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상의 약속

# 제 7 장 - 내겐 상처였기에 감추고 싶어서(2)

종인 시점 (2년 전, 그 날을 말해 주는 종인의 이야기)

그러니까, 그날은 유독 흐렸던 거 같다. 미국에 본사를 차리신 부모님 때문에, 어릴때 부터 미국에서 살았다.

그날은 내가 17번째 생일을 맞았다. 친구들과 놀기보다는 혼자 자유롭게 길거리를 돌아다녔고, 왠일인지 평소 잘 가지않던 길골목이 눈에 띄였다.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까 기대와 설렘, 두려움이 섞였다. 그리고 이내 마음 먹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골목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점점 발걸음을 한 발씩 내딛었고, 중간쯤 걸었나- 비명소리가 들렸다. 찢어지는 고음의 비명소리라기 보단, 고통에 울부짖는 악에 받친 비명소리였다.

겁대가리 없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갔다. 있던 곳에서 조금 더 걸어가자,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 땅에 주저 앉은 채로 무릎을 부여잡고 우는 사람이 내 눈에 보였다.

괜찮으세요?

?? image

??

...

날 빤히 쳐다보던 그 사람은 도와달라고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영어도 아닌, 한국어로.

한국인.. 뭐야, 괜찮으세요? 어디 아파요?

아프냐는 내 말에 고개를 좌우로 저어보였다. 아픈 건 아니고, 제 가슴을 부여 잡으며 엉엉 우는 모습에 나까지 답답한 기분이였다.

몇 분을 대성통곡하며 울었나, 점차 그치고는 내 말에 대답해 주는 그녀였다.

한국인 맞죠?

?? image

??

맞아요. 그러는 그쪽도, 한국인?

네.

?? image

??

...맨날 들었던 한국언데, 타국에서 듣는게 뭐라고 반갑네..

몇 살이에요?

?? image

??

열일곱 살이에요.

뭐야- 나랑 동갑이네. 난 김종인인데, 너는?

?? image

??

...

이현 image

이현

김이현.

이름 예쁘네. 반가워. 한국인 만나서 반갑다며 친하게 지내자.

날 경계하는 듯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핸드폰을 달라는 내 말에 후드티 주머니에서 제 폰을 꺼내 내게 건내는 김이현이였다. 내 번호를 친히 찍어주고 다시 돌려주며 말을 덧붙였다.

힘들때 전화 해. 우는 거 보니까 나까지 다 아프더라. 지금 당장 물어보진 않을게. 나중에 전화해. 언제라도 들어줄 게.

고맙다는 김이현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어온 골목을 돌아나갔다.

김이현은 점차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 그럴때면 난 줄곧 잠자코 김이현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일 년 반 개월 정도 지났던가,

카페에 있다며 날 불러낸 김이현은 곧 갈 거라는 말과 함께 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현 image

이현

나 곧 한국 가. 그러니까 잘 들어줘. 내가 너랑 처음 만난 그날 왜 그렇게 울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다음 편은 이현 시점으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