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모든 말들
생각에 잠겼다


진실을 알아버린채 방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두배쯤 더 답답해져 있었다.


승민
드디어 내일이네요.


정인
응...


승민
기대되지 않으세요?


승민
왕자님께도 첫 여행이잖아요.


정인
기대돼.


정인
‘그래. 가서 다 잊고 오자.’

다음날 아침 우리는 해가 뜨기 전부터 말을 타고 가장 가까운 바닷가로 향했다.


정인
우와...


정인
나 바다 처음 봐.


창빈
나도...

평생 수도에서 살았던 우리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았다.


현진
와 바다다!!

적막을 깨고 현진이 형이 바닷물에 뛰어들었고 그 물이 승민이 형에게 다 튀었다.


승민
야! 황현진!!


현진
왜?


승민
다 튀었잖아!!


현진
너도 들어오던가.


승민
딱 기다려.


창빈
나도 들어갈래!


창빈
어? 물이 진짜 짜!


현진
바닷물이 당연히 짜지.


승민
창빈이 바보.


창빈
형들보다 많이 배웠어!

한참 시끌시끌하던 와중


창빈
야, 저기 봐봐.

창빈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는 순간 창빈이는 나를 밀어 물에 빠뜨렸다.


정인
야!!

우리는 바다에서 왁자지껄하게 한참을 놀았다.

배가 고파지자 우리는 물에서 나와 젖은 옷을 갈아입고

밥을 먹고 다시 해변가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았다.

복잡했던 마음이 모두 사라지는 듯 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유였다.

홀로 앉아있던 내 곁에 창빈이가 다가와 털썩 앉았다.


창빈
아 좋다.


창빈
여기 계속 살고 싶다.


정인
나도.


정인
부족한 것 없는 삶이지만 막상 우리에게 이런 자유와 용기가 없었지도 몰라.


창빈
정인아.


창빈
넌 왕이 되고싶냐?

창빈이가 물었다.


정인
그닥 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딱히 싫지도 않아.


정인
하지만 적어도 내가 왕이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거야.


정인
썩은 것들은 잘라내고 새것으로 채우는.


정인
물론 쉽지 않겠지만 나는 그런 꿈을 꿔.


정인
멈출 수 없는 열차라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철로를 놓아야지.

창빈이는 내 대답을 듣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창빈
기대된다.


창빈
네가 만들어갈 세상이 기대 돼.


정인
나도.


정인
너랑 같이 만들어 낼 세상이 기대 돼.


창빈
네가 왕이 되고 나서도 우린 또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을까?


정인
그때 참 재밌었지 하고 있지 않을까.


창빈
그러겠네.

창빈이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창빈
그러면서도 서로 오글거려서 얼굴도 못보고 있을걸.


창빈
지금처럼 말이야.


정인
맞아. 정말 그럴거야.

나도 웃음을 터뜨렸고 우리는 그렇게 한참 실없이 웃었다.

행복했다. 진심으로.

이 행복과 평화가 오래 나와 함께 하길.

그리고 너와도 함께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