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Day-2 : 희극과 비극 그 사이

“죄송합니다.”

“현재 환자분 상태는 심각한 뇌손상으로 인한”

“기억소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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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아니야.. 아니죠 형.. 형 나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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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남준씨는 무너졌다

19살에 만나 8년동안 함께했던 사람

친구이자 형

유일한 내편이자

가족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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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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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

“환자분 상태로는 자기 이름, 나이, 취미나 습관.”

“자신에 대한 일부분의 기억만 가지고 있을겁니다.”

“대화 많이 하셔서.. 기억에 대해 도움을 주세요.”

드르륵-

의사는 그렇게 병실을 빠져나갔다

절망을 안겨준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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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남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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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이거 꿈이죠.. 이거 아니잖아.. 이러면 안되는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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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밖에서 조금 진정시키다 오세요.. 윤기씨랑 얘기해볼게요..”

천천히 다가갔다

많이 좋아했던 사람

많이 사랑했던 사람

더이상

그러면 안되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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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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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꾸벅..)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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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저.. 기억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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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도리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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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름은요? 나이나..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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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스물..아홉..”

갈리지고 푹 잠긴 목소리였다

2주간 누워만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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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4개월간 이런 모습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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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민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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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또.. 기억 나는 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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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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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커피.. 참 좋아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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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간호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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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아뇨.. 저는 윤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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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라고 해야 적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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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친한 지인.. 김여주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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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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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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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이였던가..’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무뚝뚝하고 관심조차 없어보이던 사람

살풋 웃는 것 조차 없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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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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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ㅁ,물.. 가져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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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꾸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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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까 그 사람은.. 누구에요..? 막 울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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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남준씨도 기억을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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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윤기씨랑.. 제일 가까운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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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윤기씨가 엄청 아끼는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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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동생.. 이름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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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김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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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까 그분 이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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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끄덕끄덕..)”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아픔을 숨긴채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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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조금.. 피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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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2주간 잠만 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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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조금.. 누워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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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싱긋..)”

윤기씨는 금방 잠에 들었다

살기위해

깨어나기 위해 힘을 다 쓴걸까

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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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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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여주씨 형ㅇ..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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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방금..! 잠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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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피곤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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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중얼-) 못잤던 거 몰아 자는 것도 아니고..”

4개월간 잠을 못잤다고 했다

미친 사람처럼 일만 했다고..

나때문일까

아무 기억이 없기에

나에 대한 기억이 조금도 남지않아

편히 쉴 수 있는 듯 했다

저 사람에겐 편안했다

더이상 아파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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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의사가.. 그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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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지나온 것들을 이야기 해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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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기억을 찾아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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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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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참.. 웃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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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8년 같이 산 저보다.. 3년 만난 그쪽이 형을 더 잘 알고 있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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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아무래도.. 형이 저한테 얘기를 안해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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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윤기씨는.. 약해보이는 걸 무서워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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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윤기씨가.. 남준씨한테 어른이고싶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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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둘이 한명은 학생.. 한명은 성인일때 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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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모두 말해주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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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기억을 찾으면 싫어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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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정말 그런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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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그쪽이 더 붙어서 얘기를 많이 하면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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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동생으로써.. 형이 더 아프지 않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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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기억이 없다지만.. 기억을 찾는다면.. 형은 아파할테니까.. 저도.. 둘이 붙어있지 않았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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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퇴근하고.. 조금씩 얘기하는걸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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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염치없지만 남준씨가 윤기씨 옆에 잘 계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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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네.”

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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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형은.. 언제나 불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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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그렇게 보고싶어하더니.. 기억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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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가 어떻게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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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기억을 잃어

그 누구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그 사람

나 때문에 밤잠을 설쳐가며

제 몸을 갉아먹은 그 사람

나에 대한 기억을 잃고

편하게 새 삶을 살았으면 했다

이 일들이 희극인 듯 보였으나

돌이켜보니

나에겐 비극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