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행세
9. 아침부터 장난질


그날 이후로 루틴같은 게 생겼다.



김여주
저 갈게요..!


김여주
늦어서.. 누룽지 밥은 연준씨가 챙겨줘요..!!

여주는 다급하게 현관앞으로 달려갔다.

늦잠이라니, 오랜만이다.

불편하기만 하던 이 남자와의 동거 생활이 점차 적응된 것 처럼

왠지 요즘은 잠도 깊게 자는 날이 많아졌다.


최연준
여주씨, 잠깐만요


김여주
...네!?

여주는 붙잡는 연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최연준
아침, 이거라도 먹고 가요

연준은 김에 싼 밥을 여주의 입 앞으로 밀어넣었다.


김여주
아, 읍.


김여주
ㄱ..괜찮은데..(오물오물)


김여주
..고마워요 (우물)


최연준
(싱긋)

연준은 우물거리는 여주의 입술을 보곤 만족한듯 싱긋 웃는다.


김여주
...

뭐야.. 자기가 무슨 엄마냐고...

세상 무섭게 생겨서는 밥 한번 먹여서 뿌듯해하는 얼굴이람...

이 남자 은근 밥에 진심이다



김여주
큼큼, 이제 가도 돼죠..!?


최연준
아, 하나만 더 먹고 가요

연준은 여주의 입으로 다른 손을 들어올렸다.


김여주
..아?

훅 들어오는 연준의 손에 여주는 순간적으로 아- 하고 입을 벌렸다.


김여주
...얽,

여주의 입 안으로 밀고 들어온 것은 김에 싼 밥이 아닌, 길고 굵직한 무언가.


최연준
...맛있어요?

연준은 여주의 입에 자신의 손가락을 보며 쿡쿡 웃음을 보였다.


김여주
...

밥인 줄 알았더니 이 남자의 손가락이었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다.

그걸 또 속은 나도

바보다


최연준
ㅎㅎ


김여주
아, 진짜 장난치지마요;

여주는 아침부터 장난질인 연준을 퍽 밀쳐냈다.


김여주
바빠죽겠는데.. 진짜..-


최연준
ㅋㅋㅋㅋ


최연준
다녀와요

연준은 웃음을 숨길 생각이 없는지 얄밉게 여주의 앞에서 손을 들어보인다.


김여주
...


김여주
...네.

김여주는 그런 최연준을 보고도 아무말 못하고 현관문을 벌컥 열고 나섰다.

쾅.-


최연준
아..~,


최연준
삐졌네..ㅋㅋ

연준은 여주가 나간 현관문 앞에 기대어 재밌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여주의 반응이 마음에 드나보다.





"...아니 어째 갈 수 록 장난만 늘어 이사람은."


김여주
...하아-

김여주 아침부터 당했다는 굴욕감에 허공에 발길질를 했다.


김여주
난 어떻게 매번 아침마다 당하냐..




똑똑똑.-

철컥.


최수빈
선생님, 점심 드세요

수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여주
아, 네


김여주
오늘 점심은 뭐예요?


최수빈
오늘 학교 앞에 분식집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뭘 또 주고 가셨어요


김여주
아, 진짜요?


김여주
학교 앞 분식집 아주머니면...


최수빈
네, 전에 다리 다쳐서 온 학생(태현) 어머님이신 것 같아요


최수빈
그때 감사하다구 전해달라고 하시던데요


김여주
아, 뭘 이런 걸 다..ㅎㅎ

아~, 정말 마을 분들이라 그런가 정이 많으시다니깐..


김여주
흐음~~

여주는 수빈이 가져온 봉지를 열어본다.

부스럭.-


최수빈
아까 잠깐 봤는데


김여주
...응


김여주
김밥이네..

봉지 속 김밥을 마주하자 아침에 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최수빈
? 김밥 안 좋아하세요?


김여주
아뇨..


김여주
좋아해요..


김여주
그때 그냥 그 손가락을 콱 물어버리는 건데...(중얼)


최수빈
네..?


김여주
맛있겠다구요ㅎㅎ


김여주
정말..^^

우연도 참

우연도 참 내 편은 아닌가 보다..




"야, 다리는 괜찮냐"



강태현
...아, 네


최범규
그러게, 사내자식이 담도 못 넘냐ㅋ


강태현
...


최범규
담은 왜 넘어가지구..~


강태현
분명 선배가 먼저...


최범규
쓰흡.


최범규
됐고.


최범규
오늘 끝나고 피방ㄱㄱ?


강태현
...안돼요


강태현
끝나고 과외있어요


최범규
..머어!?


최범규
너는 틈만 나면 공부냐


최범규
맨날 비실비실거려서는 담도 못 넘는 거 아니야~!


강태현
...담 넘는게 자랑이냐고요;


최범규
ㅋㅋㅋㅋ


최범규
근데 니도 예전에는 잘만 넘어갔으면서


최범규
요즘 다 죽었다?


강태현
예, 그새 늙었나 보죠


최범규
ㅋㅋㅋㅋㅋㅋㅋ


강태현
나이는 선배가 더 많은 거 알죠?


최범규
...므어?


강태현
ㅋ

태현은 그렇게 말하며 교문을 넘었다.


최범규
ㅇ..이게


최범규
ㅇ..이게 무슨 뜻 일까..!!?

범규는 태현을 뒤따라 교문 안으로 향했다.




탁탁.-

등장인물
"다들 조용"

교탁 앞, 단임선생님의 옆으로 낯선 아이가 서 있었다.

등장인물
" 우리 학교에 전학생이 왔다. "

등장인물
" 다들 친하게 지내라 "


휴닝카이
안녕, 나는 휴닝카이라고 해


강태현
...?

등장인물
"헐, 외국인인가 봐"

등장인물
"한국어 되게 잘 하네"

등장인물
"잘생겼다.."


등장인물
" 카이는 빈 자리 가서 앉아라 "


휴닝카이
네!


털썩.-



휴닝카이
...0ㅅ0

태현이 옆자리에 앉은 카이는 똘망한 눈빛으로 태현을 바라보았다.


강태현
...


강태현
...안녕


휴닝카이
안녕!!

카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웃어보였다.


휴닝카이
이름이 뭐야?


강태현
강태현..인데


휴닝카이
태현..(중얼)


휴닝카이
친하게 지내자..!!


강태현
...어, 그래

태현은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학생이라니

이 깡시골에..

게다가 외국인처럼 생긴 애가..

태현은 낯선 인물에 경계 선 모습이다.




그런데, 어쩐지 이 녀석...

나를 졸졸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강태현
...야,


휴닝카이
응??


강태현
넌 집이 어딘데..


휴닝카이
아.., 이쪽 맞아!


휴닝카이
00번지 건너편이거든


강태현
...아, 그래?

00번지..,

태현은 무언갈 떠올렸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야, 강태현~!!!"

그때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다가왔다.


휴닝카이
?


강태현
...하아,

태현은 멀리서부터 알 것 같은 목소리에 옅은 탄식을 한다.



최범규
야, 진짜 안 가냐!?


강태현
아침에 안 간다고 했잖아요..


최범규
에잉, 의리도 없냐


최범규
먼저 가 버리고-3-


강태현
선배 친구없어요?


강태현
왜 학년도 다른 동생이랑 놀고 싶으세요


최범규
...야, 그렇게 말하면



최범규
허윽 좀 상처인데


강태현
...


강태현
...오바한다.


최범규
ㅋㅋㅋㅋㅋ


최범규
그니까 놀아줘라..~~


휴닝카이
...0ㅅ0


최범규
?

범규는 태현에 옆에 서 있는 멀대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최범규
뭐야 얘는


강태현
저희 반 전학생


최범규
아..~!


휴닝카이
아, 안녕하세요..!


휴닝카이
휴닝 카이입니다!!


최범규
오..전학생은 진짜 오랜만인데


휴닝카이
..에?


최범규
아무래도 누가 이 깡시골에 오고 싶겠어, 다 서울로 가지


휴닝카이
아하하ㅎ


휴닝카이
저는 여기 좋아요


휴닝카이
공기도 좋고, 하늘도 맑고..!!


최범규
짜식.


최범규
뭘 좀 아는 놈이네


최범규
너, 맘에 든다.

범규는 카이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휴닝카이
ㅎㅎ..


"저기, 학생들"

누군가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터벅터벅.

걸어오는 걸음걸이가 이 마을 사람이 아닌 게 느껴질 정도다.


최연준
혹시, 소아과 가는 곳이 어느쪽인지 아나?


최범규
넹?


최연준
소아과라고 하던데.., 이쪽은 아닌가

검은 자켓, 곧게 뻗은 다리에 비싸 보이는 구두를 신은 남자다.


휴닝카이
0ㅅ0..


최범규
아~!


최범규
여긴 병원이 하나긴 한데, 의사누나가 진짜 미인이세요


최연준
미인..?


최연준
..허,

연준은 피식 웃음을 참으며 묻는다


최연준
그 병원 어디로 가면 될까요 학생?


최범규
여기서 직진하셔서 신호등 앞에서 왼쪽으로 가시면 돼요!


최연준
아, 고마워요 학생

연준은 그렇게 범규가 가르킨 방향으로 걸어갔다.


강태현
...


최범규
...야, 방금 저 사람 모델인가


휴닝카이
...그러게여


최범규
키도 짱 크고, 옷도 서울 사람 같드라...


휴닝카이
..구니까요


강태현
...


최범규
야, 강텬 넌 왜 갑자기 말이 없냐


강태현
..네?


최범규
뭐야, 멍때렸어?


강태현
아..아뇨


강태현
...얼른 가요


최범규
...?





_


_


다음화에 계속>>>>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다들 즐거운 한가위 보내고 계신가오?

저는

간만에 남는 게 시간인 사람이 되었음다

그래서 다시 찾아왔음다

이런 기회 흔치 않으니

이 글을 마주친 사람은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일세

하하.


이제 슬슬 스토리 진행이 들어가야 될 것 같아서 인물이 새롭게 생겼는데요

떡밥 줄줄 흘리고 다닐게요

다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