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은 S급 헌터
제 6 화 비각성자 입니다만?(1)


제 6 화 비각성자 입니다만(1)

위치를 듣고 도착한 게이트 주변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바리게이트를 쳐놓긴 했지만 게이트에 휘말린 이들의 가족들이 그 앞에서 진을 친 채, 울부짖고 있었다.

YOU
“음, 이 상태로는 들어가기 힘들 것 같은데.”

게이트쪽으로 다가가려고 해도 사람들이 빈틈없이 애워싸고 있는 탓에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YOU
“음, 팀장님. 게이트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유 연석
[아, 파견된 헌터들에겐 말해놨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인듯 입구 쪽에 있던 헌터 한 명이 나를 발견하고 내게 다가왔다.

“이 단아양 되시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는 위에서 지시가 있었으니 안내를 하긴 하지만, 내가 영 미덥지 못한 듯 했다.

아무래도 비각성자로 알려지다보니 바벨탑의 튜토리얼은 무슨 속임수가 있었던 게 아닌 지 의심스러울 법도 했다.

YOU
“고맙습니다.”

안내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한 단아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자다가 다급하게 나온 탓에 편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단아가 천천히 걷는 모습을 보니 마치 밤 산책을 나온 것처럼 보였다.

저 애, 지금 게이트로 들어가는 건가? 끽해야 고등학생인 것 같은데? 저 애, 그 애 아니야? 콘서트장 게이트!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고, 못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 속에는 공통적으로 불씬이 자리잡았다.

수근거리는 소리에도 단아는 끝까지 여유로운 걸음을 유지하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시스템
- 게이트에 입장했습니다.

시스템
- 개체를 확인합니다. 이 단아(비각성자)

게이트에 들어서자마자 바다 특유의 짠 냄새가 코 속을 찔러왔다.

불길한 검붉은 하늘 아래 붉은 바다는 시각적으로 사람의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기엔 딱 좋았다. 거기에 높은 습도로 인해 온 몸이 끈적해지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바다의 짠 냄새와 인간의 피 냄새가 뒤 섞인 것으로 보아 이미 꽤나 많은 인간이 잡아먹힌 듯 했다.

S급 헌터인 만큼 오빠가 아직은 무사할 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과연 측정불가 게이트인 만큼 단순한 몬스터가 아닌 지능을 지닌 종족인 듯 했다.

YOU
“빨리 움직여야겠지...”

게이트를 둘러보니 꽤나 넓은 듯 했고, 물의 양도 빠른 속도로 늘어가는 듯 했다.

YOU
“[어둠의 조각들이여, 나의 손과 발이 되어라.]”

단아의 영창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그림자가 요동치며, 퍼져나가더니 단아의 주변에 온 몸이 검은 병사들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빼곡히 생겨났다.

첫 번째, 삶에서 악마에게 받은 히 중 가장 유용하게 사용했던 힘.

먹지 않아도, 쉬지 않아도, 지치지도, 죽지도 않는 불사의 그림자 군단.

평범한 인간들이 상대하기 절대 쉽지 않은 상대였기에 나는 그림자 군단을 이용해 수많은 인간의 목숨을 빼앗았다.

그런 무서운 능력을 이번엔 인간을 구하는데 사용하게 될 줄이야.

YOU
“이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을 찾아서 보호해.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라. 우리 오빠를 찾는 즉시 내게 알리도록 해.”

그림자들은 언제나 받았던 명령과 정반대되는 명령에 잠시 혼란스러워하긴 했지만, 그림자들은 곧바로 사방으로 흩어졌다.

방금의 것으로 인명 구조는 해결됐다고 봐도 무방했다. 인간을 죽이기 위해 소환했던 녀석들이기에 인간의 위치를 찾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으니까.

YOU
“그럼 나는 보스를 잡아야하니, 지원군을 좀 불러볼까?”

첫 번째 삶, 나의 영혼의 벗.

유일하게 내가 믿을 수 있는 존재였으며, 그 삶의 유일한 미련이었다.

두 번째 삶에서 그를 부르려 해봤지만 마력이 없었기에 소환할 수 없었고, 지금의 삶에선 그를 소환할 정도로 넓은 공간이 없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게이트라면 바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소환할 수 있겠지.

YOU
“[하늘과 땅의 지배자여, 영혼의 계약을 나눈 나의 벗이여. 내게로 오라, 파트리시아.]”

주문이 완료되는 순간 머리 위로 그려지는 마법진을 보며 단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오랫만에 불러내는 것이었기에 그가 응답해줄 거라는 자신이 없었다.

거대한 포효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금빛의 드래곤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 자신의 바로 아래에 있는 작은 인간의 형체를 본 후 곧바로 모습을 바꾸었다.

햇빛을 머금은 듯한 찬란한 금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루비를 연상시키는 붉은 눈동자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긴 팔로 단아를 품에 가둔 그는 아무 말 없이 흐느꼈다.

YOU
“...나를 만나서 반가운 건 알겠는데, 우선 이 게이트를 정리한 후에 해야 해서 말이지. 일단 떨어져줄래?”

파트리시아와 다르게 단아는 꽤 담담했다. 유일한 미련이라고 말했던 것과는 새삼 다른 반응이었다.

단아 스스로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일까?


파트리시아
“...게이트 정리?”

YOU
“이곳에서 가장 강한 몬스터를 죽이는 거야.”


파트리시아
“간단하군.”

그렇게 말한 파트리시아는 여전히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손가락을 바다를 향해 가리킨 후 공격마법을 시전했다.

그에게 있어선 아주 간단한 마법이었으나 보스 몬스터를 죽이기엔 충분했다.

바다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보스를 정확하게 노렸고, 너무나도 간단하게 게이터를 클리어했다.

시스템
- 게이트가 클리어 되었습니다.

시스템
- 혼자서 보스를 사냥한 비각성자! 원샷 원킬!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시스템
- 추가 보상으로 ‘바다의 파괴자’라는 호칭이 주어집니다. 물에 사는 몬스터는 당신의 앞에서 심신미약 상태에 빠집니다!

... 심신미약이라니, 마치 보스 몬스터 같잖아?

영혼으로 묶였기 때문일까, 보스를 죽인 것은 파트리시아였지만, 나 혼자 처리한 걸로 적용되었다.

영혼의 계약과 테이밍이 동급으로 되는 걸까?


파트리시아
“이제 됐지?

마법을 시전했던 팔로 다시 허리를 감싸오며, 더 꽉 끌어 안는 그의 등을 토닥였다.

그가 내 유일한 미련이었듯, 나 역시 그에게 유일한 존재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