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화(감춰진 이야기)
토끼의 신부


옛날 어느 곳에 어머니와 딸이 살았다

그녀들은 집에 작은 텃밭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
올해도 양배추가 싱싱하게 잘 자랐구나


딸
그러게요

어느날 토끼 두 마리가 텃밭에 들어와 양배추를 훔쳐먹기 시작했다.

토끼들을 본 어머니는 딸에게 말했다

어머니
우리가 정성스레 키운 양배추들을 저 토끼들이 망치는구나. 어서 저 토끼들을 내쫓아라

딸은 어머니의 말을 듣고 토끼들을 내보내려 텃밭으로 향했다


딸
토끼들아, 이것들은 먹으면 안돼, 나가주렴.

하지만 토끼들은 도망가기는 커녕 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딸은 토끼들의 빨간 눈동자를 보고 홀린 듯이 말했다


딸
어쩜... 예쁜 눈동자를 가지고 있구나

딸을 빤히 처다보던 토끼든은 곧 텃밭을 떠났다

하지만 토끼들은 다음 날에도 찾아왔다

어머니는 딸에게 빗자루를 쥐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어서 저 도둑 토끼들을 빗자루로 흠씬 두들겨 패주거라

어머니
녀석들이 다시는 양배추를 훔쳐 먹지 못하게 말이야


딸
어떻게 저리 예쁜 토끼들을 때리라고 할 수 있으세요! 전 그럴 수 없어요

어머니
동물들은 매를 들어야 말을 듣는 것 모르니?! 네가 아무리 좋게 타일러도 네 말을 듣지 않을거야

딸은 돌아서며 말했다


딸
제가 알아서 돌려보낼게요

어머니
흥! 동물들은 두드려 패야 말을 듣는다고!

딸은 토끼들에게 다가갔다


딸
토끼들아.

토끼들은 다가오는 딸을 보고 도망가지 않고 빤히 쳐다본 후 돌아갔다

어머니
이 도둑놈들! 다시는 우리 양배추를 못 훔쳐 먹게 해주마!

어머니는 토끼 중 한 마리를 마구 후려쳤다


딸
꺄악! 그만 하세요!!

빗자루로 두들겨 맞은 토끼는 머리가 터지고 온몸이 부서져 죽어버렸다

어머니
흥, 도망친 놈은 무서워서 얼씬도 못 하겠지?


딸
아아... 불쌍한 토끼... 흑...

도망친 토끼는 멀리서 이 장면을 지켜 보았다.

오지 않을 줄 알았던 토끼가 다음날에도 찾아왔다.

어머니
저 미친 토끼가 또 찾아왔군! 이번에야 말로 때려 죽여주지!


딸
그만하세요! 그냥 힘없는 토끼일 뿐이예요, 제가 알아서 돌려보내겠어요.

어머니
아이고, 이 어리석은 것아.

시간이 지난 후 집안일을 마친 어머니는 들어오지 않는 딸을 찾았다

어머니
얘는 왜 아직도 집에 안 들어와?


딸
우적- 우적-

눈에 힘이 풀린 채로 양배추를 마구 씹어먹는 딸.

어머니
꺄악! 지금 뭐하는 거니?!


딸
...왜 그러셨어요, 왜 힘없는 토끼를 죽이셨어요? 대체 왜 그러셨어요.


딸
이 토끼도 죽이실 건가요? 왜 힘없는 동물을 죽이려 하세요...?

어머니
얘야... 정신 차리렴-

어머니는 딸의 옆에 토끼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빗자루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어머니
이 재수없는 토끼 녀석! 내 딸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토끼는 빗자루를 피해 숲으로 도망쳤다.

어머니
이런... 도망쳐 버리다니!


딸
헉...헉...헉...

힘겹게 숨을 쉬며 주저 앉은 딸.

다음날 늦은 밤 이상한 소리에 딸은 잠을 깼다.


딸
이게 무슨 소리지...?

딸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고 텃밭에서 토끼를 발견했다.


딸
토끼야, 왜 여기서 혼자 울고있니?

토끼는 딸의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숲속으로 뛰어갔다

딸은 토끼를 보고 홀린 듯이 따라갔다

토끼는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록 사람과 비슷하게 변했다

한참을 가던 토끼는 뒤돌아 딸을 쳐다보며 말했다.


토끼
절 따라 오셨군요?


딸
말을 할 줄 아는 구나? 어제는 미안해, 짝을 잃어 슬프겠구나.


토끼
네, 전 매우 슬프답니다, 제 짝은 저와 결혼 한지 하루 밖에 안된 새신부였거든요.


딸
저런...미안하다 토끼야...


토끼
전 너무나 슬퍼서 오늘 밤 혼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토끼
저의 집으로 함께가 오늘밤 만 함께 있어주실 수 있나요?


딸
그래, 가여운 토끼야... 너의 슬픔을 달랠 수 있다면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단다


토끼
(씨익) 아... 정말요?

딸은 토끼를 따라 토끼가 사는 토끼굴에 도착했다.


딸
여기가 너의 집인가 보구나

딸은 토끼를 껴안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토끼굴에는 딸 뿐이었다.


딸
으... 여기가 어디지?

딸은 불안한 마음에 집을 향해 달렸다


딸
이쪽이 우리집 방향일 거야...

한참 숲속을 헤매던 딸은 집에 도착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따라가 보니 양배추 밭에 빨간 눈의 토끼가 있었다.


딸
어머, 토끼가 또 왔네...

그 순간 토끼가 딸을 바라보더니 꿈틀거리며 인간의 형태로 바뀌었다.

그는 배추 밭 중간에 서서 딸을 보았다.

머리를 파먹혀 쓰러진 딸의 어머니와 함께...


토끼
(씨익...)

마음 약한 딸을 홀려 숲으로 유인하고 신부를 죽인 그녀를 찾아가 신부의 복수를 한 토끼 이야기.

토끼의 신부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