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Day-10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두 사람의 동시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갔다. 부산의 지사는 본사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두달의 시간동안 정을 붙이기엔 딱 좋았다


휴대폰을 가끔 껐다 켜보고

음악차트도 들어가봤다가



김여주
‘잘 지내나보다. 정말 다행이야.’


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일에 집중한다

이 일들이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전정국
“형. 밥 먹으러가자.”


박지민
“(속닥-) 야.. 형이 얼마나 심란하겠어..!”


전정국
“아.. 형 미ㅇ..”


달칵-



민윤기
“가자. 밥 뭐 먹지.”


김남준
“형..?”


민윤기
“배고파 인마.”


이 사람을 기다리기로 했다

부담감을 안겨주기보다

그 사람을 믿고 기다리기로



민윤기
‘내가 인내심이 없긴 하지만.’


괜히 웃음이 났다

네가 떠올라서

창가에 내려앉은 눈이 예뻐서

그래서 웃음이 났다



김여주
“(피식-) 꽃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김여주
“남준씨도 센스가 참 넘치는 사람이야.”


김여주
“밀짚꽃 좋아하는 꽃인데..”


괜시리 웃음이 났다

한 겨울에 붉어진 두 손으로 밀짚꽃을 건네던 당신이 생각나서

그 꽃을 좋아한 나에게 항상 꽃을 주던 당신이 생각나서

당신의 밝은 웃음이 생각나서

그래서 웃음이 났다


김여주
“그러게 오랜만이다.”


겨울 휴가 기간동안 서울에 올라왔다

부모님이 뵙고싶어서

친구들이 보고싶어서

혹시나

당신을 볼 수 있을까 해서


“부산은 살만 해?”


김여주
“응. 살만 해.”


김여주
“바다도 시원하고.. 겨울바다가 특히 예쁘잖아.”


따듯한 커피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카페를 가득 메우는 짙은 커피 향에서 당신을 봤다

더우나, 추우나 항상 차가운 커피를 달고 살았던 당신

감기도 자주 걸렸었는데

요즘은 아프진 않겠지

친구를 만나도 당신을 잊을 수 없었다

정작 너를 잊어야하는 건

나였나보다


민윤기
“야이씨 밥 먹을때는 일 얘기 좀!”


정호석
“아니 형.”


민윤기
“그거 말고도 다른 비트도 있어.”


민윤기
“일단 밥 먹고 하자. 응?”


박지민
“밥 먹고 커피는 제가 삽니다!”


커피보다 따듯한 차를 좋아했었다

또 다른 건 뭘 좋아했더라

자세한 기억 또한 기다려봐야겠다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더욱 너의 색이 선명해진다

점점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김여주
“…”


김여주
“..보고싶어..”


김여주
“보고싶어..”


김여주
“보고싶어.. 민윤기..”


김여주
“민윤기..”


그 사람의 이름 세글자만 떠올랐다

오랜만에 알콜의 힘을 빌려

당신을 잊어보려했건만

왜 더 짙어지는거야..


보고싶어 미치겠어

지금 당장 끌어안고

당신이 너무 그립다고

아직도 당신이 너무 좋다고



김여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전정국
“으아.. 오늘은 여기까지?”


민윤기
“(피식-) 여기까지!”


박지민
“우와아아!!!”


띠링-



민윤기
“내거냐?”


정호석
“그런 거 같은데?”


민윤기
“문자 올 사람 없는데..?”




민윤기
“어..?”


김남준
“왜..? 누군데..”


가봐야한다

지금 당장 가야해



민윤기
“간다.”


전정국
“형 어디가?!”


민윤기
“지금 가장 보고싶은 사람.”


김남준
“형.”


민윤기
“더이상, 나 상처 안받을거야.”


민윤기
“나 지금껏 잘해왔잖아.”


민윤기
“(씨익-) 이제 서로를 믿으면 돼.”

오전 2:08

김여주
“..민윤기..”


김여주
“..보,끅고시,퍼허..”


김여주
“나히끅,좀흐끅,사랑해주,라..”


“추운데 여기서 뭐해.”


김여주
“(휙-) 민,윤기이..”


민윤기
“여기 앉아서 뭐해.”


김여주
“윤,기야끅,흐으,윤기..민윤기..”


민윤기
“응. 나 여기있어.”


달깍-



민윤기
“일단 이거 좀 마시자.”


김여주
“(끄덕..)”



민윤기
“여주야. 보고싶었어.”


차가운 겨울 바람과 달리

그의 품은 따듯했다

아늑하고 좋았으며

참으로 그리웠다



김여주
“기억,기억은..”


민윤기
“눈이 예뻐서.”


민윤기
“이제 다 기억났어.”


민윤기
“많이 보고ㅅ..”

“좋아해.”


김여주
“아니, 사랑,해..”


민윤기
“…”


김여주
“내,가끅..너무흐끅,모질어,서..”


김여주
“다..히끅,다.. 알면서,도..”


김여주
“내,가흐끅,내가..당신,에게는.. 암흑이였,나봐..”


민윤기
“여주야.”


민윤기
“아무 기억도 없던, 백지상태의 나에게.”


민윤기
“넌 여러 색으로 다가와줬어.”


민윤기
“이제 와서 깨달았지만..”


민윤기
“그 수많은 색을 모아보니.”

“결국 검정색이였어.”


민윤기
“그 모든 기억들이 나에겐 너 자체였던거야.”


천천히 옆에 앉은 윤기를 바라보는 여주



민윤기
“내 곁을 지켜주던 수 많은 사람들의.”

‘형.. 이게 어떻게된거에요..’


민윤기
“우정을.”

‘형! 늦게와서 미안해요!!’

‘윤기씨와 남준이의 음악..’


민윤기
“애정을.”

‘안녕하세요. 윤기씨 지인, 김여주라고해요.’


민윤기
“사랑을.”



민윤기
“이 모든 감정들을, 내 이기심에 아프게 만들었어.”


민윤기
“누군가에겐..”

‘이제 나한테도 얘기해줄때도 되지 않았어요?!’

‘도대체 왜 그러는건데!’


민윤기
“우정에 대한 진실함을 져버렸고.”

‘형. 이것 좀 먹어봐요.’

‘윤기씨.. 아프다고 들었어요..’


민윤기
“누군가에겐 애정에 대한 친절을 뿌리쳤으며.”

‘이정도 기다리면.. 이만큼 이해하면.. 오빠도 날 이해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민윤기
“누군가에겐 사랑에 대한 아픔을 줬어.”


김여주
“아냐.. 내가..”


민윤기
“(싱긋-) 여주야.”


민윤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던거야.”


민윤기
“그게 무슨 형태의 사랑이던.”


민윤기
“이건 사랑이 아니였어.”


김여주
“흐끅,흐으..히끅,끅..”


민윤기
“새로운 기억을.”


민윤기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준 너에게.”


민윤기
“그 기억 속 사람들에게.”

“다시 따듯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민윤기
“그런 소중한 기회를 얻고싶어.”


김여주
“흐,끅..끅,흐으..”


민윤기
“그러니까 여주야.”

“우리 내일부터 연인으로 볼까.”


2009년 2월 21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이였음을

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