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속의 너

7화. 시선이 겹치는 순간, 감정은 흔들린다

사진부 게시판 한쪽.

신규 프로젝트 명단이 붙은 그날.

 

 

김여주의 이름이 두 번 쓰여 있었다.

 

 

  • 김여주 × 전정국

  • 김여주 × 민규

 

 

“이거… 실수야?”

누군가가 물었고,

사진부 부장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냐. 두 개 다 정식 신청서 들어왔어.

정국 쪽은 모델 자격으로,

민규는 내부 프로젝트.”

 

 

모두가 웅성였고,

정국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주는 문서만 가만히 내려다봤다.

자신의 이름 옆에 나란히 붙은 두 사람의 이름.

 

 

정국과, 민규.

셔터 속에 있었던 사람과,

셔터 밖에서 자신을 보고 있던 사람.

 

 

 

 

며칠 전.

민규는 여주에게 조용히 말했다.

 

 

“너,

사람 찍을 때 되게 조용하더라.”

 

 

“…뭐?”

 

 

“그냥,

너한테 찍히는 느낌이 이상해서.”

 

 

“…이상해?”

 

 

 

 

“응.

내가 찍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뭔가가 꺼내지는 기분.”

 

 

여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정확했기 때문에.

 

 

그런 민규가,

이제는 여주를 찍겠다고 한 것이다.

 

 

 

 

촬영 준비 회의 중.

정국은 말이 없었다.

 

 

보통 같으면 먼저 웃기라도 했을 텐데,

그날은 묘하게 말이 적었다.

 

 

민규는 콘셉트 보드를 펴며 말했다.

“나는 ‘관찰자와 대상’이라는 주제로 가고 싶어.

 

 

여주가 찍는 사람이니까,

이번엔 거꾸로… 여주가 찍히는 걸 담고 싶어.”

 

 

여주는 멈칫했다.

정국은 그 순간, 고개를 들었다.

 

 

 

 

“여주가 모델인 거야?”

민규는 정국을 보지 않고 말했다.

 

 

“응.

그동안 계속 찍기만 했잖아.

그것도 너무 잘.

이제 좀 찍혀도 되지 않겠어?”

 

 

정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주는 느꼈다.

정국의 시선이 바뀌었다는 걸.

 

 

관찰자의 시선이 아니라,

지켜보는 사람의 시선으로.

 

 

 

 

촬영 날.

 

 

민규와 여주는 학교 뒤편 오래된 창고 앞에서 마주 섰다.

광이 잘 들어오는 오후 시간.

 

 

 

 

민규는 DSLR을 조용히 들었다.

 

 

“웃지 않아도 돼.”

“포즈도 안 해도 돼.”

“그냥, 거기 있으면 돼.”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메라가 눈앞에 들리고,

셔터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찰칵.

 

 

민규는 집중하는 사람이었다.

렌즈 너머로 여주를 보면서,

무엇을 찾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찰칵.

찰칵.

 

 

 

 

여주는 긴장하지 않았지만,

가슴이 조금씩 뜨거워졌다.

 

 

민규는 마지막 셔터를 누르며 말했다.

“…찍는 동안,

한 번도 렌즈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어.”

 

 

 

 

며칠 후,

정국과 여주는 다음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삼각대 설치 중,

정국이 불쑥 말했다.

 

 

“너,

민규가 널 찍는 거 봤어.”

 

 

여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진,

괜찮더라.”

 

 

여전히 감정을 숨긴 말투였지만,

여주는 들을 수 있었다.

그 안에 깃든 질투 같은 것.

 

 

 

 

정국은 눈을 여주에게 맞췄다.

“…나 지금

처음으로,

너를 찍고 싶어졌어.”

 

 

 

 

에필로그:

사진부 내부 투표로

둘 중 하나의 시리즈만

메인 전시에 올라가게 되었다는 공지.

 

 

정국과 민규,

서로 다른 시선으로 찍힌 여주.

 

 

그리고 그 사이,

자신이 누구의 피사체가 되고 싶은지

여주는 아직 선택하지 못했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