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의 청량한 여름
2


이제 집에는 범규와 여주만 남았다.


오랜 침묵 끝에 범규는 궁금해졌다.


최범규
“와 시골로 왔나…”

강여주
“말했잖아, 시골에서 살고 싶어서…”


최범규
“아이, 니 무슨 일 있는 것 같다.”

강여주
“일은 무슨…”


최범규
“내한테만 말해주면 안 디나?”

강여주
“아무 일도 없다니까?”


최범규
“사소한 일이라도 괜찮다.”

강여주
“… 사실…”


최수빈
“여주야,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강여주
“아…”


최범규
“강여주…”

강여주
“왜?”


최범규
“전화번호 알려줘라.”

강여주
“갑자기?”


최범규
“자주 전화할게.”

강여주
“응…”


최범규
- 강여주 맞나?

강여주
“응.”


최범규
- 나는 니가 이상한 번호 알려주는 줄 알았다.

강여주
“내가 그 정도로 나쁘진 않다.”


최범규
- 아무튼 와 시골로 왔는지는 안 알려주려고?

강여주
“아, 맞다.”


최범규
- 빨리 알려줘라.

강여주
“사실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강여주
“내가 좀 아팠어.”


최범규
- 아…

강여주
“도저히 도시에서 못 살겠어서 시골로 왔지…”


최범규
- 지금은 괜찮나?

강여주
“응.”


최범규
- 근데 도시는 왜 가기 싫나?

강여주
“너 때문에 다시 갈까 생각 중인데?”


최범규
- 뭐?

강여주
“장난, 장난!”


최범규
- 진짜 강여주 못 말려.

강여주
“너도.”


최범규
- 왜 안 알려주냐고…

강여주
“아, 그냥 도시로 가면 다시 아플 것 같아서?”


최범규
- 에, 그게 뭐야.

강여주
“내 느낌이 그래.”


최범규
- 뭐, 그럼 여기에서 평생 살아.

강여주
“응.”


최범규
- 나랑 농사 지으면서.

강여주
“너랑?”


최범규
- 왜, 싫나?

강여주
“그렇진 않은데…”


최범규
- 그럼 내일 농사 지으러 가자.

강여주
“벌써?”


최범규
- 하루라도 더 빨리 익힌 자가 더 잘하는 법.

강여주
“알겠어, 내일 봐.”


최범규
- 응.

다음 날, 밖에 나온 여주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강여주
“도시에 비해서 시골 하늘은 정말 맑구나…”


최범규
“강여주!”

강여주
“어, 최범규네.”


최범규
“하늘은 와 보고 있나?”

강여주
“이렇게 맑은 게 신기해서?”


최범규
“도시는 안 맑나?”

강여주
“이것보단 안 맑지.”


최범규
“아하?”

강여주
“그래도 이젠 이런 하늘 맨날 볼 수 있네.”


최범규
“참, 밤에 빌 볼래?”

강여주
“빌?”


최범규
“응, 내가 명당을 안다.”

강여주
“아니, 빌이 뭔데…”


최범규
“별!”

강여주
“차라리 별이라고 말해라…”


최범규
“싫다.”

강여주
“…”


최범규
“아무튼 오널은 지슴 뽑을 거다.”

강여주
“아니, 지슴이 뭔지는 알려줘야 뽑지!!”


최범규
“풀이라고, 풀!”

강여주
“어디서 큰 소리야, 지금!”


최범규
“됐고, 여름이라서 벌기가 천지다.”

강여주
“으… 벌레가 많다고?”


최범규
“오, 멋진데?”

강여주
“빈말하지 마라.”


최범규
“빈말 아이다.”


강여주
“최범규, 안 더워…?”


최범규
“안 덥긴, 온창 덥다.”

강여주
“미안한데 사투리 좀 안 쓰면 안 돼?”


최범규
“와?”

강여주
“무슨 말인지 모르겠잖아!”


최범규
“익숙해질 거다.”

강여주
“내 말 알아듣는 거 보면 서울말 쓸 줄 아는 것 같은데…”


최범규
“아무튼 수박이나 묵자.”

강여주
“수박이 있어?”


최범규
“할무니가 가가래.”

강여주
“너… 혹시…”


최범규
“와?”

강여주
“원숭이냐?”


최범규
“내… 잘래비라고?!”

강여주
“잘래비가 뭐냐고!!”


최범규
“원숭이다, 원숭이!”

강여주
“그런 거 다 알면 사투리 제발 그만 써!”


최범규
“싫어!!”

강여주
“아악!!!!”

“아악!!!!”


강태현
“뭐야… 누군지 몰라도 참 강여주같네.”

태현이는 그 소리가 여주인 줄 모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