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래]_천사가 인간을 사랑했다
과거: 지훈&리아(2)



이지훈
"그것보다 처음 보는 분인데 어디서 오셨어요?"


리아
"으음.. 그건 말하기 약간 곤란해"


이지훈
"아, 그렇군요.."

몇 마디가 오가고 대화가 끊기자 그나마 어색한 공기를 막고 있던 벽이 사라졌다

어색함이 공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름 모르는 저 사람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지훈
"거기서 뭐하고 계셨어요?"


리아
"노래 들었지?"

뭐지, 왜 질문에 질문하는 듯한 억양으로 대답할까


리아
"근데 넌 여기 자주 와?"


이지훈
"네, 그래도 종종 시간 나면 와요"


리아
"그래? 나돈데"

그녀는 바위에 앉았다


리아
"넌 이름이 뭐야?"


이지훈
"이지훈이요"


리아
"난 리아야, 나 혼자 반말하면 이상하니까 너도 말 놔"

리아? 이름 참 특이하네


이지훈
"어..응"


리아
"지훈아, 넌 여기 왜 올라온 거야?"


이지훈
"저기가 내가 사는 마을인데, 난 저기에 끼지 못하거든"

나는 손가락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는 그곳을 가리켰다


리아
"넌 왜 못 끼는데?"


이지훈
"아파서"


리아
"뭐야, 거창한 이유도 아니네"


이지훈
"저기서는 중요한 문제야, 특히 나한테는"


리아
"넌 왜?"


이지훈
"저 마을을 이끄는 사람의 아들이라 아프면 안 돼"


리아
"네가 이끄는 게 아니잖아"


이지훈
"그래도, 후계자 중 한 명이니까"


리아
"음? 한 명 더 있어?"


이지훈
"응, 형 하나 있어"


리아
"네가 봤을 땐 누가 뒤를 이을 것 같아?"


이지훈
"당연히 형이겠지"


이지훈
"아버지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거든"

이 말을 꺼내고 나에게 놀랐다

지금까지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이 없는 이 말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해버렸다


리아
"그럼 너는 아파도 상관없지 않아?"


이지훈
"아니, 난 아프면 안 돼. 전쟁을 막은 걸 기념하는 저 축제의 진짜 주인공은 나거든"


리아
"응? 주인공이 왜 여깄어"


이지훈
"전쟁을 막게 하는 조건을 낸 건 나지만, 사람들은 형이 한 줄 알아"


리아
"사실이 아니면 사람들한테 말을 해야지"


이지훈
"말을 해도 어차피 아무도 안 믿어, 그리고 지금 내가 살아있을 수 있는 것도 형이 부탁해서야"


이지훈
"만약 사람들한테 말하면 난 죽어"


리아
"뭐 그런 게 있어.,"

처음 누군가에게 꺼내는 이 얘기를 그녀는 감정을 느끼며 들어줬다

무미건조하게 듣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설움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다 털어놨다

말을 많이 해서 기침이 나기도 했지만 그녀는 다 기다려주고 이해했다


이지훈
"아, 내가 너무 내 얘기만 했나"


리아
"괜찮아, 나 얘기 듣는 거 좋아해"


이지훈
"넌 하고 싶은 말 없어?"


리아
"딱히, 특별한 게 없어서"

얘기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기에 비밀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없어도 함께 있고 대화하면 마음이 편했다

나는 시간이 나면 그곳에 올라갔고, 그녀는 없는 날도 있었지만 있는 날이 더 많았다

리아도 그곳에 오는 날이면 나를 기다린다고 했다

우리는 날이 갈수록 가까워졌다

나에게는 유일한 대화 상대였고 그녀에게 나는 뭔지 모르지만 소중한 존재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