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트로피컬 미드나잇

#08_한 여름밤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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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우리 후회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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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무슨 소리야, 동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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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우리 서로 안 사랑해. 형도 느끼잖아. 미련이야.

동현이 감정을 가득 담았지만 덤덤하게 풀어낸 말에 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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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웅이 형, 과장 조금 보태서 우리 지금 몸만 사랑하는 것 같아. 정신이 사랑할수록 아프기만 해. 우리 후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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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뭘 자꾸 후회하지 말자는 거야. 응?

웅의 떨리는 손이 동현의 얼굴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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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형은 날 못 잊었어, 근데 사랑하지는 않아. 이젠 없으면서 과거의 감정 붙잡으면서 거기에 갇혀있는 것 같아. 아니면 반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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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난 동현이 좋아하고 사랑해. 뭐라고 해도 반박 못할 사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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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진실되게 말해요. 형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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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나 전웅은 김동현 사랑해. 진심이야. 갑자기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나는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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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형은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 형이 앗아간 내 사랑에. 내 사랑을 향한 죄책감을 덜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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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나랑 하기 싫은 거면 그냥 말해줘, 이런 식으로 상처 주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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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래, 내가 만약 하기 싫은 거라고 쳐. 근데 형 내일 아침에 눈 떠서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또 밤을 보내고.

웅의 손이 동현의 입을 틀어막았다. 전에는 본 적 없던 날카로우면서도 애처로운 눈빛이 동현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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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그냥. 그냥 나 좀 사랑해 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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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형은 날 사랑하지 않잖아. 지금 사랑에 목 말랐어? 근데 어떡해. 내 복수가 통하지 않을 사람한테 줄 사랑 따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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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형이 날 사랑해봐. 날 무너뜨리든 내 복수가 끝을 보든. 그까짓 사랑, 받아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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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기껏해야 받을 수 있는 게 그까짓 사랑이야? 난 네 사랑이 제일 중요하고 고귀해. 찌꺼기처럼 남아 버려지는 거 말고 네가 가장 아끼는 마음을 줘.

또다시 어두운 정적이 흘렀다. 엉망으로 뒤엉킨 사랑에 두 사람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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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미련이야, 우리 둘 중 사랑하는 건 나밖에 없어. 불순하고 순수해. 나는 형을 원하고 형은 내가 사과를 받길 원해. 웃겨 진짜. 미친 거야.

동현의 눈에서 스르륵 새어 나온 눈물이 얼굴을 타고 목에 닿았다. 동시에 눈을 피하려 고개를 돌린 탓에 눈물은 더 확실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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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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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우리 다시 사랑해보자, 여기서 더 깨끗하게 잊고 다시 사랑해. 누가 먼저 사랑을 불태우든 진심에 따르는 거야.

웅이 눈물로 축축하게 젖은 눈 바로 아래에 짧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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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형 멍청이인 거 알지? 형 잊고 있어, 내가 다시 동현이 사랑해서 불태울게.

동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허리를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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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빨리 불타고 빨리 식네. 미친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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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우린 애증의 상징이며 잘못된 사랑의 사례 중 하나야. 우린 그래, 동현아.

웅이 동현의 위에서 일어나더니 팔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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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안아줘.

천천히 몸을 일으킨 동현이 웅을 품 안에 따듯하게 가뒀다. 신나는 멜로디를 가진 채 수영장을 떠다니는 음악과는 상반된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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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사랑해요. 온전히 내 감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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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미안했어. 널 사랑해서 올게. 동현이가 나한테 어떤 복수를 해도 다 받아낼게. 꼭 다시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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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형은 진짜 끝까지 최악이네. 난 병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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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형이 다 미안해.

꿈을 꾸듯 빠르게 여름 밤이 지나가고 동현은 웅을 잊으려, 웅은 다시금 동현을 사랑하려 애썼다.

웅은 사랑을 닮아있던 감정을 원망하며 동현을 떠올렸다. 동현은 사랑을 원망하며 웅을 떠올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