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은 죄가 없다니까?

04 괴물은 싫어

전생은 죄가 없다니까?

4화


 

눈을 떴을 때, 천장은 여전히 낯설었다.

 

“…아.”

 

짧은 숨이 새어나왔다.

몸이 무겁다. 팔을 움직이려 하자 근육이 뒤틀리듯 아팠다.

 

“아가씨!!”

 

곧바로 얼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릴리였다. 눈이 퉁퉁 부은 채, 거의 울다 지친 얼굴로 울먹이며 다가왔다.

 

“아가씨, 정신 드셨어요?! 진짜 깜짝 놀랐잖아요… 또… 또 안 일어나시면 어쩌나 하고…ㅠㅠ”

 

“…얼마나… 잤어?”

 

“반나절이요! 의원님이 마력 과사용이라고… 당분간은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릴리는 말하면서도 지안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릴리.”

 

“네, 네!”

 

“…나… 무서웠어?”

 

릴리는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요! 아니에요! 아가씨는… 아가씨는 저를 보호하려고…!”

 

“그래도...”

 

지안은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위험한 거잖아.”

 

“…아가씨…”

 

“만약, 어제 내가 조금만 판단을 잘못했으면… 웬디는 다쳤을 거고.

아니, 죽었을지도 몰라.”

 

릴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건 아가씨 잘못 아니에요!”

 

“아니야.”

 

지안은 낮게 말했다.

“그게 문제야.

전생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난 기억도 없는데…

몸은 이미,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걸 너무 쉽게 알아버렸어.”

 

"네? 그게 무슨..."

 

 

그 순간—

문이 조용히 열렸다.

 

“…아직 회복 중인데, 말이 많군.”

 

지안은 굳어버렸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공작님…”

릴리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다. 잠시 나가 있어.”

 

“…네.”

 

릴리가 나가고, 문이 닫혔다.

방 안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헨리는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차가운 얼굴이었다.

 

“…몸 상태는 어떤가?”

 

“멀쩡해요.”

 

“거짓말은 여전하군.”

 

“…어차피 믿지도 않으시잖아요.”

 

헨리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침묵이 이상하게 길었다.

 

“…왜 도망치려고 했지.”

 

“…그냥, 바람 쐬러.”

 

“그럴 사람은 아니잖아.”

 

지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제가 여기 있으면, 다들 위험해질까 봐요.”

 

헨리의 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군.”

 

“뭐가요.”

 

“넌—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

지안은 웃었다.

 

“그러니까요.

그래서 더 무서운 거예요.”

 

“…?”

 

“전생의 나는,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선택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사람이잖아요.

근데 지금의 나는… 그게 너무 무서워요.”

 

지안은 손을 바라봤다.

아직도 손끝이 욱신거렸다.

 

“이 손으로, 누군가를 또 다치게 할까 봐.”

 

헨리는 그 손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어제, 피로 얼룩져 있던 그 손

자기 몸을 찢으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피하려 했던 손.

 

“…이상하군.”

 

“…뭐가요.”

 

“기억을 잃고 난 뒤의 넌,

예전 보다 훨씬 위험해 보이는데…”

 

지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면서도.”

헨리는 시선을 들었다.

지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전생의 에르웬보다 훨씬 인간 같아.”

 

“….”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그는 등을 돌렸다.


“오늘부터 외출은 금지다.

마력 제어 훈련도 강화한다.”

 

“…감시하려고요?”

 

“보호라고 말해두지.”

 

문 쪽으로 향하던 헨리가 멈췄다.

“…그리고.”

 

“…?”

 

“어젯밤, 네가 선택한 방향은 기억해 두겠다.”

 

지안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봤다.

헨리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나갔다.

 

 


 

 

문이 닫히자—

지안은 이불을 움켜쥐었다.

 

“…대체, 전생의 나는 뭐였던 걸까.”

 

그 순간,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스쳤다.

 

‘그러게 말이다.’

 

“…리오?”

 

‘사람은 다치면 안 된다고, 그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거든.’

 

“…들어오지 말라며.”

 

‘감시는 계약 사항이라서.’

 

지안은 허탈하게 웃었다.

“…나, 괴물일지도 모르잖아.”

 

리오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

 

‘그래도 어제는,

괴물이라면 하지 않을 선택을 했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의미?’

리오는 천천히 대답했다.

 

‘전생은 죄일지 몰라도,

지금의 선택은… 아직 죄가 아니란 뜻이야.’

 

지안은 눈을 감았다.

“…그래도 무서워.”

 

‘그럼.’

리오는 담담히 말했다.

 

‘도망치지 말고, 살아봐.’

 

“…쉽게 말하네.”

 

‘난 원래 잔인한 역할이거든.’

그의 기척이 서서히 옅어졌다.

 

‘잘 자라, 목지안.’

 

“…에르웬이라고 불러도 돼.”

 

리오는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아니.

지금은… 그 이름이 더 맞아.’

 

방 안에 다시 고요가 내려앉았다.

지안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손을 꽉 쥐며 중얼였다.

 

“이번엔,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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