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속 설탕 2

11화. 수련회(2)

둘째날 점심,

밥을 먹고 이지은을 보러 가기 위해 복도를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작은 체구에 찰랑이는 단발을 한 여자애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단숨에 이지은인 걸 알아채고 그 자리에 서서 두 팔을 벌리니,

나에게로 도도도도 달려온다.

내 품으로 폭 파고들 이지은이 상상되어 입가 가득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데

이지은은 왠지 모르게 울상이다.

나에게 뛰어와서는 폭 안겼는데,

고개를 들지 않는다.

그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로 날 꼭 끌어안고 있었다.

이내 느껴지는 작은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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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지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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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ㅇ..응

그 물기어린 목소리에, 난 단번에 얘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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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왜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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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그게..여주가 쓰러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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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갑자기 쓰러져서 못 일어나...안 그래도 힘들어했는데..또 이렇게 되면 나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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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서여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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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응...

일단 이지은을 진정시키는 게 먼저일 것 같아, 여전히 작게 흐느끼고 있는 등을 조심스레 토닥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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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괜찮아..괜찮아....

효과가 있었는지 울음은 금방 잦아들었고, 작은 딸꾹질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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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괜찮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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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응..고마워 정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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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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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알겠어..

그렇게 이지은은 서여주에게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반 여자애들이 민윤기와 서여주가 사귀는 것에 대해서 말이 많았고, 걔네가 민윤기를 불러서 서여주의 과거에 대해서 직접 말을 꺼낸 모양이다.

그래서 패닉상태에 빠진 서여주가 정신을 잃은 거고.

서여주의 과거가 뭔지는 나도 들은 바가 있기에 대충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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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진쌤한테 말씀 드렸으니까... 여주한테는 내일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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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래..들어가서 쉬어. 서여주 깨어났다고 하면 바로 알려줄게

이지은 image

이지은

고마워 정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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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래

이지은을 방으로 들여보내고 복도를 다시 걷는데, 민윤기를 만났다.

꽤나 혼란스러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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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괜찮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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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니..지금...애가 쓰러졌는데 내가 제정신일리가 없지. 헛소문 퍼뜨린 애들 싹 다 잡아족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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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참아라. 서여주 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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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서여주 옆에 있어. 언제 깨어날 지 모르잖아. 쌤한테 말씀드려놓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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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고맙다. 그럼 나 가볼게

다급한 걸음으로 민윤기가 멀어졌고..

난 복도에 놓인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여자애들 낌새가 심상치 않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서여주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 줄은 몰랐다. 항상 웃고 있어서..

내 잘못이다.

회장임에도... 잘 챙기지 못했다.

그렇게 온갖 죄책감들이 날 휘감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날 꺼내준 건 태형쌤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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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쌤

어이 전정국! 장기자랑 리허설 한다니까 빨리 와라!

난..정말 춤밖에 없는 것 같다. 춤추러 가자는 말 한마디에 잡생각들이 싹 비워지니까.

두시간 뒤면 완벽한 무대가 될 이 강당에서는

지금 약 열 세팀의 장기자랑 리허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 선생님이 같이 하는 건 오직 우리팀 뿐.

장기자랑 상금에 무려 50만원이라는 큰 돈이 걸려 있어서 다들 신경전이 장난 아니다.

2시간 뒤면...여긴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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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기대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