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레드

Ep.01.1 • 어느날의 mort day

[본 내용은 사실이 아닌 허구의 픽션일 뿐입니다.]

이 이야기는 몇 년 전 대한병원는 한 진료실에서부터 시작한다.

별이 하늘을 꾸민 밤, 복도 불마저 다 꺼져있는 병원에서 말이다.

인체 해부도와 뼈만 앙상히 있는 마네킹이  놓인, 불 하나 키지 않고 노란 불빛을 띄우는 램프하나만이 켜져있는 화이트톤의 방은 정신병원마냥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양 쪽 벽에 붙은 책장엔 책들로 빼곡히 차있고 방 중심엔 책상이 놓여있고, 읽기도 힘든 전문용어로 여백없이 적혀있는 종이들이 질서없이 쌓여 있다.

살아 숨 쉬는 거라곤 두 대의 컴퓨터를 번가라 보는 의사가운 입은 여자 뿐, 그런 방엔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만 조용히 들렸다.

그녀의 얼룩하나 묻지 않은 하얀 가운 오른쪽엔 '우여주' 세 글자가 써있다.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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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주

“네, 들어오세요.”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컴퓨터를 응시하던 그녀는 노크소리에 어깨를 주무르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시선은 여전히 컴퓨터에 향해있었지만 말이다.

김 간호사

“교수님, 회식 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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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주

“네, 보다시피 정리할게 많아서요.”

김 간호사

"내일 하시고 오늘은 그냥 노는 게 어떠세요? 6월 13일인데...”

그렇다, 오늘은 일 년에 단 한번 뿐인 모트데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특히 20대의 청춘을 즐기고 있는 자들을 위한 대축제였다. 특히 GS(일반외과)는 매 년 오는 이날 회식을 하곤 했다.

그녀는 컴퓨터에 고정하던 시선으로 통 창문 넘어 건물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형형색깔의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고, 줄지어 다니는 개미마냥 도로를 가득 맺군 사람들이 보였다. 디즈니에 나오는 백설공주부터 어벤져스에 나오는 타노스까지.

가지각색의 분장들 한 사람들을 빤히 보다 자신의 앞에 서있는 김간호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 간호사

“진짜 재미있을텐데, 같이 가요-“

이미 분홍색과 흰색이 적절히 섞여있는 간호사복장을 입은 좀비로 분장한 김간호사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헛웃음같은 어이없는 그런 웃음.

이미 준비도 다 끝내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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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주

"동료 친구분들이랑 다녀오세요. 이런 날일 수록 환자들이 수두룩 빽빽인데 저라도 자리 지켜야죠"

김 간호사

"지금은 그 소명의식 좀 내려놓으셔도 될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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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주

"의사로서의 윤리의식이라고 하죠."

그녀는 자신은 의사가운을 걷어 손목에 걸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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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주

"곧 있으면 14일인데 얼른 가보세요. 나중에 저때문에 못 놀았다고 하시지 마시고."

김 간호사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김간호사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 후 모든사람들이 즐기는 축제로 나갔다.

아아-, 정정하겠다. 그녀를 뺀 모든 사람이다.

그녀는 일 말의 아쉬움도 없이 다시 마우스의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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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쭈-“

화면에 뜬 창을 닫기도 전, 조심스레 열리던 아까와는 다르게 벌컥 열린 문으로 여자 한 명이 서슴없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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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주

"윤쌤, 상당히 예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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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퇴근 시간 다 지났는데 굳이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나. 그러지 말고 우리도 회식 가자-"

언제나 차분하고 이성적인 그녀와 그녀를 쭈라고 부르며 발랄하게 들어온 여자, 그러니까 우여주와 윤소정.

이 둘은 상극이지만 무려 10년지기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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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작년에도 못 놀았잖아, 우리도 놀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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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주

"방금 막 김간호사님 나가셨어, 둘이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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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아아- 너없으면 무슨 재미로 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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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주

"평소 혼자 클럽도 잘 다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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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진짜 안 가게? 너도 남자 좀 만나야지, 이 기집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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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주

"진짜 안 간다니까. 내 몫까지 열심히 놀고와. 내가 준 목걸이도 했네, 예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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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치, 하여간 우여주 일에 미친 건 알아야 된다니까."

자신이 작년 생일 선물로 준 빨간 루비가 박힌 진주목걸이를 한 채로 밉게 째려보며 궁시렁 되는 소정으로 보고 살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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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주

"운명의 짝이나 열심히 찾고 오세요, 윤소정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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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 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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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주

“응, 조심히 다녀와.”

소정마저 나간 사무실인 익숙한 정적이 찾아왔다. 그 날따라 유독 서늘한 6월 13일이였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나와 축제를 즐길 동안 밤새 일한 그녀는 진료실에서 밤을 지새웠다.

오랜만에 작품으로 인사드리네요,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