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행세
5. 남편인지 아들인지


"하아.."



최수빈
무슨 일 있으세요?


김여주
...네?


최수빈
피곤해 보이시길래요..


김여주
아, 뭐..잠을 못 잤더니..


최수빈
선생님도 수액 놔드릴까요?


김여주
...


김여주
...수빈씨, 저한테 임상 실험하시는 건 아니죠?


최수빈
..하하^^


최수빈
그럴리가요~


김여주
...

이번에 새로 들어온 간호사 최수빈씨

나이는 25살의 햇병아리 간호사이다.

툭하면 바늘 꽂는 연습을 하는 게 열정이 과다하다고 해야할지 성실한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렴, 이 작은 동네 간호사 구하는 게 여간 쉬운 일인가

이정도면 감지덕지지



김여주
아, 맞다


김여주
수빈씨, 혹시 옷은 어디서 사요?


최수빈
제 옷이요?


김여주
네, 남자 옷은 안 사봐서.. 잘 모르겠거든요

그 남자 어제랑 똑같은 옷을 계속 입혀 놓는 것도 의심스럽고

이 참에 여러벌 장만 해야 겠어



최수빈
저도 그냥 막 사입는 거긴 한데


김여주
뭐, 아무렴 좋아요

그냥 입혀만 놔야지

의심이라도 피하게..


최수빈
남자친구 옷 사드리게요?


김여주
...아, 그건 아닌데

남자친구는 아니고 남편이요..

가짜 남편이긴 하지만..


최수빈
...?


김여주
사촌.., 오빠 선물이에요ㅎㅎ


최수빈
아..그렇구나


최수빈
체형은 어느정도인데요?


김여주
180..좀 넘으려나


김여주
수빈씨 보다 조금 작은..?


최수빈
으흠..


최수빈
그럼 이런 건 어때요?

...

..

.




...

"...존나 구려"


최연준
이런 걸 나보고 입으라고요?

연준은 옷가지를 들어보이며 인상을 팍 구긴다.


김여주
...그, 다 당신 옷인데요,,

수빈씨가 추천해준 옷들로 사다가 채워넣는데

이런.. 저 남자의 패션센스가 뭐이리 까다로운 건데.


최연준
내가 이런 옷을 입고 돌아다녔다고요?


김여주
..네


최연준
...


최연준
..하ㅋ


최연준
과거에 난 패션센스가 존나 구리네요


김여주
...하하;

최수빈씨 죄송해요

이런 까탈스러운 남자일 줄 몰랐어요..



최연준
우리 옷이나 사러가요


김여주
네?


최연준
난 도저히 저 거적때기는 못 입겠거든

...

..

.




결국,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시내까지 나왔다.



최연준
여긴, 옷 들이 죄다 이런 것 밖에 없어요?


김여주
시내라고 하지만 여기 시골이잖아요..-


김여주
이 정도면 개발 잘 된 시골이죠--


최연준
...--

연준은 뭐가 맘에 안 드는지 표정이 시큰둥하다.



김여주
아니, 그냥 있는대로 입으면 안돼요?


김여주
옷이 거기서 거기지.. 뭘 그렇게..



최연준
남편이 잘 입고 다니면 좋잖아요



최연준
아니에요?


김여주
...그, 그게



최연준
여기도 은근 찾아보면, 옷이 괜찮네요



최연준
빈티지 하달까



최연준
제 아내분은 맘에 들어요?


김여주
...

솔직히 말하면

뭘 걸쳐도 잘 어울릴 남자다.

평범하게 길에서 마주쳤다면 절대 이 남자가 잔혹하게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로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정말..

얼굴 하나는...


최연준
여주씨?


김여주
...네!?


최연준
배 안 고파요? 벌써 시간이 저녁인데


김여주
아..그쵸

옷 구경 한번 했다고 해가 저물었다.

양 손에는 쇼핑백이 한 가득이다.



김여주
짐은 차에 실고 마트 좀 들릴까요?


최연준
그래요


"털컹..-"


최연준
카트까지 필요해요?


김여주
마트 한 번 나오기 힘들거든요


김여주
온 김에 필요한 건 싹다 쟁여가야 된다구요. (비장)


최연준
주부 같아요


김여주
시골에 홀로 살면 어쩔 수 없어요


최연준
...홀로?


김여주
아, 부부요ㅎㅎ..;;


최연준
아..~



김여주
연준씨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최연준
...라면?


김여주
...?

스테이크나 썰어 봤을 것 같은 얼굴에서

라면이라니

좀 생소하다



김여주
저녁 밥으로 라면은 안돼요


김여주
카레 해줄게요


최연준
...


최연준
그럼 왜 물어 본...


김여주
그냥요


최연준
...?


최연준
내 아내는 좀 뻔뻔스럽네요


김여주
ㅎㅎ




김여주
당근이랑, 감자랑..


최연준
이것도요

과자랑 젤리 군것질이란 군것질은 한 움큼 들고 온 연준이었다.


김여주
뭐예요


최연준
간식


김여주
...


김여주
연준씨 어린이에요?


김여주
누가 이렇게 군것질만 가져오래요


최연준
간식도 못 먹어요?


김여주
누가 이렇게 많이 가져오래요


김여주
한 두개만 놓고 다 제자리에 둬요


최연준
...쳇


최연준
누가 소아과 의사 아니랄까봐..(중얼)

연준은 과자 몇개만 두고 모두 카트에서 꺼내 들었다.

입은 꿍얼꿍얼, 뾰루퉁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김여주
...

내가 남편을 둔 건지..

아들을 키우는 건지 모르겠네...




"이제 계산하고 갈까요"


최연준
그래요

...

..

.




" 트렁크 꽉 찼는데요 "


김여주
그럼 뒷좌석에 둬요


최연준
알겠어요

턱..-



김여주
...


김여주
...됐어요?


최연준
네, 이제 가요


김여주
그래요

...어쩐지

진짜 남편이랑 마트 장 보고 돌아가는 기분이다.

뭔가..

속이 간질간질한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

..

.




삐삐삐삑.-

철컥.-



누룽지
애오옹..-

집에 들어서자마자 누룽지가 우릴 향해 걸어왔다.


김여주
혼자 잘 있었어?


누룽지
애오옹..!


김여주
ㅋㅋㅋㅋ


김여주
이제 다 회복했나보네, 쌩쌩한 거 보니까


최연준
작은 게 회복력이 빠르네요

쿡쿡.-

연준은 발라당 드러누운 누룽지의 배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누룽지
끄르르릉..~

누룽지는 연준의 손길에 기분이 좋은지 바닥에 몸을 부볐다.


김여주
누룽지가 연준씨 마음에 드나봐요


최연준
...


최연준
...얘 여잔가


김여주
..남자예요ㅋㅋ


최연준
...


최연준
...게ㅇ..


김여주
아, 좀..!


김여주
애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최연준
ㅋㅋㅋㅋ


최연준
혹시 모르죠


김여주
...


김여주
하아...,

정말이지..

저 인간의 머리엔 뭐가 든거야...


누룽지
...애옹?

...

..

.




-


-


...

다음화에 계속>>>>


손팅 안하면 뽕구한테 잡아 먹힘


와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