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모든 말들
그리고 왕의 모든 사람들


이곳에서 묶여 있은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깜빡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던 그 때,

들려오는 폭발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창고 안에 연기가 자욱했고 창고 안 공기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저 멀리서 승민이 형이 달려왔다.


승민
괜찮으십니까?!


정인
형...

승민이 형이 내 손과 발의 속박을 풀고 있던 순간

지진처럼 땅이 흔들리더니 천장이 내 쪽으로 무너졌고 그걸 또 승민이 형이 날 몸으로 감싸 대신 맞아버렸다.


정인
형!!


정인
형 정신 차려봐!!

형의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고 온 몸이 건물 파편들에 깔려 움직이지 못했다.


정인
형!!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는 형을 나는 최대한 거대한 파편들에게서 꺼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직 속박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점점 자욱해지는 연기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정신을 잃기 직전 멀리서 군사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구출되어 있었다.


창빈
깼냐?


정인
승민이 형 어딨어?


창빈
치료받고 있어.

나는 곧장 일어나 형에게로 뛰어가려 했다.


창빈
야!! 지금 일어나면 안돼!

나는 창빈이의 말처럼 몇 발자국 가지 못해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져버렸다.

눈 앞에 새하얘지며 숨이 턱 막혔다.

창빈이는 나를 부축해 다시 침대에 눕혔다.


창빈
갑자기 그러면 어떡해!


창빈
그리고 승민이 형 아직 치료중이라 가도 못 만나.


창빈
얌전히 누워있어.

나는 순순히 다시 침대에 누웠고 창빈이도 내 옆에 앉았다.


정인
누구였을까...?


창빈
얼굴 못봤어?


정인
얼굴은 무슨 목소리도 못들었어.


정인
...너 어깨.

창빈이의 어깨에서는 피가 새어나와 웃을 적시고 있었다.


창빈
어?


정인
너나 가서 치료받아.

창빈이가 어깨쪽 옷을 내리자 창빈이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함을 느꼈다.

창빈이의 어깨는 붕대로 꽁꽁 감아져 있었고 피가 얼마나 많이 났는지 그 붕대가 다 젖어 옷 위로까지 피가 새어 나온 것이었다.


정인
‘날 구하다 그런 거겠지.’


정인
얼른 가서 치료 받아.


창빈
그래야겠다...

창빈이도 자기 상태를 보고 놀란 듯 했다.

나는 창빈이와 함께 왕실 의원에게로 향했다.

그곳은 여전히 승민이 형의 수술을 하느라 분주했다.

우리 둘은 숙연하게 그 자리를 지켰다.


현식
전하. 오셨습니까?

의원이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로 날 맞았다.


정인
승민이 형은?


현식
일단 긴급 조치는 마쳤습니다.


현식
다행히 목숨이 위험한 시기는 지났고 이제 잘 버텨주기만 하면 됩니다.


정인
다행이다...


창빈
저 혹시 붕대만 좀 갈아줄 수 있어요?


현식
네. 들어오시죠.


정인
그 사람한테 직접 맞았어?


창빈
응.


창빈
괜히 덤볐어.


정인
너... 꽤 잘 싸우지 않아? 너 기사 시험도 합격 했었잖아.


창빈
응. 나도 그래서 덤볐는데 그 사람 진짜 보통 사람은 아니야.


창빈
그러니까 그렇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할 수 있는 거겠지.


정인
‘모두 날 지키다가...’


정인
‘어째서 나만... 해치지 않은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