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여주는 필요없습니다만
54. 내 맘이 우습지?



하성운
........

성운이는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성운
18년이면..... 많이 바뀐거지..... 그치


하성운
여기 처음 왔을때..... 엄청 예뻤는데.....


하성운
아마 너라는 필터가 씌어져서 그런가봐......

성운이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두 눈을 감고 작게 속삭였다


하성운
보고싶어 아주 많이


하성운
진짜 너 나쁜거 알아? 꿈에도 한 번도 안 나타나주고..... 한 번이라도...... 나타나주지.....


하성운
너도 웅이 알고있지?


하성운
혹시 그때 봤던 설임이가 데리고 있던 웅이 기억나?


하성운
그 작은 아이가 커서 너가 지키고 싶은 동현이랑 그때 우리처럼 한편의 소설을 써 내려가고 있어.....


하성운
그때 이후로 한 번도 못봤는데


하성운
..........


하성운
후회해?


하성운
그 아이를 구해준걸 후회....해?

성운이는 눈을 스르륵 뜨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성운
난 후회해


하성운
그래서 지킬려고


하성운
너의 목숨과 맞바꾼 그 아이를


하성운
뭐...... 기억은 못하는거 같지만

성운이는 씁쓸하게 웃으며 기지개를 폈다


하성운
그때 그 거리나 다녀볼까?

성운이가 뒤를 돌아보는 그 순간 우진이랑 대휘와 마주쳤다


하성운
어.....?


박우진
아.......


이대휘
.........


박우진
저 그게...... 들으려고 들은게 아니라.......


하성운
......알아


하성운
뭐 혼잣말한 내 잘못이지

상황을 모르는 우진이는 안절부절하며 눈치를 보았다

그런 우진이의 손을 토닥여주며 대휘가 눈꼬리를 살짝 접었다. 그리고 우진이에게 괜찮다며 속삭여주고 성운이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이대휘
그때 걸었던 그 거리 다녀와봐


이대휘
아 그리고......


이대휘
백설임이 왔다고 그거 알려주러 왔어


이대휘
가는 길에 폐하께도 말씀드려


하성운
응, 그럴게



성운이가 집을 나서는 것을 보고 난 후

우진이가 대휘에게 다가왔다


이대휘
질문이 많은 표정이네?


박우진
부정안할게


박우진
질문이 있어


이대휘
그래 답해줄게


이대휘
대신 형도 답해줘


박우진
내가 먼저 할게


박우진
넌 성운이형이 웅님을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어떻게 확신해?


이대휘
그야 성운이형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으니깐


이대휘
그럼 내 차례지?


이대휘
무슨 사이야?


박우진
뭐?


이대휘
무슨 사이냐고


이대휘
그 영애랑


박우진
........누구


이대휘
알잖아?


이대휘
폐하께서 블립으로 오시고 만난 그 영애


박우진
.............

동현이가 블립으로 떠난 그 다음날

우진이는 어느 때처럼 수련을 하고있었다. 땀을 닦으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꽤나 신비로웠다. 항상 표정을 짓고다니지 않기에 다들 다가가기 무서워했지만

남몰래 그를 좋아하는 시녀들이 꽤 여럿 되었다


박우진
[후......]

연무가 끝난 우진이를 기다린 한 여인이 화를 버럭 지르며 다가왔다

???
[박우진!!!!!!]


박우진
[ㄴ...누님......]

그 여인이 눈썹을 꿈틀거리자 우진이는 흠칫 놀라 재빨리 호칭을 바꾸었다


박우진
[아니]


박우진
[영애......]

???
[폐하는?]


박우진
[여기 오시면 안됩니다]


박우진
[빨리 돌아가십시오]

???
[폐하는!!!!]


박우진
[..........]


박우진
[블립에 가셨습니다]

???
[아]

???
[블립?]

???
[그 망할 황자가 볼모로 잡혀간 그때가 생각나서 그런가?]


박우진
[말 조심하십시오]


박우진
[폐하가 계시지 않아도 여긴 황궁입니다]

???
[됐고, 폐하 그 ㅅㄲ만나러 가는거지?]


박우진
[...........]

???
[하...... 황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할 한낫 노예가 어디가 좋다고]


박우진
[말....조심하시라 했습니다]

???
[왜?]

살짝 화가 난듯 상기된 우진이의 표정에 그 여인은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
[하?]

그리고 우진이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말했다

???
[그렇게]

???
[표.정.관.리]

???
[를 잘하던 ㅅㄲ가 왜 그리 감정적으로 나가실까?]

???
[너도 좋아하기라도 하냐?]


박우진
[...........]

???
[그래 그럼 잘 됐다]

???
[너가 그 놈을 꼬셔봐]

???
[아니면 그 잘난 입으로 훼방을 하던가]

???
[역시 죽이는 것보다는 났겠다]

???
[그치?]


박우진
[..........]

우진이는 끝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

얼마나 분했으면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그녀는 그런 우진이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자리를 뜨자 옆에 있는 나무를 쾅치며 우진이는 그녀를 죽일듯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본 대휘였다


박우진
더러운 피가 흐르는


박우진
나와 같은 그 역겨운 피가 흐르는 사람이야


이대휘
......한가지 더


이대휘
웅님 좋아해?


박우진
........어


박우진
좋아해


박우진
어쩌면 너가 폐하를 향한 마음보다 더 클지도 모르지


박우진
어때? 이제 답이 됐어?

우진이의 눈에서는 마치 눈물이 떨어질듯 말듯 아찔하게 걸려있었다


박우진
꼭 그리 남의 마음을 해집어 놔야지 속이 편하니?


이대휘
아니 형... 나는 그게 아니라....!


박우진
닿을 수 없는 내 맘이 우습지? 그치?


박우진
어쩌냐? 숨길 수 없이 커져버렸는데


이대휘
형!! 잠깐만 난 다른 의도가....

우진이는 대휘의 말 허리를 뚝 자르고 말했다


박우진
고마워. 나조차 외면한 마음을 다시 깨워줘서

그 순간 우진이의 눈에선 눈물이 툭 떨어졌다. 숨기고 싶은 자신의 감정을 들켰을 때 그때 나오는 이유 모를 그 눈물이 떨어졌다

사실 우진이는 오래 전부터 웅이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어떤 감정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동현이가 웅이를 찾으라는 그 명을 몰래 거역했다

다시 웅이가 동현이와 함께 있는 그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서, 그 미소가 다른 사람을 향할 때 그 쓰라린 마음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꾹 눌러담기 위해서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는 열려버렸다. 하나뿐인 자신의 핏줄이 열쇠를 따고 그걸 대휘가 확 열어버렸던 것이다


이대휘
형 미안해..... 나는 그저 그냥..... 궁금해서......


박우진
ㄷㅊ 이대휘

우진이는 눈물을 대충 닦고 방문을 벅차고 나갔다


이대휘
..........

대휘는 우진이가 느끼는 그 감정이 어떤 느낌인지 가장 잘 알기에 지금 자신이 우진이에게 얼마나 상처를 줬는지 알아버렸다.


이대휘
이럴 의도는.... 아니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