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전 99패 1승

안 괜찮아도 괜찮아_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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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얘 이제 니꺼 아니야, 건드리지 마"

여주의 손을 마주 잡은 태형을 본 윤기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그 마주 잡은 손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둘의 신경전을 끊기 위해서 여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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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여주

"민윤기. 이제 너는 나에게 그냥 지나간 과거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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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여주야... 너 정말로 나 다 잊었어...?"

애절한 목소리와 간절한 눈빛으로 여주의 마음을 흔들어 보려고 하지만, 여주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싸늘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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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여주

"어. 다 잊었어. 그러니까, 다시는 찾아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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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여주

"내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배려야"

끝까지 차가운 눈빛의 여주를 본 윤기는 그제야 깨달았다. 여주 마음에는 더이상은 내가 없구나, 너무 늦어버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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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한 번만 더 찾아오면 그때는 제가 가만히 안 있습니다"

마지막 태형의 한마디에 윤기는 주먹을 말아쥐었다가 천천히 풀었다. 적어도 지금 여주 옆에 있는 이 사람을 여주를 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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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다시는 안 찾아올게. 마지막으로 악수는 해줄 수 있지?"

곱던 윤기의 하얀 손은 얼마나 험한 일을 했는지, 여기저기 상처로 가득했었다. 그 손을 맞잡은 여주는 하마터면 눈물을 터트릴 뻔했지. 그렇게 부드러웠던 윤기의 손은 거칠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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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동안 고마웠고 또 미안했어. 수백 번 수천 번을 말해도 부족하겠지. 그러니까, 보란 듯이 행복하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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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여주

"알았어. 너도 잘 지내"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들이 맞잡은 손은 떨어졌고, 윤기는 여주를 스쳐 지나가 문을 열고 나갔다. 그 뒤로 겉옷을 챙긴 남주가 나갔다 오겠다고 하고서는 따라 나갔다.

바닥만 응시하고 있는 여주의 고개를 자신에게 돌린 태형은 눈을 마주친다. 여주의 눈에서 눈물이 뺨을 따라서 흘러내려 아래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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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여주

"아, 나 왜 이러지. 오빠 나 진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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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여주

"내 눈물샘이 고장 났나 봐, 눈물이 막 흐르네"

자신의 소매로 눈물을 닦은 여주는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태형을 바라보았다.

여주의 눈가를 손가락으로 쓰윽 쓸어낸 태형은 여주를 천천히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살며시 등에 얹은 손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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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안 괜찮아도 괜찮아. 괜찮은 척하지 말고 울고 싶으면 울어"

따뜻한 손길로 등을 쓸어내리고, 포근한 품에 꼬옥 안고서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하는 태형에 여주는 꾹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여주가 우는 이유는 윤기를 잊지 못해서가 아닌 자신의 손보다 곱던 윤기의 손이 거칠어지고, 상처로 가득해진 것 때문이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그동안 자신의 아픔만 생각한 것 같아서 더 미안하고 아팠다.

만약에 윤기가 한 번만이라도 더 찾아와준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그 날 이후로 윤기는 정말로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