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트로피컬 미드나잇
#03_여지고 복수야.


※보기 불쾌한 상황, 욕설이 그대로 나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햇빛을 받으며 몸을 일으켰다.

커튼이 열려있는 탓에 방 안이 후끈후끈했다.

동현은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02:07 PM
꽤나 늦은 시각에 숨을 헉 삼켰다. 비몽사몽 한 기운이 싹 달아다는 느낌이었다.

연락을 하지 말라고 상태 메시지에 적어 놨음에도 1 표시가 떠 있는 것을 본 동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앱 버튼을 눌렀다.


전웅
_2시에 클럽 앞 해변에서 봐.

2시가 이미 지난 시각, 동현은 내일 아침에 보자는 말을 한 것을 후회하며 급하게 옷을 입었다.


고개를 양쪽으로 두리번거리며 웅을 찾아다녔다.

웅은 클럽이었던 식당 앞에서 앉아 멍하니 바다를 쳐다보고 있었다.


김동현
-형.


전웅
-응, 동현이 왔어?

웅이 몸을 일으켜 동현의 손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동현은 기민하게 손을 뒤로 빼버렸다.


김동현
-미안해요, 늦잠 자버려서.


전웅
-아니야, 와 줘서 고마워.

멋쩍게 손을 주물 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전웅
-3년 만인가, 김동현?


김동현
-3년하고 2개월이요.

얼굴을 마주 보지 않은 채 무뚝뚝하게 말을 이었다.


전웅
-잘 지냈어? 대학 졸업할 때 됐겠네.


김동현
-전 잘 지냈죠. 형은 어떻게 지냈어요?


전웅
-나도 그럭저럭 잘 살았어, 졸업하고 인턴도 하면서.

웅은 동현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었지만 동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잠시 고개를 들어도 눈이 마주치면 다시 고개를 낮췄다.


전웅
-마스크 왜 썼어?

동현이 불편해하는 이유를 잘 알았기에 고개를 숙인 이유를 묻지 않았다, 대신 눈을 마주칠 수 있을 만한 질문들 던졌다.


김동현
-이거, 그냥요.


전웅
-그래? 얼굴 한 번 보고 싶은데.

웅이 목소리에 간절함을 담아 말하자 동현이 느린 속도로 마스크를 내렸다.

엉망으로 부르튼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심각함이 일렁였다가 웅이 의심을 섞어 물었다.


전웅
-내가, 깨물어서? 키스하다가?

헛웃음이 섞여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김동현
-아주 잘근잘근 씹던데, 습관 고쳐요. 애인이 싫어하겠다.


전웅
-넌 싫어?


김동현
-... 나쁘지 않아요.


전웅
-내 애인 될 사람은 나쁘지 않대.

허, 동현이 능글맞은 웅을 째려봤다.

동현은 웅에게 복수하겠다던 자신이 점점 휘말리고 있는 것을 문득 깨닫고 자리를 빠져나가려 했다.


김동현
-새벽 일은. 그냥 서로 외로워서 딱 거기까지만 즐긴 거로 해요.


전웅
-잠깐 동현아.

뻗은 손은 갈피를 못 잡은 채 가라앉았고 동현은 가게가 모여있는 골목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잘못된 길로 빠져버렸는지 아까의 화기애애한 길은 사라지고 삭막한 모래만이 깔린 곳에 도달했다.


김동현
-헐, 다시 돌아가야겠네.

이제야 정신을 차린 그가 다시 뒤를 돌았다. 하지만 앞이나 뒤나 펼쳐진 풍경은 똑같았기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김동현
-씁…. 전웅한테 찾으러 오라 할까.

지금 상황에서 떠올릴 수 있는 건 전웅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연락하기엔 자존심 상하는 상황 아닌가, 동현은 나름대로 길을 되짚으며 돌아가려 애썼다.

엑스트라
-Hey, are you lost?(길 잃었어?)


김동현
-뭐 잃어버렸나고요?

엑스트라
-한국인이구나.

동현은 유창한 한국말에 놀라 크게 주춤했다.

엑스트라
-길 찾아줄게, 시장 쪽에서 있었지?

동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엑스트라를 따라갔다.

.

..

길을 걷던 중, 엑스트라는 동현의 무릎을 차 넘어뜨린 뒤 테이프로 손을 묶었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대응할 새도 없이 눈빛에 두려움이 일었다.

그는 동현에게 얼굴을 가까이 해 코를 킁킁대기 시작했다. 훅 풍기는 대마 냄새에 동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김동현
-시발,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안 풀어? 어디 대가리에 마약이나 처박아놓은 새끼가.

눈에 살기를 담아 발악했지만 그는 들은 채도 안 하며 바지를 주섬주섬 벗기 시작했다.

엑스트라
-it's over soon. (금방 끝나.)

눈물이 맺힌 채 악의를 그에게 쏟았다.

시뻘건 눈과 아득바득 이를 갈았다.

엑스트라
- If you had a lover, I wouldn't have touched. (애인 있었으면 안 건드렸을 텐데.)

하나님, 제발. 전웅이 저에게 키스를 갈기던 뭐든 다 괜찮으니 저 새끼 좀 죽여주세요.


김동현
-야! 시발, 전웅! 전웅!

김동현은 모든 힘을 쏟아 전웅의 이름을 외쳤다.

엑스트라
- It won't work. (소용없어.)


전웅
-동현아!

복수는 전에 일단 살아야지.

힘이 느슨해진 틈을 타 몸을 일으킨 동현이 웅에게 진하게 입을 맞췄다.

당황한 웅이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동현에게 맞춰주며 혀를 섞었다.


김동현
-Okay? he is my lover. go! (봤어? 얘 내 애인이야. 가!)

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욕을 지껄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동현은 테이프를 모두 떼어낸 뒤 웅과 얼굴을 마주했다.


전웅
-무슨 의미야?


김동현
-내가 위기를 피하려는 방법이고 어제 형이 내 입술 맘대로 한 빚을 없애는 거.

동현은 입술을 닦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웅
-이건 여지야?


김동현
-응, 여지야. 마음도 없는데 여지만 주고 알아서 떠나게 하려는 거. 이게 내 복수야.

웅이 싱긋 미소 지었다.


전웅
-복수라는 게임에서 승자는 결국 나일 텐데. 어쨌든 나 이용해 줘서 고마워.

동현은 그를 향해 걸으며 지나쳐 버렸다.


전웅
-김동현. 내 걱정 싫어할까 봐 안 말하려 했는데. 너 괜찮아?

동현이 뒤를 돌자 얼굴이 샛붉어진 웅이 부들거리고 있었다. 멀쩡한 표정을 지은 것조차 놀라울 정도로 분노에 절어있었다


전웅
-저 시발 새끼 내가 죽일까? 응? 동현아. 넌 꼭 분하고 놀라면 괜히 다른 사람한테 그러더라. 동현아. 나만 너 사랑해도 되니까 내가 너 좀 지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