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손님

여름손님

본격적으로 진행된 장마를 예견이라도 하듯 하루종일 비 손님은 창문을 두들긴다

창문을 두들기는 빗방울들은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잊어버린 듯 하다

창을 조금 열어 팔끝으로 비를 느꼈다 금방 사그라지는 빗방울처럼 사그라진 기억이 제 존재를 증명이라도 하듯 깨어난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부를 수 있었던 이름은 어느 순간 내게 있어 죄가 되어 나를 짓누른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잊고 지냈던 이름은 나로 하여금 고통만을 남긴다 평소엔 기억도 나지 않았건만 이런 우울한 날에 깨어나 나를 더 깊은 우울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

제발 다시 널 볼수 있다면 다시 널 보고 웃어줄 수 있다면 네가 다시 날 보고 웃어줄 수 있다면 ... 불가능한 걸 잘 알기에 이렇게 마음속으로만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