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여주는 필요없습니다만
60. 버리고 싶은 감정



류수정
아아아악!

수정이는 손에 잡히는데로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다. 방안에 있는 모든 물건은 산산조각이 났고 곧 방은 엉망이 되었다.


류수정
내 자리야. 내 자리라고 내 자리야 내 자리

수정이는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으며 초초한 얼굴로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제국 유일한 공녀라는 칭호를 아버지가 수양딸을 들이면서 잃어버렸는데 그 아이에게 황비의 자리를 주다니.

딸인 자신에게 황후의 자리를 주지 못하면 황비의 자리라도 줘야하는거 아닌가? 수정이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가연이가 들어왔다. 그래, 보충 설명을 해주자면 그 연구원. 그니까 웅이와 정국이를 이 곳에 들어오게 한 장본인 말이다.


이가연
공녀님.


류수정
무슨일이지?


이가연
공녀님께서 가주님의 뜻을 해아려주시지 못한 것 같기에 왔습니다.


이가연
공주님께서 황비로 들어가시면 즈바라 가문이 외척 세력이 되겠지요. 황후가 될 전웅은 외척가문이 없으니 그 사이 즈바라 가문이 세력을 키울 겁니다.


이가연
즈바라 가문의 세력을 잡으면 황후의 자리가 비었을때...


류수정
내가... 될 수 있겠구나?


류수정
그래...


류수정
그냥... 체결이 완료된 지금 예비황후가 죽는다면?


류수정
그에겐 나뿐이겠구나

수정이는 웃으며 황급히 통신구를 찾았다. 그리고 통신구를 이용해서 우진이에게 연락을 했다


류수정
-지금 당장 그 노예 ㅅㄲ를 죽여


이가연
....행동력 하나는 빠르시군요?


이가연
역시 즈바라가문입니다

수정이는 가연이를 향해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묵직한 돈주머니를 가연이에게 건내며 말했다.


류수정
이정도면 될거야. 실력 좋은 놈들로 암살자를 골라와. 꼭 죽일 수 있는 놈들로


이가연
...이걸 제게 시켜도 되시겠습니까?


류수정
난 널 믿지 않지만 너의 증오를 믿고 있어. 내게 친히 이 말을 한 이유가 너 역시 그 노예가 제거되기를 바라는거 아니야?


이가연
.....

가연이는 아무말 없이 수정이가 건낸 돈주머니를 받아들며 말했다.


이가연
동생분에게 시키시지 않으셨습니까?


류수정
동생?


류수정
누가 내 동생이야?


류수정
그 ㅅㄲ는 그냥 우리 가문의 피가 조금 섞여있는 더러운 노예일 뿐이야


류수정
...그 ㅅㄲ도 죽이자. 아무래도 사랑에 빠진거 같거든


류수정
하긴 끼리끼리 논다지?



하성운
빨리 넌 가서 폐하나 호위해


박우진
....싫습니다


하성운
어?


박우진
폐하께서 시키신 일입니다.


하성운
그래, 그건 내가 오기 전까지겠지


박우진
전 전웅님의 호위를 맡아야겠습니다. 불만 있으시면...

성운이가 우진이의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


하성운
웅님을 좋아하냐?


박우진
.....예


박우진
좋아합니다


박우진
좋아하고 있습니다


하성운
...버려 그 마음

그 순간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진이는 검을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검집에서 꺼내었다.

우진이는 소리가 난 곳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며 오러를 이용했다. 순시간에 초록빛으로 둘러싼 검을 우진이가 휘둘렀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하성운
...아무래도 피곤한가보다


하성운
아까 그 말은 못들은걸로 할게.

성운이는 우진이를 지나쳐갔다. 우진이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박우진
버릴 수 있는 마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박우진
이 마음을 가장 버리고 싶은건 저라는걸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박우진
좋아하고 있습니다


전웅
!

우진이의 고백을 성운이만 들은게 아니였다.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고 있던 웅이 역시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 고백이 불쾌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웅이는 불쾌감보다 미안함이 더 컸다. 아무리 눈치없는 자신이라도 우진이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쯤은 대강 알고 있었으니까.


전웅
잔인했겠네...

웅이는 우진이가 자신을 향한 그 마음을 빠르게 지워나가기를 바랬다. 자신은 그 마음을 받아줄 수 없으니까.

세상에 버릴 수 있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웅이지만 정말 잔인하게도 버려주길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