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튼 간 걘 아니야
네가 너무 바뀐 거지. 나쁜 애들 때문에..


중1 2학기.

여주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지원이가 있는, 7명짜리 큰 여자 무리에 늦게 들어가게 됐다. (여자무리 멤버: 지원, 예린, 민희, 유진, 혜리, 예영, 여주)

그런데 처음부터 몇 명은 여주를 곱게 보지 않았다.

여주도 새로운 친구들과 편하진 않았지만 지원이가 있어서 그냥저냥 함께 지냈다.

어느 날, 지원이의 남자친구 박지훈과, 무리에서 남사친이 많기로 유명한 예린이 장난을 치다가 예린이 도망가고, 지훈이 그 뒤를 쫓아가는 걸 여주와 지원이 목격했다.


최여주
(지원에게 작게)"누가 보면 쟤네가 사귀는 줄 알겠다. 지훈이한테 좀 뭐라 해."


지원
"…그냥 장난인데 뭘." (표정이 살짝 굳는다)

며칠 뒤, 여주의 폰에 긴 톡이 도착했다.


예린
"여주야, 지원이한테 들었는데 니가 우리 무리 애들한테 내가 지훈이한테 꼬리친다고 했다며?“


예린
”너가 지훈이 여친도 아니고 이러는 것도 이해 안 되고, 내가 너한테 잘못한 거 있어?“


예린
”이런 식으로 나 뒷담까는 거 진짜 아니라고 생각해.“


예린
“내가 지원이한테만 들어서 니 입장은 모르지만 이 톡 보면 연락해. 내일 얼굴 보고 얘기하자."

여주는 너무 놀랐다.

단짝이라고 믿었던 지원이 질투를 느껴 예린에게 경고하기 위해 , 오히려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

자신이 예린한테 하고 싶었던 말을 착한 이미지 못 버리겠어서 여주한테 뒤집어씌운 것이었다.

다음날, 예린과 무리 몇 명 앞에서 여주는 해명했다.


최여주
(손을 미세하지만 많이 떨며)"나 그런 말 한 적 없어. 진짜야."


예린
(시선 피하며)"지원이가 그랬는데…"


최여주
"지원아, 내가 그랬어?"


지원
(순수한 표정으로)"네가 ‘예린이가 지훈이한테 여우짓하더라’, 그랬잖아."

(여주시점)또 저 표정이다.

지원이는 모두가 인정하는 귀엽고 순수하게 생기고 착한 아이였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지원이와 친해지거 싶은 애들이 많았고, 지원이는 착한 이미지를 쌓아올렸다.

지원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가끔 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해왔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신경쓰였지만 대수롭지 않은 척 넘겼다.

따져봤자 다들 이미지 좋은 지원이 말만 믿을 게 뻔했기에 굳이 따지려들지 않았다.

거짓말과 착한 척을 할수록 더 순수해지는 저 표정.

그걸 지금 보게 되다니…지원이가 저 표정을 지을 때마다 항상 지원이가 원하는 상황대로 흘러갔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엔 얘네가 지원이편을 들겠구나’….망연자실해 있었다.

하지만 번뜩 떠오른 예린이가 보낸 톡의 한 문장.

지원이한테 들었는데 니가 “우리 무리 애들한테” 내가 지훈이한테 꼬리친다고 했다며?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기에 무리 여자 애들도 내가 이런 말 한 적 없다고 증언해주었다.

오해는 풀렸다. 다만…..

급히 위기 의식이 든건지…지원이가 한 마디 했다.


지원
"우리 이런 사이 아니었잖아… 이 얘기는 다시 꺼내지 말고, 그냥 없던 일처럼 하자. 예전처럼 친하게..”

더 있다가는 ㅈ될 것 같고…착한 타이틀은 유지하고 싶고… 딱 걔의 방식이었다.

애들도 이 사건에 대해서 이제 그만 말하자고 한다.

다 왔는데, 내가 사과받을 수 있었는데….결국 못 받았다.사과.

결국. 오해는 밝혀졌지만 지원이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갔다.

나를 오해했던 예린이한테도 사과 못 받았다.

예린이는 오히려 “나도 피해자야.”라며 사과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쁜 ㄴ들한테 진심도 아닐 사과를 받을 마음도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리애들은 나보다 지원이와 함께한 시간이 길었고, 여주가 무리에 들어온 것이 맘에 차지 않았어서 지원이 그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말자고 한 것에 동의했던 것 같다.

여주는 씁쓸했지만 참았다. 그게 무리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니까.

그 사건 이후,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이번엔 민희가 여주를 오해했다.

왜 여주한테만 이러는지…여주는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죄책감만 불어났다. 내가 모자라서 그런가….

여주는 또 힘들게 해명했고, 오해가 풀리자 민희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사과를 안했던 애들이 있어서인지 사과를 해준 민희한테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여주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지원, 지민, 혜리 등이 여주에게 말했다.


혜리
"민희가 너랑 같이 안 놀고 싶대. 솔직히 무리에 왜 끼워줬는지도 모르겠대.“


최여주
(얼어붙은 표정) 그래…? 어쩌라고. 나도 걔 싫어.

여주는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애써 쿨한 척 넘기려 했다.

그때부터 여주는 웃음을 조금씩 잃어갔다.

중1에서의 마지막 사건.

여주는 나름 서바이벌처럼 무리에서 지내고 있었다.

무리는 분열이 가서 여주는 무리 중 그나마 친하다 생각한 다른 애들이랑 지냈다.

어느 날, 그중 유진이와 혜리와 장난 아닌 장난을 치고 있었다.

장소는 학교 안에 설치된 작은 인공 우물이 있는 베란다형 휴게실.

유진과 혜리는 장난으로 여주를 우물 안으로 빠뜨리려 했다.

장난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은근히 쎘던 애들의 손길

여주는 안간 힘을 다 쓰며 버틴다.

유진은 뜻대로 되지 않았는지 여주의 실내화를 벗겨 인공 우물에 던져 버린다.

순간, 쉬는 시간 종이 울린다. 띠리리리리리리리리

유진과 혜리는 이번 교시 무서운 쌤이라며 먼저 반으로 들어가 버린다.(유진,혜리는 3반, 여주는 9반)

하지만 밖에 나와 있는 애들을 반으로 돌려보내려고 생안부 선생님께서 오고 계셨다.

생안부 선생님
”너 뭐야..빨리 들어가!얼른 얼른!“

하지만 실내화를 두고 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실내화를 좀 건져주시길 부탁하기에는 선생님깨서 누가 이랬냐고 물어볼 것 같아서 고민했다.

생안부 선생님
”뭐…뭐 때문에 안 들어가고 서 있노?“

재촉하는 선생님 때문에 결국 실내화를 건져달라고 부탁한다.

생안부 선생님
누가 그랬는데..?


최여주
“친구들이랑 장난치다가 이렇게 됐어요.”


최여주
“감사합니다. 바로 반으로 들어갈게요.”

생안부 선생님
“아니. 누가 그랬냐고. 학번 이름.”


최여주
“진짜 장난이어서 괜찮아요.“

생안부 선생님
”아니. 이런 장난이 꼭 크게 돼서 학폭까지 가는거야.“

생안부 선생님
“빨리 친구 이름 대.“


최여주
“아,….1학년 3반 김유진, 1학년 3반 정혜리요…“


최여주
“저 진짜 괜찮은데…”

이미 생안부 선생님은 유진, 혜리의 담임 선생님께 연락을 돌리고 계셨다.

몇교시 뒤.


혜리
“야 최여주. 너 생안부한테 다 일렀냐?”


최여주
“아니….나도 말 안하려고 했는데..쌤이 강요해서”


최여주
“어쩔 수 없었어. 미안….”


혜리
“됐어…”

그날 후로 혜리와 유진은 여주한테 말을 걸지도 않았고 무시했다.

그래서 여주도 그냥 무시했다.

무리의 남은 다른 여자애들과 지냈다.

며칠 뒤

유진에게서 온 카톡


유진
“너 왜 우리 무시해?”


유진
“예전부터 무리에 너 들어온 거 맘에 안 들었었어.”


유진
“너 무리에 들어오고 난 후부터 애들 더 자주 싸워.”


유진
“너 계속 이래버리면 내가 너 안 좋게 볼 수 밖에 없어.”

여주는 무서워서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유진은 다시 보냈다.


유진
"씹는 거야? 인스타 활동 뜨는데 오류인 거야? 씹지는 말아주라."

결국 여주는 조심스럽게 답장을 했다.

여주는 잘못한 게 없었고 팩트 기반으로 답장을 했다.

맞는 말밖에 없어서 당황했는지 유진은 오히려 여주의 답장을 씹었다.

이런 일들이 한번에 닥쳐서 여주는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밝고 잘 웃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말 한마디 할 때도 눈치를 보게 됐다.

여주는 이젠 여자애들과는 말도 섞기 싫었다.

학교 벤치


최여주
"…나 진짜 이상해졌어."


한동민
(옆에서 초코우유 빨며)"이상해진 건 네가 아니라 주변이 이상한 거겠지."


최여주
"아니야. 나 원래 진짜 잘 웃고 말 많았잖아. 근데 요즘은 그냥… 말하면 뒤에서 또 뭐라 할까 봐 무서워."


최여주
"…그때 이후로 뭔가 무너졌어. 내가 웃는 것도, 말하는 것도 다 조심스러워졌고. 어차피 누가 믿어주지도 않을 거잖아."


한동민
"그런 애들이 문제지, 네가 잘못한 거 아님."


최여주
(살짝 웃는다)"위로야, 그게?"


한동민
"아님. 그냥 사실 말한 거."


최여주
"하… 넌 참 변함이 없다."


한동민
(물 한 모금 마시며)"네가 너무 바뀐 거지. 나쁜 애들 때문에."


최여주
"근데… 이 얘기 왜 너한테 하고 있냐, 나도 웃기네."


한동민
(무심하게)"네 주변에 그 얘기 들어줄 애가 없으니까."


최여주
"…야, 그건 좀 서운한데."


한동민
"팩트잖아. 그리고 난 이런 거 들어도 괜찮아. 별 감정 안 생기거든.”


최여주
"너 은근 착한 거 알아?"


한동민
(얼굴 찡그리며)"그런 말 하지 마라. 소름 돋게."


최여주
“ㅋㅋㅋㅋㅋ그래도 너 덕분에 웃는다 내가…”


최여주
“고맙다 한동민.”


한동민
“고맙긴….”

여주가 조용히 웃는다.

그렇게라도 조금, 숨통이 트였다.

그 애는 차갑고, 무뚝뚝하고, 말도 별로 없지만...정말 이상하게도, 여주는 동민 옆에서는 마음이 조금씩 풀린다.

어쩌면, 진짜 친구란 한동민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작가
글을 쓰면서 한동민한테 제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어서 울컥했네요ㅠㅠ

작가
왕따 같은 건 아니고 그냥 여자애들무리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로 생각해주세요^^

작가
다음화는 원래 중2때의 일도 적을까…하다가 너무 많아서 고1 때의 일(작년)로 넘어가기로 했어요

작가
잘 봐주세요..!!댓글도 좀 남겨주세요…저 외로워요ㅜ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