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행세

9. 아침부터 장난질

그날 이후로 루틴같은 게 생겼다.

저 갈게요..!

늦어서.. 누룽지 밥은 연준씨가 챙겨줘요..!!

여주는 다급하게 현관앞으로 달려갔다.

늦잠이라니, 오랜만이다.

불편하기만 하던 이 남자와의 동거 생활이 점차 적응된 것 처럼

왠지 요즘은 잠도 깊게 자는 날이 많아졌다.

여주씨, 잠깐만요

...네!?

여주는 붙잡는 연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침, 이거라도 먹고 가요

연준은 김에 싼 밥을 여주의 입 앞으로 밀어넣었다.

아, 읍.

ㄱ..괜찮은데..(오물오물)

..고마워요 (우물)

(싱긋)

연준은 우물거리는 여주의 입술을 보곤 만족한듯 싱긋 웃는다.

...

뭐야.. 자기가 무슨 엄마냐고...

세상 무섭게 생겨서는 밥 한번 먹여서 뿌듯해하는 얼굴이람...

이 남자 은근 밥에 진심이다

큼큼, 이제 가도 돼죠..!?

아, 하나만 더 먹고 가요

연준은 여주의 입으로 다른 손을 들어올렸다.

..아?

훅 들어오는 연준의 손에 여주는 순간적으로 아- 하고 입을 벌렸다.

...얽,

여주의 입 안으로 밀고 들어온 것은 김에 싼 밥이 아닌, 길고 굵직한 무언가.

...맛있어요?

연준은 여주의 입에 자신의 손가락을 보며 쿡쿡 웃음을 보였다.

...

밥인 줄 알았더니 이 남자의 손가락이었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다.

그걸 또 속은 나도

바보다

ㅎㅎ

아, 진짜 장난치지마요;

여주는 아침부터 장난질인 연준을 퍽 밀쳐냈다.

바빠죽겠는데.. 진짜..-

ㅋㅋㅋㅋ

다녀와요

연준은 웃음을 숨길 생각이 없는지 얄밉게 여주의 앞에서 손을 들어보인다.

...

...네.

김여주는 그런 최연준을 보고도 아무말 못하고 현관문을 벌컥 열고 나섰다.

쾅.-

아..~,

삐졌네..ㅋㅋ

연준은 여주가 나간 현관문 앞에 기대어 재밌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여주의 반응이 마음에 드나보다.

"...아니 어째 갈 수 록 장난만 늘어 이사람은."

...하아-

김여주 아침부터 당했다는 굴욕감에 허공에 발길질를 했다.

난 어떻게 매번 아침마다 당하냐..

똑똑똑.-

철컥.

선생님, 점심 드세요

수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 네

오늘 점심은 뭐예요?

오늘 학교 앞에 분식집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뭘 또 주고 가셨어요

아, 진짜요?

학교 앞 분식집 아주머니면...

네, 전에 다리 다쳐서 온 학생(태현) 어머님이신 것 같아요

그때 감사하다구 전해달라고 하시던데요

아, 뭘 이런 걸 다..ㅎㅎ

아~, 정말 마을 분들이라 그런가 정이 많으시다니깐..

흐음~~

여주는 수빈이 가져온 봉지를 열어본다.

부스럭.-

아까 잠깐 봤는데

...응

김밥이네..

봉지 속 김밥을 마주하자 아침에 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 김밥 안 좋아하세요?

아뇨..

좋아해요..

그때 그냥 그 손가락을 콱 물어버리는 건데...(중얼)

네..?

맛있겠다구요ㅎㅎ

정말..^^

우연도 참

우연도 참 내 편은 아닌가 보다..

"야, 다리는 괜찮냐"

...아, 네

그러게, 사내자식이 담도 못 넘냐ㅋ

...

담은 왜 넘어가지구..~

분명 선배가 먼저...

쓰흡.

됐고.

오늘 끝나고 피방ㄱㄱ?

...안돼요

끝나고 과외있어요

..머어!?

너는 틈만 나면 공부냐

맨날 비실비실거려서는 담도 못 넘는 거 아니야~!

...담 넘는게 자랑이냐고요;

ㅋㅋㅋㅋ

근데 니도 예전에는 잘만 넘어갔으면서

요즘 다 죽었다?

예, 그새 늙었나 보죠

ㅋㅋㅋㅋㅋㅋㅋ

나이는 선배가 더 많은 거 알죠?

...므어?

태현은 그렇게 말하며 교문을 넘었다.

ㅇ..이게

ㅇ..이게 무슨 뜻 일까..!!?

범규는 태현을 뒤따라 교문 안으로 향했다.

탁탁.-

"다들 조용"

교탁 앞, 단임선생님의 옆으로 낯선 아이가 서 있었다.

" 우리 학교에 전학생이 왔다. "

" 다들 친하게 지내라 "

안녕, 나는 휴닝카이라고 해

...?

"헐, 외국인인가 봐"

"한국어 되게 잘 하네"

"잘생겼다.."

" 카이는 빈 자리 가서 앉아라 "

네!

털썩.-

...0ㅅ0

태현이 옆자리에 앉은 카이는 똘망한 눈빛으로 태현을 바라보았다.

...

...안녕

안녕!!

카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웃어보였다.

이름이 뭐야?

강태현..인데

태현..(중얼)

친하게 지내자..!!

...어, 그래

태현은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학생이라니

이 깡시골에..

게다가 외국인처럼 생긴 애가..

태현은 낯선 인물에 경계 선 모습이다.

그런데, 어쩐지 이 녀석...

나를 졸졸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야,

응??

넌 집이 어딘데..

아.., 이쪽 맞아!

00번지 건너편이거든

...아, 그래?

00번지..,

태현은 무언갈 떠올렸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야, 강태현~!!!"

그때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다가왔다.

?

...하아,

태현은 멀리서부터 알 것 같은 목소리에 옅은 탄식을 한다.

야, 진짜 안 가냐!?

아침에 안 간다고 했잖아요..

에잉, 의리도 없냐

먼저 가 버리고-3-

선배 친구없어요?

왜 학년도 다른 동생이랑 놀고 싶으세요

...야, 그렇게 말하면

허윽 좀 상처인데

...

...오바한다.

ㅋㅋㅋㅋㅋ

그니까 놀아줘라..~~

...0ㅅ0

?

범규는 태현에 옆에 서 있는 멀대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뭐야 얘는

저희 반 전학생

아..~!

아, 안녕하세요..!

휴닝 카이입니다!!

오..전학생은 진짜 오랜만인데

..에?

아무래도 누가 이 깡시골에 오고 싶겠어, 다 서울로 가지

아하하ㅎ

저는 여기 좋아요

공기도 좋고, 하늘도 맑고..!!

짜식.

뭘 좀 아는 놈이네

너, 맘에 든다.

범규는 카이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ㅎㅎ..

"저기, 학생들"

누군가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터벅터벅.

걸어오는 걸음걸이가 이 마을 사람이 아닌 게 느껴질 정도다.

혹시, 소아과 가는 곳이 어느쪽인지 아나?

넹?

소아과라고 하던데.., 이쪽은 아닌가

검은 자켓, 곧게 뻗은 다리에 비싸 보이는 구두를 신은 남자다.

0ㅅ0..

아~!

여긴 병원이 하나긴 한데, 의사누나가 진짜 미인이세요

미인..?

..허,

연준은 피식 웃음을 참으며 묻는다

그 병원 어디로 가면 될까요 학생?

여기서 직진하셔서 신호등 앞에서 왼쪽으로 가시면 돼요!

아, 고마워요 학생

연준은 그렇게 범규가 가르킨 방향으로 걸어갔다.

...

...야, 방금 저 사람 모델인가

...그러게여

키도 짱 크고, 옷도 서울 사람 같드라...

..구니까요

...

야, 강텬 넌 왜 갑자기 말이 없냐

..네?

뭐야, 멍때렸어?

아..아뇨

...얼른 가요

...?

_

_

다음화에 계속>>>>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다들 즐거운 한가위 보내고 계신가오?

저는

간만에 남는 게 시간인 사람이 되었음다

그래서 다시 찾아왔음다

이런 기회 흔치 않으니

이 글을 마주친 사람은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일세

하하.

이제 슬슬 스토리 진행이 들어가야 될 것 같아서 인물이 새롭게 생겼는데요

떡밥 줄줄 흘리고 다닐게요

다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