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쓰레기
#외전 꽃잎의 시작은


어느새 겨울이라는 추운 계절

눈이 소복히 온 그날이었다


김태형
호...호오....

추운지 잔뜩 웅크려있는 태형이 윤기를 기다린다

도부, 아니, 두부 그거 사러가겠다고 하고 달려간 윤기

결국 꼼짝없이 미끄럼틀 끝에 위태롭게 앉아 입김으로 손을 녹이는 태형이다

그때, 딱 그때


이 연
안녕

조그마한 여자아이다

꽤 깊이있는 눈동자가 말간 태형의 눈동자와 마주친다


이 연
혼자니?


김태형
으응...형아 기다려....

연이도 알아챘겠지

그 몸에 어눌한 말투면..그거, 저능아일거라고


이 연
몇살이야?


김태형
응, 태형이 열여섯살


이 연
난 열아홉살이야, 내가 누나네 ㅎㅎ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찬찬히 수를 세던 태형이 웃어보이자 연이도 함께 웃었다


이 연
왜 혼자있어, 응? 부모님은?


김태형
엄마아빠?


이 연
응, 엄마아빠, 어디계셔?


김태형
저어기

약간 굳은 얼굴로 하늘을 가르킨 태형

연이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연신 미안하다고 해댄다


이 연
그럼 가족은? 누구 없니?


김태형
응? 나 형아 기다리능데...


이 연
아...그래, 다행이네


김태형
누나! 태형이랑 놀아여!


이 연
어? 놀자구? 음...뭐, 그래


김태형
짜자안, 눈사람♡


이 연
에구, 손시리겠다, 그치

하하호호, 꽤나 따듯한 분위기에서 연이와 태형인 웃고 있었다

아주 해맑게

그때


민윤기
야, 김태형!

검정 비닐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오던 윤기가 급히 연이와 태형을 떼어놓았다


민윤기
너, 너 진짜....!

걱정이 되었겠지

모르는 사람하고는 놀지 말라던 윤기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던 태형을 봤으니까


이 연
아..놀랐겠구나, 난 이 연이라고 해, 열 아홉살


민윤기
.........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윤기에 다시끔 연이가 미소지었다


이 연
걱정했다면 미안, 태형이가 혼자 추워보이길래..

뻘쭘히 서있는 연이, 서서히 경계를 푼 윤기가 서둘러 태형이의 손을 붙잡았다


민윤기
가자, 집에서 놀아

빨리 집에 가려는 윤기, 하지만 태형은 아니었다

실없이 웃으며 윤기에게 한 말


김태형
저 누나 착해, 같이 놀아, 같이 가자, 웅?


이 연
어? 아니, 아냐, 그냥 가 태형아

꽤나 당황했는지 양손을 흔들어보이는 연이에 태형이 울상을 지었다


김태형
태형이가 시러...? 그런거야...?


이 연
아..아니, 그게 아니라....

윤기의 눈치를 보던 연이에 태형이 달려가 포옥 껴안았다

여기서 중요한 점

덩치는 태형이 연이보다 더 크다는거

졸지에 안기게된 연이가 굳어버렸다, 그러다 윤기와 눈이 마주쳤는데


김태형
형아, 같이 가자아...태형이 초록이 잘 먹으께..

시금치 그거 잘 먹겠다며 징징거리는 태형에 결국 윤기가 두손두발 다 들었다


민윤기
같이 가실래요?

윤기가 딱딱히 물었다, 그러자 따라오는건 잔뜩 기대에 찬 태형이의 눈

결국 연이가 태형이를 보며 웃었다


이 연
그래, 가자, 누나가 같이 갈께

그때는 몰랐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그때는 꽃잎이 내려앉을 때였다

살포시, 아주 가볍게 말이지

겨울이라고 눈꽃은 아니었다, 살짝의 무게도 있는

그런 감정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