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마음
7화 바람에 살랑살랑



시대를 초월한 마음이라는 골동품 가게에서 나온 나는 한 손에 비녀를 꼬옥 쥔 채로 바람을 느끼면서 천천히 걸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어제 걸었었던 공원에 도착하였다. 정말로 이상하게도 이곳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동안 있었던 힘들었던 모든 일들이 하나도 남김 없이 싸악 씻겨 나가는 느낌이었다.

이 공원에 있는 나무와 새들 그리고 바람과 햇빛 하나하나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한여주
"진짜로 여기서 쭉 살고 싶다"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이곳 제주도에서 혼자 살 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좋을까?


온몸으로 제주도를 느끼면서 한걸음 한걸음씩 천천히 걸어갔다. 내 앞에 엄마 아빠의 손을 한쪽씩 꼬옥 잡은 아이가 있었다. 그냥 평범한 가족이 나한테는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그 아이가 머리에 꽂고 있었던 머리핀이 바닥에 떨어졌다.



한여주
"어?"


하지만 그 아이와 부모님은 머리핀이 떨어진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쓰윽-]


바닥에 떨어진 머리핀을 주워서 보았다. 평범한 여자아이들이 꽂 고 다니는 리본이나, 아기자기한 모형들이 아닌 이팝나무의 꽃이었다.



이팝나무



한여주
"저기요...!"


더 멀어지기 전에 서둘러 아이의 부모님을 불러 세웠다.


"네? 무슨 일이시죠?"


한여주
"여기 아이 머리핀이 떨어졌어요"


쓰윽-]


"아...!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이
"언니, 고마워여" ((싱긋


평소에도 아주 좋아하는 머리핀인지, 찾아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아이였다.



한여주
"괜찮아. 앞으로는 잃어버리지 마" ((싱긋

아이
"네에"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이 머리핀 제가 만들어 준 거거든요"


한여주
"아... 괜찮습니다"

"솔이야, 이거 잘 하고 다녀야 돼. 엄마가 뭐라고 했지?"

아이
"이팝나무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라구 해써"

아이
"그래서 엄마 아빠가 솔이 영원히 사랑한다는 거라구 해써"

"그래, 우리 딸 똑똑하네"


그렇게 솔이라는 아이는 내 손에 막대사탕 하나를 쥐여주고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엄마와 아빠의 손을 잡고 갔다.



한여주
"귀엽다" ((싱긋


이렇게 순수한 아이를 본 것도 얼마 만인지, 항상 집이랑 회사만 번갈아 가다보니, 사람들을 잘 만나지 못하였다.



한여주
"근데, 이팝나무의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었나...?"


우리 집 마당에 심어져 있는 몇 그루의 이팝나무가 이런 뜻을 가지고 있는 줄 몰랐었다. 자그만한 하얀 알갱이들이 모여 있는 이팝나무의 꽃은 막 이쁘다기 보다는 쓸쓸한 느낌을 가지고 온다. 마치 크기만 하고 한없이 차가운 우리 집 분위기처럼 말이다.

그렇게 짧은 생각에 빠졌을 때, 쌘 바람이 불어와 내가 쓰고 있었던 모자가 바람에 날아갔다.



한여주
"어...! 내 모자...!"


모자가 날아간 쪽으로 달려가 보니, 저 멀리서 나무에 걸린 내 모자를 빼는 어떤 사람이 보였다.



한여주
"어...? 저 사람은..."


눈 마주침-]




김태형
"어...? 한상무님...?"


내 모자를 손에 들고서는 나를 바라보는 회장님의 개인 경호원인 태형씨... (아직 어색) 였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는 나도 모르게 이팝나무의 꽃잎이 가벼운 바람에 살랑살랑 날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