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마음
5화 전생을 믿으세요?




김태형
"첫만남에 실례일 수도 있지만, 꼭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 물어볼게요"


김태형
"아까 공원에서 절 보고 왜 눈물을 흘리셨던 거죠?"


나도 모르게 흘린 눈물인데, 내가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



한여주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흘렀어요"


한여주
"그럼 당신은 왜 눈물을 흘리셨던 거죠...?"


김태형
"저도 상무님과 같습니다. 도대체 왜 눈물이 흐른 건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전 상무님을 오늘 처음 보는데"



김태형
또르륵-]



한여주
"ㅇ,어... 또 눈물이..."


쓰윽-]



김태형
"이상하게 눈물이 이렇게 흐르네요. 마치 아주 슬픈 일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의 말에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내가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뭔가 슬픔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 한쪽까지 아려왔다. 이 남자가 느끼는 슬픈 감정을 내가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한여주
"하,아..."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졌다. 아마도 사방이 벽인 병원 안에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한여주
"여기서... 빨리 나,가고 싶어요"


김태형
"의사 선생님께서 깨어나시면 퇴원소속하고 가도 된다고 하셨어요"


숨통이 막히는 느낌이 들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병원에서 걸어 나왔다.




병원 밖으로 나오니, 이제야 좀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바람이 좀 세기는 해도 싫지는 않았다.



한여주
"하아... 살 것 같다"


김태형
"이제 호텔로 가실 생각이에요?"


한여주
"전 밀폐 된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조금만 더 바람 세다가 들어갈 거예요"


항상 집에서 갇혀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해야 했기에 나는 사방이 벽으로 막혀있는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곳에 있으면,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정신까지 혼미해진다.



김태형
"그럼 저랑 같이 걸으실래요?"


한여주
"뭐, 그래요"


아까 의식을 잃고 쓰러진 공원의 길로 다시 향했다.




다시 와도 이곳은 정말로 좋았다. 무언가 익숙하고 따뜻한 느낌이 내 마음까지 파고들었다.



한여주
"여기 너무 좋지 않아요?"


김태형
"여기 온 건 처음인데, 지금 제가 사는 곳보다 더 익숙하고 좋아요"


한여주
"어? 저도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나와 같은 느낌을 느낀 이 남자를 보면 이상하게 아프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처럼.



한여주
"그러고 보니, 제 이름도 말해주지 않은 것 같네요"


한여주
"한여주라고 합니다"


김태형
"전 김태형이라고 해요. 회장님이 부르시는 닉넴은 V구요"


김태형... 멋진 이름인 것 같다. 늘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 오늘 처음 만난 사람까지 친근하게 느껴지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걷다가 아까 내가 쓰러졌던 그 나무 옆에 발걸음을 세웠다. 내가 멈추자 이 남자도 같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한여주
"아까 여기서 환영을 봤어요. 흐릿해서 얼굴은 잘 보지 못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까 그 환영... 아무런 의미 없는 환영이라기에는 마음이 너무 아팠어.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내 일인 것처럼.



김태형
"깊은 느낌까지 들게 한 환영이라면, 평범한 환영이 아니지 않을까요?"


한여주
"평범한 환영이 아니라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태형
"상무님은 전생을 믿으세요?"


전생이란... 나의 이전 생을 뜻하는 것. 내가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상 전생이란 것이 있는지, 없지는 모르겠지.



한여주
"전 믿는 편도 안 믿는 편도 아니에요"


한여주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그걸 바로 거짓말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믿을 수도 없어서요"


한여주
"그럼 어..."


김태형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상무님이 절 편하게 부르시면 저도 상무님을 편하게 부르겠습니다"


한여주
"어... 태,형...씨?"


김태형
"그렇게 부르셔도 좋습니다" ((싱긋



한여주
발그레-]


잘생긴 사람을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정말로 잘생겼다. 전에 잘생겼다고 생각했었던 남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진짜로 잘생겼다.



한여주
"그럼 태형 씨는 전생을 믿으세요?"


김태형
"전 전생이 있다고 생각해요. 전생과 현생이 이어져 있어서 인연, 운명이라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한여주
"아... 들어보니, 그러네요"



김태형
"그래서 제 운명도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고 믿고 있고요"


그 운명이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일 거란 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다. 운명을 믿는다면,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