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모든 말들
모든 게 괜찮았을 때


나는 왕이 되기로 했다.

수도에 있던 행궁으로 거처를 정했고 모든 대신들에게 그곳으로 모이라고 통보했다.

선생님은 내 대부가 되어주셨고 나는 창빈이를 재상으로 등용했다.

물론 기존의 연륜있는 관리들도 그대로 등용해 모두 선생님으로 삼았다.


정인
'상황이 어지러운 만큼 즉위를 확실하게 하는 게 중요해.'

즉위식 날, 화려하진 못했지만 확실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던 중

콰광_!

입구 쪽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정인
'어... 그때...'

모두의 시선이 쏠리는 곳에 그 사람이 있었다.

그때와 똑같이 검은 망토와 가면을 쓰고 있어 누가 봐도 궁에 불을 낸 사람과 같은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창빈
잡아!!

창빈이의 외침을 들은 군인들은 서둘러 그 사람에게로 달려갔지만

그 사람은 군인들이 도착하기 전 이미 연기를 일으켜 시야를 가린 후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정인
현진이 형. 저 사람 찾아와.


현진
예.

즉위식은 엉망이 되었지만 나는 일단 식을 마무리했다.

그날 밤, 현진이 형이 복귀했지만 그 사람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정인
고생했어.


현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정인
아냐. 뭘 죄송해.


창빈
근데 진짜 누굴까...


창빈
후보조차 좁혀지지가 않아.


현진
이번에 수사팀을 제대로 짜서 제게 주시면 반드시 잡아오겠습니다.


정인
승민이 형이 괜찮다면.


승민
전 괜찮습니다.


정인
그럼 좋아.


정인
너무 무리하지 말고. 당장 못 잡아도 되니까.


현진
네. 알겠습니다.

다음날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국정을 돌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일들이 순탄히 진행되었지만 그 사람을 찾는 일만은 진전이 보이지 않았다.


정인
'대화라도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만...'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전하!! 지금 공작가에 그 사람이...!!"

그가 나타났다.

우리는 바로 그곳으로 달려갔지만 건물은 모두 파괴되어 있었고

그 사람은 결코 손이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었다.

내가 도착하자 몇 초 후 그 사람은 지붕 뒤로 달아났다.

그 사람과 마주친 것은 고작 몇 초였지만 왠지 눈이 마주친 것만 같았다.

난 상황을 수습한 뒤 다시 궁으로 돌아왔다.


정인
이상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해


정인
꼭 내게 보여주겠단 듯이...


정인
왜 자꾸 내게 모습을 보여줄까?


정인
검은 망토... 검은 가면...


정인
보통은 들키기 싫다면 자기 모습을 숨기지 않나?


창빈
음... 일단 저 사람의 목적이 뭔지 모르겠어.


창빈
많이 죽이는게 목적은 아닌 것 같아.


창빈
어떤 이유에서든 네 눈에 띄고 싶은 것 같은데


정인
그러니까 왜...



정인
승민이 형, 현진이 형 돌아왔어?


승민
아뇨. 아직 안 돌아왔습니다.


정인
아까 그 사람 쫓아가더니...


정인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승민
아닐거에요. 분명 또 정신 팔려서 쫓다가 시간이 늦은 줄 모르고 있을겁니다.


정인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다음날이 되어도, 그 다음날이 되어도 현진이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