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레드
Ep.04 • 의문의 말동무


[본 내용은 사실이 아닌 허구의 픽션일 뿐입니다.]




우여주
“......”

어제밤 이후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여주였다.

잡힐리가 있나,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뱀파이어뿐인데.

한 손으론 턱을 괴고 다른 손은 손톱으로 테이블을 쳐 일정한 속도로 소리를 내었다.


찾았는데, 드디어 몇 년만에 찾았는데. 그러면 뭐하나 어젯밤 하늘로 사라졌는데.

자신의 목을 보호했다는 안도감과 그 자리에서 놓쳤다는 허무함. 복잠미묘한 감정이 그녀 곁을 맴돌았다.


아-, 나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뱀파이어랑 키스했는데... 죽는 건가.

생각이 끊임없이 증폭됐고 어떻게든 마지막은 결국 죽음이였다.

"교수님-"

하루에 죽은 사람 몇 명씩 봐서 죽음이 별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가봐.

책상을 두들기던 손은 미세하게 떨려왔다.

김 간호사
"교수님-?"


우여주
"...네? 아, 네"

문 밖에서 몇 번을 불러도 대답없는 여주에 결국 진료실 안으로 들어온 간호사였다.

간호사의 부름에서야 정신을 번뜩일 수 있었다.


김 간호사
"...괜찮으세요? 안색이 창백하신데"


우여주
"괜찮아요, 걱정안하셔도 돼요."

김 간호사
"환자 들여보네도 될까요?"


우여주
"아 네. 그렇게 해주세요."

김 간호사
"김민석 환자님 들어오세요"


-


-


우여주
"조금 더 경과를 지켜보시다가 여전히 아프시면 다시 찾아오세요"

마우스를 딸깍거리다가 환자를 향해 안심하라는듯 웃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우여주
"다행히 아직은 수술하실 정도는 아니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우여주
"약 꾸준히 복용하시구요, 아프시면 꼭 찾아오셔야 해요."

따스한 웃음을 보이며 환자를 마주하고 있는 여주는 기계마냥 단 하나의 오차없는 수술로만 엘리트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이 아니였다.

주위 사람들은 그녀가 잘 웃지않고 감정이 매말랐다고 할만큼 차갑다고 하지만.

그런 여주는 환자들에게 만큼은 때론 엄마, 때론 의사, 때론 동네 언니같은 친근함과 친절함을 배풀었다.


마지막 환자까지 받았을 땐 방을 비추던 해는 지고 오직 인공적인 불빛만이 방을 비추고 있었다.

김 간호사
"교수님 오늘은 퇴근하시는 거예요?"

하얀 의사가운을 벗고 사복차림의 여주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뜬 간호사였다.

퇴근하는 우교수를 본 날엔 무조건 복권을 사라는 말이 돌정도로 여주는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으니 놀랄 수 밖에.



우여주
"네, 저 내일 오전 회진도 없고 수술도 확실히 없죠?"

김 간호사
"수술은 없구요, 오후 5시 회진만 있네요"


우여주
"그럼 저 먼저 갑니다, 다들 수고하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내일 일정이 비었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의 발길이 향한 곳은 다름아닌 집 앞 편의점이였다.

어제 그 일이 계속 머리 속을 나가지 않자 도저히 맨정신으론 못 있겠다는 여주였다.

편의점 알바생이 혼자 지키고 있는 편의점에 들어간 여주는 처음처럼 3병을 들었다.

여주와 알바생외에는 아무도 없었던 터라 빨리 계산할 수 있었다.

"18000원입니다-"


우여주
"여기요."

"봉투에 담아드릴까요?"


우여주
"괜찮습니다, 앞에서 마실거라서요"

"종이컵 드릴게요"


우여주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야외 테이블에 앉은 여주는 종이컵을 집었다가 도로 내려놓고 소주병 입구에 입을 가져다 댔다

거침없이 식도를 찌르는 특유의 쓴맛에 눈쌀을 찌푸렸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들이켰다.


우여주
“푸우...”

어느새 두병은 이미 비어있었고 마지막 초록색 병 안에 반 이상 빈 소주가 찰랑거리며 테이블에 놓아졌다.

여주는 눈이 반쯤 풀린 채 턱을 괴고 개미 한마리 지나가지 않는 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여주
"다들 없대... 있는데... 내가 봤는데-..."

목적어가 없어도 우린 충분히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만 믿고 다른 이는 부정하는 존재가 뱀파이어 말고 뭐가 더 있겠는가.



우여주
"내가-... 쩌어-기서 봤는데..."

그녀는 골목쪽으로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뱀파이어 있는데, 나 죽을 뻔 했는데.. 라며 중얼거리는 그녀의 앞으로 한 남성이 편의점에서 걸어나왔다.

그는 그녀의 검지에 자신의 검지를 맞대며 장난스레 웃었다.


"접선중인건가?"


우여주
"....뭐야."

갑자기 등장한 사람으로 당황한 그녀는 눈쌀을 찌푸렸다가 금새 펴졌다.

그는 생각보다, 아니 많이 잘생겼거든. 이 세상의 미모가 아닐 정도로.

"그 쪽이야 말로 뭐해요."


우여주
"...신세한탄 중인데요. ...있잖아요, 그 쪽은 뱀파이어를 믿어요?"

밑도 끝도 없이 대뜸 뱀파이어를 찾는 여주에 당황할법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다.


"귀신도 있는 마당에 뱀파이어가 없을리가 없죠."


우여주
"그쵸! 그 쪽 나랑 말이 좀 맞네요. 여기 좀 앉아봐요"

제 말을 믿어주는 사람을 만났단 것에 신난 여주는 그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우여주
"말동무 좀 해줄래요? 주변엔 말이 안통하는 사람밖에 없어서 조금 답답했거든요."


"이렇게 만난 것도 운명인데, 흔쾌히-"

해사하게 웃는 그는 신의 모습을 형상화 한듯했다.

천사와 악마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밟고 인간은 유혹하는 그런 신.


우여주
“.......”

지독히도 달콤한 그에게 중독된 듯 그녀는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