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관계는 엿같으니까.”
관계도 : 14% 보다 멀지만, 보다 가까운



서여주
…………



김태형
…….


서여주
……뭘 봐.

당연히 죽을 데우러 거실로 나가는 채진솔을 따라 나갈 줄 앟고 침대에 다시 누우려고 했더니 끊질기게 따라붙는 시선_

김태형의 시선만 따라붙는 줄 알고 이리저리 돌린 눈은 박지민을 비롯한 남자애들과 시선이 맞붙혔다.



정호석
너 엄청 편해 보인다.

아, 누워있지 말라는 건가. 그 말에 상체를 일으키려고 했으나 제 앞으로 뻗친 팔에 움직이지 못했다.


김태형
아픈데 뭘 일어나냐. 누워있어.


김태형
그냥_ 어제처럼 예민한 거 같진 않다는 말이지.

그렇긴 하다. 어제보다 더, 아니 훨씬 더 편해지긴 했다.

남자애들이 이곳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시피.




박지민
집에도 놀러왔으니까, 서여주랑 친구 할 수 있는 거야?

친구하자는 장난스러운 박지민의 말에 자연스레 나오려는 ‘응’에 흠칫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서여주
….여기서 만족해.


서여주
_엿같게 그러지는 말자.

아직은 무서웠다. 친구라는 명칭 하나로 특별한 사이게 되는 게.

쉽게 끊을 수도 끊기지도 않는 그런 사이에 익숙해지는 게.


“여주야!! 죽 다 데웠어 -!!”

밖에서 들리는 채진솔의 말 덕분에 약간은 어색해진 상황에서 나올 구실이 생겼다.

침대에서 다리를 뻗어 바닥에 내딛자 마자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김태형
괜찮냐..?!

내가 주저 앉은 것보다 그런 제 모습에 놀라 양 어깨를 잡아준 김태형이 더 빨랐다.

주저앉지 않게 잡아줘 고마움보다 제 몸에 손 댔다는 사실에 더 놀라 저도 모르게 김태형을 손을 세게 쳤다.



서여주
내 몸에 손대지마.

참으로 단호한 3어절이었다.

여지껏 한결 편안해 보이던 표정이 무색하게 또다시 경직되자 다들 벙찐 표정으로 우리를 보는 듯했다.

벙찐 그들 사이로 도망치는 듯 나왔다.



채진솔
자자 - 여기 앉아 봐!

부엌에 나왔을 땐 수저와 김이 올라오는 흰 죽 맞은 편에 채진솔이 앉아 있었다.


채진솔
후후- 불어 먹어야 해. 안 그러면 입 다 벗겨진다~

채진솔
김치도 올려 먹구, 물도 마시면서 먹어

죽을 뜬 숟가락 위에 김치를 올려주면 아무말 없이 먹었는데 채진솔은 그 맛이 궁굼한 듯 쳐다봤다.

고개를 끄덕여주자 박수를 치며 활짝 웃은 채진솔 때문에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죽과 함께 삼켜 넘겼다.

채진솔
진짜? 맛있어 ?? 히히 - .. 다행이다!



전정국
누나, 내 꺼는요?

채진솔
정국이 꺼…? 여주 먹을 거만 사왔는데…


전정국
…. 좀 섭섭하네. 이젠 우리 안중에도 없는 거예요?

박지민과 정호석, 김태형과 함께 나온 전정국은 채진솔의 볼을 잡아 당겼다.


채진솔
으아니…. 여드는 아크니까 …. [아니, 여주는 아프니까]

채진솔
정그기 너눈 안 아프다나 - [정국이 너는 안 아프잖아]

웅얼웅얼 거리며 할 말은 다하는 채진솔을 보며 웃음을 짓는 남자애들이다.

이쯤되면 다들 채진솔을 좋아한다는 걸 확신 안 할 수가 없었다.

하긴 _ 채진솔은 사랑받을만 하니까.


으르르르르 - 으르르르르 -]

그들의 웃음 사이로 조그만하게 전화음이 울리는 방으로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르르르르 - 르르르르 -]

저장되어 있지 않은 전화번호로 또 전화가 온다.

귀에 가져다 대면 잇따라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서여주
-…. 누구세요.

-“민윤기.”

-“아까 저장 안 했나보네_”

아 미안. 그럴 정신이 아니였다. 사과의 상대는 민윤기였다.


-“지금 잠깐 나올 수 있겠어? 줄 거 있는데.”


서여주
- …그래, 지금 나갈게.




서여주
……….

민윤기의 전화를 끊고 밖을 나와봐도 민윤기는 커녕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기껏 힘든 몸 일으켜 밖으로 나왔는데 아픈 사람 가지고 장난 치는 건가 싶은 생각에 기분이 상해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 몸을 돌렸다.


서여주
…….


저를 기다리고 있던 건 민윤기가 아니라 문고리에 걸린 흰 봉지_

준다는 게 이건가. 문고리에 걸린 봉지 안엔 약봉투와 짧은 쪽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챙겨 먹어.]

투박하고 거친 글씨체였지만 이상하게 따뜻했다.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약봉지를 열어 확인하고는 황당해 할 수 밖에 없었다.

‘개보린’부터 ‘그날엔’까지. 심지어 ‘청심환’도.

가지 각색의 약들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여주
…아, ㅋㅋㅋㅋㅋㅋ

한 번도 이런 걸 챙겨준 적이 없는 거 같아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때마침 문자 알림음이 짧게 울렸다.

-약 꼭 먹어.




당신.. 날 울리지마…..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