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화(감춰진 이야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구두장수가 살고 있었다.

흉년이 계속되어 덩달아 빵값이 치솟았지만 품삯이 쌌기 때문에 구두장수는 그날 먹을 음식도 부족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입을 것도 제대로 살 수 없는 비참한 형편이었다.

방한용외투도 한벌을 가지고 번갈아 가며 아내와 함께 입었는데, 그 외투도 이젠 너무나 오래 입어서 너덜너덜 해졌다.

이것으로는 겨울을 날 수가 없을 것 같아 구두장수 아내는 몰래 모아둔 비상금을 털고, 마을 사람들에게 외상값을 거둬들여 새 외투를 만들 양가죽을 사기로 했다.

구두장수는 마을에서 제일 가는 바보에다가 술꾼이었다.

아내는 제발 사람들과 가죽장사에게 속지 않도록 당부하고, 가죽을 손에 넣을 때까지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주위시킨 후에 남편을 내보냈다.

구두장수는 아내의 셔츠까지 빌려입고 낡은 외투를 걸치고 집에서 나왔다.

하지만 사람들이 변명을 늘어놓거나, 집에 있으면서도 없다고 따돌리거나,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통에 외상값을 일부만을 겨우 받아냈다.

가죽가게에 가서 흥정해 보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가죽장수는 외상은 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구두장수는 단념하고서 추위도 잊을 겸 한잔걸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낮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을 술집에 들어가서 아까 받은 돈으로 술을 마셨다.

추위도 잊고 좋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도던 구두장수는 예배당 앞을 지나칠때 벌거벗은 채 웅크리고 있는 물체를 보았다.

걷다가 쓰러진 모양인데 아직 젊고 수려한 용모의 남자였다.

하얀 피부에는 상처하나 티끌하나도 없었다.

구두장수 image

구두장수

이봐. 보아하니 자네는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니로군. 어디에서왔나?

젊은 남자는 난처한 듯한 얼굴로 하늘을 가리켰다.

구두장수 image

구두장수

그런가. 하늘나라에서 왔단말이지. 그러면 천사로군. 그런데 왜 벌거벗은채 있는건가?

젊은 남자 / 천사 image

젊은 남자 / 천사

그 이유는 말 할 수 없습니다.

구두장수 image

구두장수

그럼 할 수없지. 내 옷을 빌려주겠네.

구두장수 image

구두장수

나는 한잔했더니 조금도 춥지않군. 추우면 자네도 한잔 마시게나.

구두장수 image

구두장수

자 그럼 둘이서 마셔볼까.

그리고 나서 구두장수는 젊은 남자를 데리고 술집으로 되돌아가서 있는 돈을 모두 털어서 잔뜩 마셨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아내가 건네 준 비상금도 다 써버린 뒤였다.

그리고 남자를 데리고 자신은 벌거벗다시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내는 몹시 화가나서 술에 취한 두사람을 집 밖으로 내쫓으려고 했다.

하지만 젊은 남자와 문득 눈이 마주쳤을때, 남자는 그 수려한 얼굴에 뭐라 말할 수 없는 매력적인 미소를 띄웠다.

그 순간 아내는 젊은 남자에게 완전히 매혹되었다.

아내 image

아내

좋아요. 좋아. 이 사람은 당신이 말한대로 천사일지도 모르죠.

아내 image

아내

이봐요.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하늘에서 쫓겨난 거죠?

젊은 남자 / 천사 image

젊은 남자 / 천사

그 점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젊은 남자 / 천사 image

젊은 남자 / 천사

그저 대강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구두장수 부부는 그것으로 완전히 믿고 젊은 남자를 천사라고 단정지었다.

구두장수의 집에 하늘에서 내려온 젊은 남자 천사가 머무르고 있다는 소문은 금새 온 마을에 퍼졌다.

마을 사람들, 특히 남자를 좋아하는 아가씨들이 젊은 남자 천사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

구두장수의 아내는 기분이 언짢았다.

아가씨들도 천사가 누더기를 두르고 무릎을 감싼 채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자 실망을 했다.

아내 image

아내

잘생긴 남자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않는 게으름뱅이 같잖아.

아내 image

아내

날개가 없으니 진짜 천사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없고.

쓸모없는 게으름뱅이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천사는 먹는 일 밖에는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구두장수가 일을 가르쳐주려고 해도 손재주가 없어 좀처럼 익히지 못하고 고작 어린아이와 함께 노는것이 유일한 일이자 즐거움 이었다.

천사는 구두장수집에 식객노릇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그래도 구두장수 부부가 불평을 하지않았던 것은 천사가 온 이후로 조금씩 경기가 좋아져서 구두주문도 들고, 덕분에 언젠가 사려다가 못산 양가죽 외투도 사게되었다.

그리고 소금에 절인 고기를 먹을 만한 여유도 생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천사는 조심스러워서 그러는지 음식을 조금 밖에 먹지않는 편이었는데, 그래도 부잣집의 젊은 주인 마냥 살이 뒤룩뒤룩 쪘다.

어느날 진짜로 마을의 부잣집 주인이 찾아왔다.

그는 살찐 천사따위와는 비교도 되지않을 만큼 당당한 비만체의 소유자로, 본적도 없는 훌륭한 가죽을 가지고 와서는 멋진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부자

실수했다가는 용서하지 않겠다.

부자가 거만을 떨고 돌아간뒤, 천사는 전례없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기분이 좋아보였다.

구두장수의 아내가 그 이유를 물어보자 천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젊은 남자 / 천사 image

젊은 남자 / 천사

그 남자는 주문한 구두를 신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갈 것입니다.

젊은 남자 / 천사 image

젊은 남자 / 천사

아까 그 남자위에 내 동료천사가 서있었거든요.

젊은 남자 / 천사 image

젊은 남자 / 천사

그러니까 주문한 장화는 그만두고 저승가는 길에 신고갈 구두를 만들어 두는게 좋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을때 그 부자의 하인들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와서 부자주인이 갑자기 죽었으니 빨리 죽은 사람이 신을 구두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부인은 너무나 기뻐서 과연 천사는 대단하구나, 멍청한 남편과는 역시 다르다고 생각했다.

천사도 부인의 경찬하는 듯한 눈길이 그리 싫지는 않았는지 갑자기 입을 가벼워져서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자신은 어떤 잘못을 저질러 날개를 빼앗기고 벌거벗은 채로 지상에 던져 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인간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는 무엇이 없는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세가지 질문이 주어졌고,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때 까지는 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구두장수 image

구두장수

인간에게는 무엇이 있는걸까?

구두장수가 물었다.

젊은 남자 / 천사 image

젊은 남자 / 천사

사랑이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처음에 나를 내쫓으려고 했지만, 사랑에 눈을 떠 처음에 지어보이던 죽을 상도 사라졌습니다.

젊은 남자 / 천사 image

젊은 남자 / 천사

인간에게 없는것은 미래를 아는것, 특히 자신의 죽음을 아는 힘입니다.

젊은 남자 / 천사 image

젊은 남자 / 천사

나머지 하나는 유감스럽게도 아직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일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방일대가 대 기근에 시달리게 되었다.

구두장수는 말할것도 없고 마을 사람들도 먹을게 없어서 결국에는 봄에 뿌릴 씨부터 쥐, 지렁이 같은 것까지 먹어치웠다.

그래도 굶어 죽는사람이 속출했다.

마침내 무서운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것은 굶주린과 질병으로 쓰러진 사람을 먹는 흉칙한 일이었다.

인간은 우선 소나 양 같은 가축을 잡아먹고, 그리고 나서 개나 고양이, 마지막으로 죽은 사람을 먹어치웠다.

그러나 죽은 사람마저도 바닥이 나서 살아있는 사람을 죽여서 먹을 것을 마련하게 되었다.

우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병자, 다음에는 노인이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남자, 어린이, 마지막으로 어린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여자의 순서로 인간이 인간 뱃속으로 들어갔다.

천사는 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자 구두장수는 갑자기 이런말을 했다.

구두장수 image

구두장수

자네는 오랫동안 식객노릇을 하면서 배불리 얻어먹어 통통하게 살이 찌게 되었네, 그려.

구두장수 image

구두장수

그 보답을 충분히 히지않으면 아마 자네는 하나님에게 꾸중을 듣게 될걸세.

부인도 집념에 사로잡힌 눈을 이글거리며 천사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아내 image

아내

그렇고 말고요. 당신은 인간은 인간의 고기에 의해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건 정답이 아니예요!

아내 image

아내

당신도 잘 알고 있듯이 인간은 신에 의해 살아가는거예요. 천사란 하나님의 고기로 만들어진 동물이죠?

아내 image

아내

하나님은 인간이 굶주리고 있을때 자기의 고기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지요.

천사는 당황해서 말했다.

젊은 남자 / 천사 image

젊은 남자 / 천사

부인에게 충분히 답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내 image

아내

남편 앞에서 평판 안좋은 이야기를 하다니..!

부인은 낭패해하면서 외쳤지만 멍청한 남편은그런건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구두장수 image

구두장수

내게는 아직 아무런 보답도 없네.

구두장수가 말했다.

구두장수 image

구두장수

마을에서는 자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네. 이대로 천국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고.

젊은 남자 / 천사 image

젊은 남자 / 천사

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좋은 식량이 되어줘야겠어."

젊은 남자 / 천사 image

젊은 남자 / 천사

네..?

어느새 구두장수의 집 주위에는 마을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어 이빨을 드러내고 침을 흘리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문은 소문을 낳아 천사고기에는 불로장생의 약효가 있다는 둥, 한번 먹으면 언제까지나 배가 고프지않다는 둥 여러가지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드디어 굶주린 마을 사람들이 집안으로 밀려 들어와 천사를 붙잡아 냄비속에 집어 넣었다.

끊여도 끊여도 천사의 몸은 으스러 지지않았다.

누군가의 제안에 따라 십자가를 함께 넣어서 끊이자 천사는 겨우 으스러져서 천사스프가 되었다.

그것을 먹은 사람들은 바보 구두장수를 필두로 살아있는 것을 잊을 만큼 오래오래 살았다고 한다.

각 개인의 욕심으로, 욕망으로 모두 망가져 버린 세상.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