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관계는 엿같으니까.”
관계도 : 07% 작은 변화



서여주
………야, 민윤기.

미친놈이 장난하자는 건가. 내 목소리까지 잘 안 들릴 정도로 시끄러운 급식실로 내려왔다.


민윤기
잠깐만 기다려봐.

한 번 속는 셈 치고 민윤기를 따라 급식실 중앙으로 들어가자마자 모세의 기적마냥 길을 터주는 학생들이었다.



민윤기
밥먹는 거 외에 입여는 새끼 벌점 부여한다.

_라는 민윤기의 말과 함께 시장바닥같던 급식실엔 침묵이 가라앉았다.


서여주
…….미친놈…

권력남용을 대놓고 해버리는 민윤기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나름 좋았다.

먼저 급식을 받아 맨 구석자리에 자리 잡은 민윤기의 맞은편에 았았다.



서여주
_고맙다, 민윤기. 잘 먹을게

오직 나만있는 한적한 섬에 있는 기분이라 마음편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채진솔
어…? 여주야 -


서여주
……….

_한 순간에 도심속에 갇혀버린 거 같았다.

채진솔
ㅇ,어….. 안녕하세요……

항상 밝던 애가 왠일로 쭈뼛되며 자리에 못 앉나 싶었더니 앞을 본 한 대 칠거 같은 표정의 민윤기였다.




김태형
…………

그리고 그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민윤기를 노려보는 김태형, 박지민, 전정국, 정호석.

결국 참지 못하고 들고있던 젓가락을 내리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하아, 정말이지_ 숨막힌다.




서여주
………..

언제 따라 나온 것인지 민윤기는 이미 옆에서 같이 걷고있었다.


서여주
마저 먹고 오지.


민윤기
….. 됐다. 너 먹으라고 온 건데.


서여주
….그래 그럼.

나를? 왜. 라는 물음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굳이 물어봐서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민윤기
앞으로 점심 먹으러 같이 갈까.


서여주
…………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혼자 있겠다고 해야하는데,

순간적으로 부정할 이유를 나열하지 못하겠더라.



서여주
….그렇게 해.

그냥 그저 얘랑 있으면 외롭지 않은 무인도 같아서 그랬나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잇는 민윤기.


민윤기
그럼 너희 반으로 간다, 바로 나와.

_라고 말한뒤 3-1이라 써있는 반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다음교시가 체육인지라 탈의실로 향했고.



구석에서 커튼을 치고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요란스러운 소리가 몰려 들어오면서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야 5교시 3반이랑 4반 합반피구라던데?”

+
“아 진짜? 개꿀 뭐야 그럼 태형이 만나겠네ㅋㅋㅋㅋㅋ”

한지은
채진솔도 있겠네. 아, 개같은 년…

자기네들끼리만 있는 줄알고 서슴없이 대화를 나눴다.


+
“채진솔 다굴까? ㅋㅋㅋㅋㅋ”

한지은
말을 해야 하냐? ㅋㅋㅋㅋㅋ머리만 맞추라고 시발ㅋㅋㅋ

+
“아. 서여주도. 그 년 뭐하러 챙기냐 이제, 같이 묶어.”

키득되며 자기네들의 생각이 그리도 마음에 드는지 박수를 치더니 탈의실로 나가는 거 같았다.



선생님
자, 2학년 3,4반 다 모였지?

선생님
공지대로 반대항 피구할 거고. 자유롭게 10분간 몸풀고 모이도록 -

_라는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삼삼오오 모여 섬을 이뤘고 나는 무인도를 자처했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서 운동장을 주시하고 있으면

벌써부터 웃겨 넘어가려는 한지은 무리와 채진솔을 걱정하는 남재애들이 각자 섬을 이루고 있었다.


채진솔
여주야 - 이제 모이자 -!!

어느덧 10분이 지났는지 나에게 다가온 채진솔은 아마 나에게 혼자 있을 시간을 준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턱짓으로 먼저 가라고 하면 김태형과 장난치며 걷는 채진솔.


서여주
………


서여주
…야, 박지민.


박지민
…어? 왜_


서여주
채진솔 잘 지켜. 다치지 않게


박지민
……….

대충 알아 들었겠길 바라며 학생들 사이로 줄을 맞춰섰다.


선생님
자 다들 모였지? 3반은 오른쪽 4반은 왼쪽 코트로 들어가

선생님
자, 그럼 ….

휘슬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띄워진 공을 차지한 건 한지은과 정호석이 있는 4반이었다.


채진솔
여주야 내 뒤로 와, 내가 다 막아줄게 -!

양 팔을 벌려 나를 지켜주겠다는 채진솔은 나보다 5cm는 더 작아보인다.

….누가 누굴 지키겠다는 건지.


_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공이 앞뒤로 넘어가더니 우리팀엔 김태형, 채진솔과 내가_

상대팀엔 정호석과 한지은이_ 남았다.


하필 지금 공을 쥐고 눈이 마주친 한지은의 입고리를 올라갔다.

그리고 있는 힘껏 던진 공이 나에게로 다가와 눈을 질끈 감았다.

퍽-

……. 그정도면 이미 뒤로 넘어져야 할텐데 그러기는 커녕 아프지도 않아서 눈을 떴다.

슬며시 뜬 눈으론 앞에 얼굴을 감싸고 넘어져 있는 채진솔이 보였다.


서여주
……….


자빠진 진솔을 보는 여주의 초점이 없었고 당황한 모습이 역력해보였다.

이도저도 못하고 공황장애가 온듯한 여주의 모습에 되려 진솔이 당황을 했다.

채진솔
여주야, 괜찮아..?


서여주
………

채진솔, 얘때문에 머릿속 구석에 억지로 구겨 넣은 기억이 깨고 나왔다.

볼품없이 넘어진 채진솔의 모습이 그 아이와 너무나도 유사해.

채진솔도 나때문에 다쳤다, 나때문에. 나, 고작 나때문에_

선생님
괜찮니?! 보건실 안가봐도 되겠어?

채진솔
넵, 괜찮아요 -



김태형
………….

붉어진 채진솔의 볼을 쓰다듬으며 한지은을 뚫어져라 보더니 아까 내 말이 들렸는지 채진솔을 뒤로 숨기는 김태형이었다.

20명을 상대로 채진솔을 막기엔 버거웠는지 김태형과 채진솔은 동반 탈락했다. 그 과정에서 채진솔은 얼굴만 2번 더 맞았고.


그리고 경기는 한지은의 공이 내 팔에 닿음과 동시에 끝났다.


채진솔
팔에 맞은 거 괜찮아?

채진솔
아이…. 막아줬어야 하는데… 미안해…


서여주
………

자기 얼굴이 얼마나 붉은데 지금. 고작 팔 한 번 맞은 날 걱정하는 채진솔이 어이가 없었다.



김태형
야. 한지은

김태형이 교실에 들어가려는 한지은을 불러세우자

한지은
응? 어, 태형아!

분위기 파악이 안되는지 생글 웃으며 바라보는 한지은이었다.


김태형
너 할 말 없냐? 왜 아무말 없이 들어가.

한지은
할 말….. 아, 우리반이 피구 이긴 거..? 미안해 나도 져주고 싶었는데 힘 조절이 안 됐어 ㅋㅋ

뻔뻔하게 나오는 한지은에 모두가 말을 잃었다.

김태형의 말의 의도를 알면서 더욱 뻔뻔하게 나오는 태도는 걔네들의 화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그 서늘한 분위기 속 이질적이게 밝은 한지은_


_그리고 그 침묵을 깬 건, 서여주.


서여주
지랄.


서여주
사과를 왜 김태형한테 하지.

한지은
뭐? 아, 뭐. 너도 사과해줘? 팔 맞ㅊ,…


서여주
_ 채진솔.


서여주
얘한테 해.

턱짓으로 채진솔을 가리키자 한쪽만 올라가는 한지은의 입고리, 비열해 보인다.

채진솔
아냐..!! 난 괜찮아 - 피구하다 그럴 수 있지..

자기는 괜찮다며, 하나도 안아프다며 손을 저으며 괜찮다며 웃는 채진솔이 화가 났다.



서여주
멍청하게 굴지 좀 마.

채진솔
…………

아무것도 모른다는 저 눈빛. 그 눈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때문에 맞은 볼이 더 붉게 짙어 보인다.


서여주
……….


서여주
….사과 안할 거면 비켜.


서여주
채진솔, 넌 나랑 보건실 가.

채진솔
응…? 어, 가자-

나머지는 쟤네가 알아서 하겠지, 채진솔의 손목을 잡고 보건실로 갔다.


-


앞장서 보건실로 향하는 서여주의 뒷 모습을 빤히 보던 박지민이 말했다.



박지민
내가 말했지. 서여주 나쁜 애 아니라고.

그 말에 부정하는 사람은 더이상 아무도 없었다.




우관엿 진심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