를 들고 있는 여주.
자신은 찍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충분히 피사체였다.
에필로그:
사진부 내부 프로젝트 목록에
‘김여주 – 전정국 / 1:1 시리즈’가 등록되던 날.
민규는 조용히 노트북을 열고
프로젝트 참가 신청서를 작성한다.
‘포토그래퍼: 김민규 / 모델: 김여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