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트로피컬 미드나잇
#07_한 여름밤의 꿈 4



김동현
-형, 많이 마시지 마. 여기에 토하면 버릴 거야.

각자 칵테일을 손에 들고 썬 베드 위에 편히 누웠다.


전웅
-형 취하면 마이동이 챙겨줘.


김동현
-버릴 거야.

어깨를 흔들어대는 웅을 피해 고개를 돌리고 칵테일만 들이켰다.


전웅
-버릴 거면 나는 왜 수건으로 꽁꽁 싸놨데?

웅이 동현이 자신의 배를 가리려 둘러놓은 수건을 치우려 했다.


김동현
-아, 형. 그건 치우지 마요.


전웅
-왜?

웅이 괜히 얄밉게 웃으며 수건을 살며시 들었다.


김동현
-혀엉...


전웅
-왜 안되는지 이유를 말해봐.


김동현
-사람들이 보는 거 싫어.

동현이 수건을 끌어올려 배를 꽁꽁 싸맸다.


전웅
-형은 가만히 있기만 할까?

웅이 동현의 손을 잡고 장난을 치며 물었다. 동현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수영복 위에 걸친 옷을 벗어 웅에게 입혔다.


전웅
-추울 것 같다고 입은 거잖아, 형 줘도 돼?


김동현
-괜찮아요.

목 끝까지 지퍼를 잠근 웅이 칵테일을 쭉 들이키고는 일어섰다.


전웅
-대결할까? 저 끝까지 누가 먼저 가는지.


김동현
-이기면 상품 뭐예요?


전웅
-소원 하나.


김동현
-좋아요.

동현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웅과 함께 물속에 몸을 담갔다. 차가운 감각에 세포 하나하나에 얼음이 낀 것만 같았다.


전웅
-하나, 둘, 셋, 출발.

출발 사인에 맞춰 최선을 다해 몸을 움직였다. 물이 사방으로 튀기고 막상막하인 서로를 뒤로 밀기 위해 승부는 난장판으로 변질되어 갔다.

멀쩡하게 갔다면 벌써 도달했을 시간 동안 던지고 누르며 훨씬 오랜 시간을 들였다.

막상막하의 승부였지만 결국 승리는 동현의 손에 들어갔다.


전웅
-적당히 눌러, 김동현.


김동현
-형도 엄청 누른 건 알지? 힘들게시리.

물 밖으로 기어 나오며 동현을 밀치는 등, 웅은 괜히 심술을 부렸다.


김동현
-삐졌어요? 안아줄게, 이리 와.


전웅
-안 삐졌어. 소원권 가지고 싶었는데.

웅은 동현의 품에 안긴 채 그의 얼굴을 향해 젖은 머리를 털었다.


김동현
-나 물 너무 많이 먹어서 배불러.


전웅
-뱉어, 멍청아.


김동현
-먹은 걸 어떻게 뱉어.


전웅
-알아서, 잘.

툴툴대는 말투로 삐진 티를 내는 웅을 한없이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더 꽉 끌어안았다.


김동현
-형 싫어하는 건 안 해, 걱정 마요.


전웅
-이상한 거 하면 죽는다.

웅은 동현의 손을 잡고는 칵테일을 한 잔 더 주문한 뒤 총총총 자리로 돌아갔다.


김동현
-그거 마시고 취하지는 않을 거지?


전웅
-에이, 이 정도는 괜찮아.

한결같은 취향으로 한 종류만 마시는 동현과 다르게 웅은 여러 가지를 시키며 맛을 봤다.

결국 과하게 신이 난 웅을 보며 걱정하는 건 오롯이 동현의 몫이 됐다.


김동현
-형, 수영 안 할 거면 옆에 와서 좀 앉아요. 얘기 좀 하자.


전웅
-응? 무슨 얘기.


김동현
-그냥, 아무거나. 옛날 얘기하고 싶어 했잖아.


전웅
-앗, 좋아!

동현이 잠시 누워 쉬는 동안 여러 잔을 비워낸 웅은 눈이 풀려 있었고 말을 할 때면 혀가 꼬였다.


김동현
-형은 내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


전웅
-음, 동현이 잘생겼잖아. 얼굴도 좋았는데 네 성격도 되게 좋았어. 동현이는 형이 왜 좋았어?


김동현
-나 좋아해 줘서.


전웅
-어후, 순정남이네 동현이?

동현이 자신을 쓰다듬으려는 웅의 손길을 피하며 웃음 지었다.


김동현
-우리 첫 키스 언제였는지는 기억나?


전웅
-씁... 시간이 좀 지나서 정확히는 안 나는데, 동현이 자취방에서 술 마시다 내가 급발진하지 않았나?


김동현
-잘 아네, 형이 알쓰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는데.


전웅
-나는 막 즐기고 동현이는 절제해서 그렇지 알쓰는 아니야!


김동현
-그렇다 쳐도 못 마시는 건 사실이잖아요.

동현의 얄미운 웃음에 웅이 그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김동현
-아, 뭐해요!


전웅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거칠수록 조용해지던 웅이 시계를 보더니 몸을 일으켰다.

웅이 썬 배드를 둘러싼 커튼을 치더니 동현의 무릎 위에 앉았다.


전웅
-11시 24분인데, 어떡할까?

여전히 축축한 옷이 맨살에 닿아 차가웠다. 웅이 동현의 목에 팔을 감고는 더 가까이 다가갔다.


김동현
-뭐가요?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한 동현이 등 받침에 완전히 몸을 기댔다.


전웅
-내가 계속 말했던 거.

웅이 잔에 남은 칵테일을 입안에 털어 넣고 동현과 입을 맞췄다. 동현의 입안에 지독한 향의 칵테일이 가득 찼고 목뒤로 넘기자 쓰라렸다.

전웅이 자신의 귀를 막아 선명하게 들리는 침 섞이는 소리와 훅 하고 밀려오는 술 냄새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를 밀어내려 해도 갑작스레 몰려온 취기에 의해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김동현
-형, 흡. 웅이 형. 설마 여기서 할 생각이에요?


전웅
-밖에 음악소리 커서 소리 안 들려, 네가 밑에 깔려서 어떤 소리를 흘리든 간에.

웅이 동현의 몸에 달라붙은 수영복을 위로 올렸다.


김동현
-지금 이러면 후회 안 해요? 형, 나 안 사랑하잖아.

동현의 옷을 올리던 손이 잠시 멈칫했다. 타락한 천사 같은 웃음을 짓는 웅을 보며 동현의 감정이 북받쳤다.

애써 조각해 놓은 듯한 표정을 한 채 정적이 돌았다. 동현은 자신의 말을 후회했지만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임을 알았다.


김동현
-우리 후회하지 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