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쓸쓸하신
3화



박지민
" 잘까.. "

보스턴에서는 하루에 다섯시간도 채 못 잔것같은데.

넘처나는 시간이 어색한 지민이었다.

다시 노트북을 꺼내 논문 리서치를 하다가

기내식도 받아먹고, 영화도 보았다.

오랜만의 휴식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박지민
" 언제쯤 도착하죠? "

승무원
" 4시간정도 남았어요. 여기 앞에 스크린 보시면 실시간으로 알수있으세요. "


박지민
" 아, 네. "

가끔 왔다갔다 하긴했는데

시차는 물론 비행기도 적응되지 않았다.


김석진
_ 지민아- 언제 도착해...?


정호석
_ 지민 언제도착해~~ 보고싶다^^


김남준
_ 귀국하면 전화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김태형
_ 한국 도착하면 연락해라. 프로젝트 조기 마감되서 일주일 안에 출국할수있을거같아! ㅇㅁㅇ


박지민
" ... 집이 어디었더라. "

태형이 일주일안에 출국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제 방의 크기를 가늠했다.

방은 무슨, 뭐라도 잘 챙겨오면 다행이지.

방따윈 신경쓰지 않을 태형덕에 지민은 침대를 하나 더 사야하나, 고민중이었다.


박지민
" ... 집 좁은데... "

웬만한 사람이라면 서울에 40평짜리 아파트가 좁다고 하지는 않겠지.

그것도 서울 강남에. 하지만 지민은 좀 달랐다.

어릴때부터 넓은 저택같은 곳에 살아서그런지

아파트에는 도무지 익숙하지않았다.

미국에서 집을 알아보다 한 달정도만 있어보려고 했는데.

태형까지 들어온다면 빨리 집을 찾아봐야했다.


박지민
_ 김태형, 나 비행기야. 너 내 집에 들어오게?


김태형
_ 어, 왜? 너네집 넓지않아?


박지민
_ 집 안구했어? 뭐 챙길건데?


김태형
_ 옷하고... 컴퓨터하고... TV는 어떡하지?


박지민
_ 하아... 그럴줄알았다. TV는 놔둬. 미국 갈 일 있을수도 있잖아? 정말 필요한것만 챙기고 나머지는 한국와서 좀 사.


김태형
_ 그래? 이런건 안 해봐서.


박지민
_ 그래, 어련하시겠어. 프로젝트는 언제쯤 끝나?


김태형
_ 조만간. 일주일 안 걸리겠어.


박지민
_ 알겠어, 도착하면 전화할게.


김태형
_ 어, 그래.

역시, 그런거 챙길리가 없지.

누가 부잣집 외동아들 아니랄까봐

살림같은건 할 줄도 몰랐다.

대대로 의사라는 직업이 내려와 아버지도 의사, 어머니도 의사.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까지.

모두가 의사라 태형은 어릴때부터 심부름 한번 안 하고 살았다.

그래서 태형이 처음 미국에 갔을때, 석진이 굶어죽을까 걱정했던 이유가 그거였지.

혼자 밥은 커녕, 배달음식도 잘 못시켰는데.

지금은 뭐, 즉석음식정도는 할 수 있고 밥 할수있는 정도?


박지민
_ 올때 먹을거 절대 챙기지마.


김태형
_ 진짜? 아무것도 챙기면 안돼? 왜?


박지민
_ 대학교는 어떻게 졸업한거야...?


김태형
_ ... 어쩌다보니...? 아마.


박지민
_ 도착하면 내가 전화할게. 소리 켜 놓고.

지민이 휴대폰을 내리고 스크린을 익숙하게 몇번 눌렀다.

한시간이 남았다는 뜻으로 1이라는 숫자가 크게 써있었다.

이 지겨운 비행을 곧 끝낼거라는 생각에 지민이 웃었다.


박지민
" 와... 한시간만 있으면 되겠네. "

그때, 문자가 한 통 왔다.


전정국
_ 형, 아직 입국 안 했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문자해요!


박지민
_ 아직 안 했어. 한시간만 있으면 도착해.


전정국
_ 헐, 비행기에서 이거 해도 괜찮아요?


박지민
_ 내껀 상관없는데. 미국이랑 한국 상관없이 쓸 수 있는데 좀 비싸서 그렇지-


전정국
_ 그래요- 그럼 비행기에서 내리면 톡 해요!


박지민
_ 그래. 알겠어.

휴대폰으로 잠깐 미국의 사진을 보았다.

처음 미국에 가던날.

그때는 처음으로 갔던 해외에 떨리기만했는데.

지금은, 그냥.... 아무감흥도 없다고해야하나.

한참 사진을 보고 있을때, 기내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신사 숙녀 여러분, 지금 인천공항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안전벨트를 착용하시고 등받이와 테이블을 똑바로 세워 주십시오.

승객 여러분, 저희 비행기는 지금 착륙중입니다. 좌석벨트를 매어 주시고 좌석 등받이와 테이블을 원위치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지민
" 아으... "

드디어 도착한 한국

지민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비행기를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