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속 설탕 2
12화. 수련회(3)


"자 다음 무대는, 아!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준비한 무대군요!"

"아, 제가 리허설때 살짝 봤는데,

아~너무 잘생겼어요~"

"물론 저보단 아니지만ㅎ"

에이~~~

"아 나도 알어!!ㅋㅋㅋㅋ"

"바로 보겠습니다, 전정국학생과 김태형 선생님의 무대!"

.

무대를 시작하기 전, 아주 잠시동안의 암전.

그 두근거리는 시간에

미친듯이 뛰는 심장에

몸을 맡겼다.

잠시 이어지던 암전이 끊기고

나의 눈앞에 보인 건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함성이었다.

그리고 너였다.

전정국과 태형쌤의 무대 전, 사회자가 재치있게 그들을 소개하고 일찌감치 터져나오는 환호성.

그 중에 나도 있었다.


이지은
꺄아아아아!!!!!!전정국!!!!!!!!!


이지은
전정국! 전정국! 전정국! 전정국!

모든 조명이 켜지고

무대 위에 선 넌 참 다른 사람 같았다.

좋아보였다.

행복해보였다.

내가 질투가 날 만큼 아주 많이, 행복해보였다.

몸을 쓸어내리고

머리룰 쓸어올리며

유혹적인 표정을 취할때마다

여자아이들의 숨은 저편으로 넘어가는 듯 했고

난 그 모습에 질투를 하면서도

자랑스러웠다.


이지은
헐 봤어봤어?!!! 전정국 방금 웃은거??

지금 옆에 있지 못한 여주와 민윤기에겐 미안하지만...이 순간만큼은 걱정을 잠시 잊어도 괜찮지 않을까.


이지은
꺄아아아ㅏ!!!! 전정국 멋있다!!!!!! 내꺼 잘생겼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대가 끝나고 숨을 고르는 시간까지, 환호성이 이어졌고

사회자가 올라왔다.

"와...이건 미쳤다. 두 분 그냥 내려 보내면 나 욕먹을 것 같아."

"인터뷰 좀 할게요."

"이거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태형쌤
아 이거.. 진쌤이랑 내기했는데 져서 장기자랑 나가는 걸로 벌칙 했는데


태형쌤
정국이가 제 부탁을 들어줬죠.


전정국
쌤이 같이 하자고 했어요.

"크~ 그래서 이렇게 멋진 무대가!!"

"그럼 연습은 어느정도 했어요?"


전정국
노래 정한 건 이주 전 정도인데


전정국
연습은 각자 하고


전정국
여기 와서 쌤이랑 동선 맞추고 했어요.

"...이건 미쳤다. 이건 천재다. 그냥 데뷔 해라!!"


태형쌤
아 예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무대 볼까요잉?

점점 더 길어지려는 인터뷰를

다음 차례 아이들을 배려하려는 듯 적당한 타이밍에 태형쌤이 끊고 내려왔다.

어차피 전 순서의 실력에 압살당해서...호응이 별로 없었다는 게...

"자 이제 대망의 장기자랑 1위 발표!"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딱히 기대는 안했다

매년 하던 대로 한 반에다가 주겠지.

하고 있는데

"전정국 학생과 김태형 선생님 팀!"

"축하드립니다. 올라와주세요!!"

...?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대 위에 올라갔다.

사회자가 쌤과 내게 상금 50만원을 전달했다.

"자, 소감 한마디?"


태형쌤
너가 해. 나 말 잘 못하는 거 알잖아.

그건 아는데...

내가?

내 입 앞으로 부담스럽게 다가온 마이크를 잡아들고 천천히 말했다.


전정국
어...일단 감사합니다.


전정국
처음에 제안 해주시고 같이 무대 서주신 태형쌤,


전정국
고의는 아니시지만 이렇게 되는데 큰 일조를 해주신 진쌤,


진쌤
그래그래 역시 정국인 뭘 좀 알아!


전정국
그리고 가장 많이 응원해준


전정국
이지은.


전정국
진짜 고맙다.


이지은
아 정말 쟤는 진짜 또 왜 저기서 내 이름을...

"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아ㅏ"

"전정국 멋있다! 박력!! 꺄아아ㅏ!!!!"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난 애들에게 떠밀려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안아줘! 안아줘! 안아줘! 안아줘! 뽀뽀해! 뽀뽀해! 뽀뽀해! 뽀뽀해!"


이지은
야 너는 왜 내 이름을 불러가지구!!


전정국
싫어?


이지은
ㅇ..아니


전정국
그럼 이리 와봐

눈부신 조명보다도 더 눈부신 미소에 눈살을 살짝 찌푸리곤 슬금슬금 전정국 앞으로 다가가니,

나를 꽉 껴안는 전정국이었다.


전정국
고마워. 사랑해.

짧은 포옹 뒤에는 전보다 더 큰 함성이 들려왔지만 들리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도 내 귓가를 맴돌고 있는 그 달콤한 두마디가

너무 커서.


이지은
무뚝뚝한 전정국이 이런 말도 할 줄 알아..???


전정국
나 안 무뚝뚝한데.


이지은
뭐래...너 엄청 그랬어!!


전정국
앞으로 너한테는 안그럴거야.


이지은
흥...지켜본다 너..?


태형쌤
얘들아 수고 했고 이제 내려가자


진쌤
야 다들 매점 갔다가 방으로 가라!! 11시에 점호한다!!!

"네엡!"


태형쌤
가자 쌤이 뭐 좀 사줄게


이지은
우와 진짜요??


전정국
오


태형쌤
아 그리고 상금은 정국이 니가 가져라


전정국
아니..그냥 반 나눠서....


태형쌤
에이 내가 학생이랑 똑같이 받으면 어떡하냐?


태형쌤
그냥 오늘 매점에서 니가 쏘고 상금은 너 해라ㅋㅋ


이지은
아 정국이가 쏘는 거야??


전정국
그래 내가 쏜다!

점호를 할 때까지도

발개진 볼은 가시지 않았고

난 자꾸만 전정국이 떠올라

이불을 발로 퍽퍽 차야 했다.


이지은
아 진짜..전정국 안 그런 척 하면서 은근히 능글대는 데 선수야!!

별이 가득 떠 쏟아질 것 같은 그런 밤.

열띈 공기는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가셨다고 한다.


전정국
이지은, 고마워. 사랑해.


이지은
아 진짜!! 왜 자꾸 생각나는 건데에...


이지은
잠을 못자겠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