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행세

4. 플라토닉 러브

"이제 잘까요?"

...그래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

?

어딜가요?

...에?

당연히 저도 자러..

방은 하난데요?

네, 들어가서 주무세요..;;

...

그쪽은요?

저는 여기 소파에서 잘건데요?

...

연준은 그 말에 잠시 할말을 잊은 듯 보였다.

우린 부부인데, 같이 안 잤나 봐요?

..네?

사이가 안 좋았나..(중얼)

..!!!

아, 아뇨~!

그럴리가요~!

우린 아주 죽고 못 살았는 걸요..!?

내 삶에서 없던 거짓말을 하자니 삑사리가 연신 터져나왔다.

...그래요?

그럼 얼른 들어가서 자요

...좀 피곤해서.

에?

탁.-

...

...

...

불 꺼진 침실에 살인자로 추정되는 남자와 함께 누워있다.

나는 지금 뭘 하는 건가.

여기는 어디인가.

그리고 저 남자는 무슨 생각일까.

...

나는 왜 그때 우리가 부부라고 사기를 쳤을까.

지금와서야 후회하는 나였다.

...자요?

...커어어..-

안 자면서 자는 척 했다.

제발 말 걸지 말아주세요...

있잖아요, 저

...

우리가 부부인데, 그쪽이 참 낯설어요

...(뜨끔)

스윽.-

왠지 외간여자랑 한 침대에 누워있는 느낌이랄까..

연준은 여주를 향해 몸을 돌아 누웠다.

...(삐질삐질)

여주는 연준의 말 한마디에 삐질삐질 땀이 흘러 나왔다.

...

...더운가,

연준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낸다.

...(삐질삐질)

아니 피곤하다며;;

저 인간은 왜 눈 감을 생각이 없는 건데;;

...하,

제발 잠들어주세요..........

그래도 더워요?

연준은 송골송골 맺힌 여주의 이마 위 땀을 손가락으로 툭 닦았다.

(움찔)

이마에 닿은 손가락의 감각에 여주는 몸을 움찔거린다.

최연준의 손길이 차디찬 얼음덩어리 같았기 때문이다.

한 여름에 옷을 뭐 이렇게 꽁꽁 싸맸대..

연준은 여주의 잠옷 단추 위로 손을 올렸다.

툭.-

..! 아!!

나는 그 손에 번쩍 눈을 뜨며 일어났다.

...;;

뭐예요.., 안 잤어요?

...아,

악몽을 꿨나봐요.

?

내 손 피한 건 아니죠?

...예?

아니, 타이밍이 참.. 그렇길래

에이~, 그럴리가요..~^^

...

우리 부부 맞죠?

네..(니요)

그럼 부부관계는 해요?

...네?

안 해요?

연준은 바짝 다가와 그 차가운 무표정으로 여주를 빤히 바라본다.

...그,

...그, 그게,,

나는 갑작스러운 매운 질문에 선뜻 입을 열지 못하고 말을 버벅거렸다.

대답이 늦네요

..!!

아이참..!! 연..연준씨도 부끄럽게

뭘 그런 걸 물어봐요..~!

...?

그, 그니까 당연히..!

...우

...우리는 플라토닉 러브였어요.

...

...진심이에요?

연준의 표정이 싹 굳는 게 느껴졌다.

여기서 더 밀고 나가지 않으면 이 남자 내 말을 안 믿을 게 뻔하다.

...예~! 그럼요!!

몇년을 만난는데요

..2년?

결혼은 몇년 됐어요?

..그것도 2년?

그럼 한창일텐데..

...뭐, 뭐가요?

내가 그렇게 욕구가 없는 사람은 아닌 것 같거든요, 여주씨

...예?

아무래도 4년동안 참을 내가 아니란 말이에요.

..하하, 그게 무슨

...

..

..시발, 혹시 들켰나

내 거짓말이 너무 부자연스러웠..

나, 여주씨를 굉장히 사랑했나봐요

...

...에?

이걸 믿네

우리는 어떻게 만났어요?

..그냥 뭐.. 운명 같은 일이죠..

길에서 폰을 떨어트렸는데, 연준씨가 직접 가져다 주셨어요...

예.. 그 피 묻은 손으로요..

뭐..그러다보니 서로가 한 눈에 반했죠

예.. 제가 연준씨 머리를 반갈 시켰죠..

...시작은 단순하네요

원래 그렇게 사랑이 커지는 것 아니겠습니까..하하.

그럼 누가 먼저 고백했는데요?

아..예 그게...

어쩌다 보니 최연준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주고 있는 김여주였다.

어찌나 쫑알쫑알 묻는 말이 많은지

그의 질문을 답해주는데에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곤

아침이 밝았다.

잘 잤어요?

...예

그쪽 같으면 잘 잤겠어요?

어쩜 밤새 질문을 이어갈 수 있지?

뭐가 그렇게 또 궁금해서??

...어후,

밤새 떠들었던 내 입만 쑤시다.

출근할거예요?

그럼요, 밥 벌이 해야죠

...나는 뭐 안해요?

목수라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것 밖에 할일이 없었나요?

...그, 그게

제가 잘 벌거든요.

는 구라

..?

ㅈ..저 이래봐도 의사잖아요ㅋㅋ;..

그래봤자 이 쥐꼬리만한 동네에서...

아유~, 참!!

거 여기도 은근 짭짭해요..!!

이 동네 병원이 저희 밖에 없거든요??

완전 독과점이라니깐요!?

...

...'피식'

알겠어요, 얼른 출근해요

연준은 여주의 말에 푸핫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예! 그..그래야죠 암.

나는 삐그덕거리는 몸을 움직였다.

도대체 이 거짓말은 어디까지 해야되는 걸까..

...

..

.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