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상의 약속
# 제 8 장 - 내겐 상처였기에 감추고 싶어서(3)



이현
나 곧 가니까, 잘 들어 줘.

그날은 시합을 본 후,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사람이 꽤 있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날은 컨디션이 좋았고, 시합 결과까지 좋아 더욱 하이텐션이였다. 콧 노래가 절로 나왔고 모든 게 좋아보였다. 곧 있을 재앙을 생각치도 못 한 채.

사람도 많았고, 상가 불빛 때문에 밝기도 밝았다.

그런데, 하필 나의 집으로 가야하는 길은 골목과 비슷했고 그날따라 사람이 없었다. 내 아무리 운동했다고 한들, 어두운 밤 골목을 지나고 사람이 없는데 무섭지 아니할까. 걸음을 재촉했다.

골목만 지나면 큰 길가고, 큰 길가 횡단보도를 건너기만 하면 내 집이다. 그랬기에 난 걸음을 빨리해 골목을 빠져나가려 했다.

골목의 끝이 보이고, 큰 길가로 돌아나가려는 순간, 머리채가 잡혀 질질 끌려갔다. 사람은 없었다. 내가 빠져나왔던 골목에 다시 들어갔다.

내가 반항을 하니까 하나씩 품고있던 각목과 쇠 막대기로 날 위협했다. 운동을 했다 한들, 두 명의 건장한 성인 남성을 힘으로 이길 순 없었다.

반항을 하자 난 머리채가 잡힌 상태로 뺨과 복부가 발로 차였다. 각목으로 내 어깨는 내리쳐졌고, 쇠 막대기로 무릎을 강타당했다.

한 쪽 다리 자체가 병×이 되어버렸다. 무릎은 두 차레 정도 쇠 막대로 내리쳐졌고, 발목은 한 남성에게 밟혀 으스러졌다. 누군가 시키기라도 한 듯 내 다리를 망가트리고 나서, 그들은 유유히 사라졌다.

이런, 어이없는 일이 순식간에 내게 다가오자 절망에 빠졌다. 우선, 내가 좋아하던 운동을 못 하게 되었다. 내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죽고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촌 오빠(종대)에게 전화하고, 병원으로 급히 이송된 난 무릎과 발목 수술을 시작했다. 몇 개월 동안 보호대를 차고 다녔다. 기계에 의존해 살아야한다는 게 내게 크나큰 좌절감으로 다가왔다.

부모님은 우울해하는 날 보고 미국에 보내기로 하셨다. 재활 치료만 미친듯이 죽을듯이 받고오자는 심산으로 난 짐을 쌌다. 재활 치료는 생각 보다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다.

일 주일 간, 김종인과 처음 만난 그 골목에서 울부짖었다. 김종인은 미친듯이 우는 날 기다렸고, 힘들때 연락하라며 선의까지 배풀었다.

김종인의 조언과 격려 등으로 인해 우울했던 난 점차 나아질 수 있었다. 기적적으로 난 보호대 없이 걷는 거 부터 점프, 그리고 달리기 까지 가능해 지자 한국으로 갈 날짜를 잡았다.

치료사님도 기적이라며 놀라워 하셨다. 그리고 오로지 내게 하신 말 씀은 이것 뿐 이였다.

''네가 정신력이 대단했어, 운동하던 아이라 그런지 근육쓰는 법을 바로 배워서, 또 넌 어리니까-'' 이 말씀을 끝으로 난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그리고, 김종인에게도 내 모든 걸 말 했다.


종인
그래서, 언제 가는데?


이현
다음 주 수요일- 가기 전 까지 너 안 볼 거야. 나 치료 끝까지 받을 수 있었던 건- 네 덕이 컸어


종인
말로만?


이현
아니, 정말 고마웠어.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종인
한국 갈 일 생기면, 연락할 게.


이현
그래.

서로는 곧 있을 작별 인사를 나누고, 공항에서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보지 않았다.

5개월 동안 이현은 조금 더 재활 치료를 받았고, 검정고시를 보고, 고등학교 전학 준비에 바빴다.

어쩌다 보니 번호까지 바뀌어 버렸고, 서로 연락이 닿지 않은채, 이현은 고마운 추억과, 종인은 그리운 추억만으로 남았었다.

(현재)


종인
그냥, 이게 다야.


이현
나한테는 상처라서, 감추기만 했었어. 그걸 드러내도 된다고 해준 게 김종인이고.


찬열
..미안, 저번에 멋대로 굴었던 거


이현
그건, 화해했잖아. 사실, 너랑은 진짜 엮이지 않았으면 했어. 근데, 이젠 아니야.


찬열
진짜?


이현
어- 너, 김종인 친구라며.


종인
박찬열 어지간히 신뢰도 0이였나 보다. 나로 인해 신뢰도 쌓을 정도면-


찬열
그런가..

이현은 속 시원한듯 웃어보였고, 찬열과 종인도 이현의 미소에 덩다라 웃어보였다.

이현의 미소에 찬열은 순간적으로 익숙치 않은 떨림에,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이질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