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행세

6. 같은 냄새

"뭐, 도와줄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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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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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저녁식사 준비, 저는 뭐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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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그냥.. 앉아있어도 되는데..

이 좁은 부엌에서 단 둘이는 무슨,

내가 어색해서 못 버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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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과거에 저는 부엌일도 못 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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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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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여주씨가 선뜻 안 시키는 걸 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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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내가 집안일도 잘 못 했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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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그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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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

생긴 게 집안일은 해 본 적 없어 보이긴 해요..

손에 물은 안 묻혀 봤어도, 피는 많이 묻혔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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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남편이라는 게 백수에 집안일도 못 해서 이걸 어떻게 데리고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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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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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으음, ㅇ..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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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제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연준은 픽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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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ㅈ..잘 생겼잖아요,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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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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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맘에 드는 구석 하나라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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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하하;

사실 얼굴도 가끔 무서워요..

사람을 어찌 죽일 듯이 바라보는데.. 안 무섭겠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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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뭐라도 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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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뭐든 둘이 하면 빠르잖아요

연준은 부엌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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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어..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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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채소 손질만 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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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알겠어요

탁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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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

가지런하게 썰어 놓은 채소들이 정말이지.. 반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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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꽤나 잘하네..

칼질이 능숙하다

역시 칼을 많이 다뤄 본 사람이라 그런가..

연준의 칼든 손을 보고 있자니 왠지 섬뜩한 건 기분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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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이정도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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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딱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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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완전..

살림 6년차인 나 보다 더 칼질을 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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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

칼질이 끝난 연준은 부엌 앞에 서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너무 집요해서 섬뜩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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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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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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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자꾸.. 빤히 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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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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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니! 그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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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든 그렇게 바라보면 신경쓰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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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아, 미안해요

연준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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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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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정 할일 없으면, 누룽지 밥이나 주고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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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장 볼때 사료도 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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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알겠어요

그렇게 연준은 부엌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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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하아,

이제야 한숨을 돌린 나였다.

"와서 밥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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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맛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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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

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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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고양이랑 있는 모습이 꽤나 어울리네..

살인마라곤 안 보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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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연준씨, 와서 밥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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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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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입맛에 맞을 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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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잘 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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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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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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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한그릇 더 먹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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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당연하죠..!!

벌써 3그릇째

이 남자 은근 대식가다

저 몸 안에 음식이 얼마만큼이나 들어가는 거지..;;

그래도 잘 먹는 모습을 보니까

좀.. 사람 같고 수더분한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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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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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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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오늘 피곤했을 텐데, 먼저 씻고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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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그럼 부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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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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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다 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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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설거지 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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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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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손이 빠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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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일처리는 깔끔하게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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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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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뭔가 그래야 마음이 편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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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섬뜩)

이 말 뭔가 낯설지 않다...

그때가 생각나는 것 같기도...

괜히 등골이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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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연준씨도 씻고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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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늦었는데 얼른 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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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네, 그럴게요

드륵.-

연준이 욕실로 향하고

나는 침대 위로 몸을 눕혔다.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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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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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간만에 걸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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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좀 피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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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하긴, 병원 개원 후에 일만 한지 오래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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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한동안 일밖에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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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런 소소한 변화는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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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좋은 것 같다.

...

..

.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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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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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연준은 잠는 여주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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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피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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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벌써 잠들었네요..

연준은 침대 앞으로 다가와 걸터앉아 여주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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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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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무방비하게도 잠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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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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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콕.)

연준은 잠든 여주의 볼을 콕 눌러보았다.

부드럽게 쏙 들어간 볼이 말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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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반응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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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누가 잡아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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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우으..(뒤척)

여주는 뒤척이며 돌아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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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얼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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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이젠 돌아 눕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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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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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치사하다.., 먼저 잠드는 게 어딨어요

연준은 침대에 올라와 여주 옆에 몸을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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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씻고 나오지 말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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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

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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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내 얼굴 마음에 든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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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준

나 두고 잠들면 뭐가 돼요

연준은 뒤에서 여주를 와락 껴 안고 눈을 감았다.

여주의 품에서 자신과 같은 냄새를 맡았다.

같은 샴푸, 바디워시, 섬유냄새

왠지 안정감이 드는 게

싫지 않았다.

...

..

.

...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