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행세

7.

으응..-

...언제 잠들었지

눈을 떠보니 창문 너머로 빛이 아른거렸다.

벌써 아침이라고?

여주는 몸을 벌떡 일으키려는 순간

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등뒤로 따뜻한 무언가에 감싸져 그것이 자신을 꼭 붙들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응?

고개를 숙이자 허리춤에 감겨 안은 누군가의 팔이 보였다.

...

잠든 연준의 팔이었다.

여주의 허리를 감아 안고 등에 얼굴을 기대고 잠든 연준에

여주는 놀람도 잠시 꼿꼿하게 굳어버린 얼굴에 입술만 벙끗였다.

...

뭐야, 언제 이렇게...

김여주..

미쳤지 미쳤어..!!

그새 홀라당 잠들어?

무슨 짓을 한 건 아니겠지..??

호랑이 굴에 들어가서 나 잡아먹어주세요 한 꼴에 자신의 머리를 박박 쥐여 박았다.

...일어났어요?

연준은 다 잠긴 목소리로 여주의 등 뒤로 쑤욱 얼굴을 내 빼며 물었다.

..!!(흠칫)

불쑥 들어온 연준의 얼굴에 그의 숨결이 귀끝에서 맴돌았다.

여주는 흠칫 몸을 움츠린다.

ㅇ..일어났어요!?

..네-

연준은 비몽사몽한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여주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ㄱ..그럼

이제 놔줄래요..?

여주는 슬금슬금 연준에게서 몸을 떨어트렸다.

...

...왜요

그냥 이러고 있으면 안 돼요?

...

...출근!

제가 출근을 못하잖아요..!! 하하;;

...

...하아-

연준은 그놈의 출근이라는 얼굴로 심드렁 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순순히 여주의 허리를 감은 팔을 풀었다.

저 먼저 씻고 올게요..!!

ㅇ..연준씨는 천천히 일어나요!!

여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화장실로 뛰쳐들어갔다.

...

연준은 그런 여주의 모습을 보며 눈을 부비적 잠에서 깬다.

"입맛 없으세요?"

...어!?

여주는 화들짝 정신을 붙잡았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선생님 오늘도 잠 못 주무셔어요?

아..

아.. 아뇨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진짜 괜찮으신 거 맞죠?

오늘 하루종일 진료보는 내내 멍때리기나 하시구..

환자분 앞에 두고 결제서류 작성을 하고 계시지 않나...

진짜 무슨 일 있으신거 아니죠..?

...아,

...아, 네..

무슨 일이라뇨.. 하하

...

...절대

그런 거 없어

그런 거 없어야죠..

...

..

.

수빈 앞에서 그렇게 굴었지만

여주는

방금 전 말과 달리

불과 몇시간 전

무슨일의 연속이었달까

포옥..-

준비 다 했어요, 아침 먹을래요?

연준은 불쑥 여주의 뒤로 몸을 붙여왔다.

..!!

ㅇ.예!?

뭘 그렇게 놀래요

아침 밥 차려놨다고요ㅋㅋ

아,

아, 괜찮아요..

입맛이 없어요?

아 그게..

원래 아침을 잘 안 먹어요

?

의사 선생님이 그래도 돼요?

연준은 여주의 뒤에서 여주를 점점 더 압박해왔다.

왠지 모르게 그 기에 눌려

어깨에 묵직한 무언가가 얹혀서는 서서히 짓누르는 답답함이 올라왔다.

...

그..그보다

왜 자꾸 제 뒤에 있는 거예요,,

...음

그러게요

왠지 모르게 뒤에 서 있는 게 익숙하네요

...?

아 진짜 왜그러세요..

뒤에서 흉기라도 들고 찌를 기세라구요ㅠㅠ

으음

아무래도

제가 백허그를 좋아했나봐요

...네?;

백허그는 무슨

그쪽한테는 상대 뒤를 노리는 살인마가 더 찰떡이거든요..;;;

그럼..-

아침 안 먹을 거면 이거라도 먹어요

연준은 여주의 입에 빨대 쑥 집어넣었다.

빨대가 꽂힌 팩하나를 제 손에 들었다.

배도라지즙

므에으 (해석: 뭐예요?)

냉장고에 쌓여있길래

가져왔어요

아..

고마워요..

근데, 당신 의사 선생님은 맞나봐요

냉장고에 무슨 영양제랑 각종 건강즙 팩이 빽빽하던데요

...하하;;

저도 살아야죠..ㅎ

...

저도 뭐 일자리라도 구해볼까요

네??

왜..요..?

...아내라는 사람이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남편이라는 제가 너무 아무것도 안 하길래요

게다가 듣고 보니 제가 남편구실도 제대로 못 한 것 같던데요

ㅇ..에이~

사..사랑하는 사람끼리 무슨..요..~!!

뭘 구실을 따질게 있..나요..~!?

여주씨는 저를 사랑해요..?

연준은 뭔가 걸리는 듯 묻는다.

사랑하니까 결혼했ㅈ..죠!!

제가 백수에 가진 거라곤 얼굴밖에 없는데도요?

...그, 그럼요!!

...

여주씨도 참 남자보는 눈이 없네요

그러다 이상한 놈한테 코 꿰어요

..연준씨는 이상한 사람 아니잖아요

그쵸?

이 남자가 기억을 찾기 전까지 나한테 헷코지할리가 없으니까..뭐..

그러니

그동안 이 남자 스스로가 자신을 착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야 해

그렇게

착함 라이팅을 시전하는 김여주였다.

여주씨가 그렇다면 그런 거 겠죠, 뭐..

납득은 안되지만요

하하;;ㅎㅎ

아무튼, 저 이제 출근해야 돼서..

갈게요?

아, 저기

연준은 여주를 붙잡았다.

?

몇시에 와요?

...예?

언제 오는지는 알아야..

맞춰서 저녁준비하죠

아, 괜찮은데..

왜요, 저녁도 거르게요?

아..ㅎ

...

의사 선생님이 안 되겠네

그래서 아이들 진찰 보겠어요?

선생님이 밥도 안 먹겠다고?

연준은 얼굴을 들이밀었다.

마치 밥 안 먹겠다고 떼쓰는 아이 꾸짖듯 눈을 게슴츠레 떠보였다.

...

...아아

알겠어요..--

7시쯤에 올 것 같아요..-

(피식)

알겠어요, 기다릴게요

연준은 여주에게서 퇴근 시간을 듣고 나서야 만족한 듯 피식 미소를 지었다.

...

...다녀올게요.

다녀와요

철컥.-

여주는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잡은 문 손잡이에 삐그덕거리는 몸을 밀어넣고 나왔다.

다녀오라 손을 흔들어보이는 연준을 애써 뒤로 한 채 움푹 숨죽여 표정을 숨겼다.

그리곤

속으로 중얼거렸다.

...

...뭔가

이러면 진짜 부부같잖아..

이러면 진짜 부부같잖아........

...

..

.

-

-

...

다음화에 계속>>>>

잊었다 싶으면 나타납니다

제가 그래요 좀

하하;

워낙 벌려놓은 판이 많은지라..

나름 성실연재라구요

...

...하하

댓글로 자꾸 절 자극하시니 안 올 수 가 있겠음니까..ㅎ

당신들은 나만의 채찍과 당근.

저를 매우 쳐 주세요

마음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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