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전 99패 1승
얘 이제 니꺼 아니야_75화



지금은 전남친이랑 전여친인 민윤기와 여주가 친히게 지내면 미친짓이다. 좋게 헤어졌으면 몰라도 그 누구보다 진한 사랑을 하다가 안 좋게 헤어진 이 둘이 친구가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술취해서 다녀간 그 날 뒤로 민윤기는 미안하다면서 술마시고 전화하고, 집을 찾아오고, 바람피운 새끼라도 미운정이 들었는지, 어쩔 수 없이 받아주고는 했었다.

그렇게 한두번 받아주니까, 이제 괜찮아졌다는 듯이 자기 집을 드나들 듯이 윤기는 여주의 집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물론 여주에게 남친이 있는 사실을 알고서도 말이다. 자신이랑 진한 사랑을 한 여주가 다른 사람이랑 사귄다고 해도 둘의 사랑보다는 깊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면 헤어지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서.

나쁜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여주랑 다시 제대로 시작하고 싶었다.



오남주
"윤기형, 또 왔어요?"


민윤기
"어째 내가 오는게 불만인 표정이다?"


오남주
"형은 당연히 좋죠. 근데 여긴 제 집도 아니고 누나 집이니깐"


민윤기
"너희 누나 집이라서 오는 거잖아"


오남주
"형한테는 미안하지만, 이제 여기로 오지 마세요. 형도 잘 알잖아요. 우리 누나한테 만나는 사람있는 거"


민윤기
"나도 알아. 근데 여주가 만난다는 그 사람이랑 오래 안 됐다며. 얼마나 갈지는 모르는 거잖아"


오남주
"형. 누나가 형이랑 만났었던 시절에 물론 행복해 했던 건 사실이에요. 근데, 내가 보기에는 누나는 그때처럼, 생각해보면 그때보다 더 행복해 보여요"


오남주
"그러니까, 이제 우리 누나한테 미련 버리고 형도 좋은 사람 만나세요"


남주의 말에 윤기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지만, 여주를 포기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민윤기
"남주야, 라면 끓여 먹자 우리"


오남주
"아, 형...! 제 말 흘러 듣지 말구요!"


민윤기
"알았다 알았어. 배고프니까, 일단 라면부터 먹자"


만약에 윤기가 여주의 집을 드나드는 걸 태형이 알게 된다면, 큰일 나겠지.


남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한 시간은 흐르기만 하고 여주가 퇴근하고 집에 올 시간이 되었다. 남주가 걱정하는 건, 아직 윤기가 집에 있기 때문.



오남주
"형, 이제 집에 가요"


민윤기
"나 지금 내 쫓는 거야? 서운하다"


오남주
"누나 이제 곧 온다고요"


민윤기
"그럼 여주 얼굴 보고 가면 되겠네"


오남주
"형...!!"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남주의 속. 애속하게도 현관문에서 비밀번호를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주가 퇴근을 하고 온 것이다.



오남주
"아... 미치겠네"


문이 열리고 여주가 들어온다. 태형이와 함께.

그 광경을 본 남주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윤기를 발견한 여주의 미소 짓던 얼굴은 일그러졌다.

전에 여주가 윤기랑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윤기의 사진을 여주의 부서 책상에서 본 적이 있는 태형은 윤기를 단숨에 알아봤다.

여주 눈에서 눈물 흘리게 한 개자식 전남친.

혈압이 오르고 제대로 빡쳤지만, 여주랑 남주도 있으니 최대한 화를 누그렸다.



김태형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죠"


김태형
"제정신이면 뻔뻔하게 여기에 있을 수가 없을 텐데"


민윤기
"아, 그 쪽이 우리 여주 남친이시구나"


'우리 여주' 라는 말이 심히 거슬린다.



민윤기
"민윤기라고 해요. 제가 누군지는 이미 여주한테 들었겠죠?"


오여주
"야, 민윤기. 너 내가 더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했지"



민윤기
"여주야, 우리 이렇게 끝내기에는 그동안 만났던 시간들이 너무 아깝잖아"


여주의 손을 잡으려는 윤기의 손을 쳐낸 태형은 여주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서는 윤기를 향해 말한다.




김태형
"얘 이제 니꺼 아니야, 건드리지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