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트로피컬 미드나잇
#00_과거와 해변


김동현은 전웅의 삶에 끼어들어서는 안됐다.

김동현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말이 온통 미담뿐인 사람이었다면,

전웅은 여러 사람과의 하루짜리 사랑을 즐기는 쾌락에 미친 인간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김동현은 겸손했고 전웅은 억울했다.

전웅은 오로지 한 사람만 바라보는 순정파였으며 하루짜리 사랑 따위 해본 적도 없었다.

그러던 중, 전웅은 김동현과 사랑에 빠졌다.

전웅은 김동현이라는 새로운 사랑과 만나며 이미지를 완전히 세탁해버리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졌다.

사실이 밝혀지기만 하면 모두 괜찮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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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메스꺼웠다. 부스럭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 웅은 눈앞에 광경을 본 뒤 말을 잃었다.

옷을 벗은 남자가 자신의 옆에서 곤히 자고 있었으며 남자는 동현이 아니었다.


전웅
-좆됐다.

그는 자신을 따라다니던 소문이 어떤 것인지를 너무나 잘 알았고 동현에게마저 소문의 쓰레기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긴 한숨을 뱉었다.

소문이 사실이 되어가는 순간이었다.

웅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뒤 하얀 셔츠를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구깃구깃한 옷을 모두 입고서 숨을 가다듬었다. 혹시 떨리는 목소리가 나올까 긴장하며 밝은 목소리를 깔았다.

충전이 안 돼 2% 남은 핸드폰을 들고 동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손에 땀이 흥건했다.

통화음을 들을 시간도 없이 동현은 전화를 받았다. 당황했지만 곧바로 준비한 말을 이었다


전웅
-굿모닝, 동현아 잘 잤어?


김동현
-용케도 모닝콜은 하네요?

등골에 싸함이 번져갔다.


김동현
-제 동기가 형이 다른 남자랑 모텔 가는 거 봤다던데.

전화가 끊겼다. 누구의 의지도 아닌 핸드폰의 방전으로 인해.

전웅은 그 즉시 동현의 집으로 달렸다.


숨을 헉헉대며 동현의 이름을 불렀다. 미지근한 공기는 뜨거웠고 심장의 움직임은 미칠 듯이 빨랐다.


전웅
-동현아, 동현아?

희미한 초인종 소리의 끝은 여운이 남았다.

동현은 도통 문을 열지 않았고 쪼그려 앉아 기다리던 중 드디어 문이 열렸다.


김동현
-해명해 줄래요?

붉은 눈시울에 차가운 목소리, 웅은 고개를 푹 숙였다.


전웅
-자고 일어나니까 모텔 안에서 벗은 채로 있었어, 나도 너무 당황스러워 지금.


김동현
-그게 변명이에요, 지금?


전웅
-정말이야 동현아. 난 너밖에 없어.


김동현
-저밖에 없다면서 다른 사람이랑은 잘만 자네요. 소문, 사실 아니라면서요. 형 믿으라며.


전웅
-소문은 사실이 아니야, 그리고 이번 일은 정말 실수야.


김동현
-지금 일을 실수라는 말에 넣을 수 있어요?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김동현
-형, 어떻게 나랑 사귀면서 다른 남자랑 원나잇 할 생각을 해요?

웅은 상처를 준 이상 떠날 결정을 했고 동현은 웅을 사랑했지만 상처가 너무나 컸다.


김동현
-더 대화해봤자 상처겠죠.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김동현
-잘 살아요, 형. 그런 거 다 괜찮아하는 사람 만나.

철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전웅은 그제서야 눈물을 쏟고 자신을 향한 원망을 쏟았다.

김동현과 전웅은 서로 사랑했기에, 걸어놓은 마음이 너무나 커 헤어졌다.



전웅
-3년 만인가 김동현?


김동현
-3년하고 2개월이요.

얼굴을 마주 보지 않은 채 무뚝뚝하게 말을 이었다.


전웅
-잘 지냈어? 대학 졸업할 때 됐겠네.


김동현
-전 잘 지냈죠.

과거의 마음을 그대로 지닌 채 해변에서 다시 만났다.

21살 김동현은 24살이 됐고 22살 전웅은 25살이 됐다.

덤덤하게 서로를 대하지만 요동치는 심장이 맞닿을 것 같았다.

뜨거운 보라카이에서 강렬하게 내리 째는 태양 아래서.

전웅과 김동현은 3년 만에 더 자란 서로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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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PICAL MIDNIGHT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