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잃은 사람
35. 그 뒤 나는


그녀는 마약이었는지

그 뒤 나는 오래된 약물 복용을 멈춘 듯이 고통스러웠다

항상 보고 싶었고

자주 찾아가려 했으나

그녀의 차가운 표정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를 본 뒤에는 더이상 발버둥 칠 수가 없었다

우산 속에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이

그녀의 모습이

낯선 남자의 모습이


나와 있었을 때와는 달리 배를 잡고 웃은 그녀가

날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만들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싶다가도

그때의 그녀가 떠오르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사랑이라는 후유증이 도지기 일수였다



어느 날은

입에도 잘 안 대던 술에 잔뜩 꼴아

그녀가 빗속에서 낯선 남자와 있던 장면을 그렸다

처음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심장에 얹어지는 무언가가 달랐다


그림을 마친 후엔

[빗속 남녀]

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말 그대로 제정신이 아니여서

그대로 잠에 들었지만

아침에 확인해보니 그림은 여기저기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수천명의 극찬과 찬사를 들어봤자

그 그림 덕에 생활이 나아져봤자

[빗속 남녀]를 가리키는 '남'은 나를 가리키고 있는 게 아니여서인지

제목 그대로 행복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내 인생 최악의 그림이었다



다시 돌아가 모든 걸 말할 거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여전히 아니오이다

나와 있을 때와는 달리 생생했던 그녀의 웃음을 본 이후로는

그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녀라는 방패도 없이

점차 되돌아온 내

무기력

우울감

충동심

불안감


내 세상은 종말하기 충분했다




안녕하세요

색 잃은 사람이 완결이 났습니다

지금까지 지켜봐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해석이 필요하시다면 댓글로 질문해 주시고요

배경에 있는 신작도 찾아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