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년
35 장미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4)


정국은 여전히 병원에 있었다.

이제 주현에게 깬 것도 커밍아웃했다.


배주현
'으어? 정국이 깼다! 깼다! 깼다? 의사쌤! 간호사쌔쌤...! 어이쿠! 아야! 정국아 기다려!'

... 다소 호들갑스러운 반응이었다.

하여튼, 여전히 움직일 수는 없는 상태였다.


전정국
'어우, 지루해.'

하루종일 병원에 있으면 어떨 것 같은가?

지루하고, 지루하고, 지루하다.

심지어는,


전정국
'폰은 테러때 깨졌고, 뭔놈의 병원이 티비도 없냐?'

폰도, 티비도 없어서, 정국은 진짜 할 게 없었다.

이럴 땐 자거나, 뭘 상상하거나 밖에 없는데,

정국은 낮에는 잠을 잘 못 자는 성격이어서 상상밖에 할 게 없었다.

과연 무슨 상상을 할 것 같은가?

뭐 블랙팬서가 되어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는 것 따위를 상상할까?

정국은,


전정국
'주현이와 벚꽃 데이트 가면 어떨까? 올해는 시들시들하긴 했지만..'

또는,


전정국
'주현이하고 다음번엔 멜로 영화 보면 좋겠다. 그러다 한 번은 분위기 잡고... 으흐흫!'

... 또는,


전정국
'주현이하고 러브샷 해서 마셔보고 싶다...'

...... 혹은,


전정국
'주현이랑...'

더 이상 떠올리기도 역겨울 정도로 배주현만 생각했다.


전정국
"아, 진짜 퇴원하고 싶다아아!!"

... 하지만 상상을 하니 오히려 더 고독함이 밀려왔다.

전정국이 고독한 전정국이 돼버렸을 당시,

슬기는 학교도 째고 어딘가 와 있었다.


강슬기
"자, 두 분이 강의건과 중고등학교 동창?"


임나연
"네... 걔가 워낙 기가 세서 다가가진 못했지만 소문도 많았고 하니깐..."

나온 말은 꽤나 의외였다.


강슬기
"... 기가 셌다고요?"


유정연
"예? 모르셨어요? 지금은 성격이 변했나?"


강슬기
"1년 전에도, 지금도 기가 세다기보단 오히려 멍멍이같은 느낌인데요."

그러자 두 사람이 상당히 놀란 얼굴이 돼 보였다.


임나연
"예?!"


유정연
"멍멍이라뇨.. 걔와 가장 안 어울리는 단어 중 하나네요..."

슬기가 곰곰히 생각했다.


강슬기
'기가 셌다고? 컨셉? 아님 연기?'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슬기
'아니.. 지금이 컨셉일지도.. 주현이에게 말하는 꼬라지를 봐.'

생각할수록 더욱 더 이상해질 뿐이었다.


임나연
"하여튼, 걔가 온리원 상속자니깐, 그 권력을 등에 업고 활개를 치고 다녔죠. 너 우리 엄마가 누군지 아냐, 이런 식으로."


유정연
"한 번은 뭣도 모르는 전학생이 걔한테 시비를 걸었는데, 애가 다음날 피떡이 돼서 오더니, 걔 아버지의 잘되고 있던 사업이 하루 만에 망하고, 걘 다시 이틀 만에 전학도 가고.. 이런 적도 있었어요."


강슬기
'와, 이 새끼 뭐하는 새끼야?'

깔수록 더욱 더 많이 나왔다. 마치 양파처럼.

그때 두 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임나연
"그쪽도 조심하세요.."


강슬기
"예?"


유정연
"이렇게 조사하다 혹시 온리원 심기가 상하면 그쪽 진짜.. 죽거나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 수도 있어요."

슬기가 코웃음을 쳤다.


강슬기
"그 정도는 감수하고 하는 거예요. 제 목숨보다 소중한 친구가 있어서요."

그 말대로,

내 친구에게 그런 상처를 준 놈은 용서 안한다.


강슬기
"좀 더 길게 얘기해보죠."

내가 어떻게 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