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트로피컬 미드나잇
#10_내가 아는 형은 1



김동현
-허, 멍청아. 진작 그랬어야지. 나 사랑하겠다며 옆에 안 두는 건 무슨 미친 짓이래?

동현이 그의 얼굴에 바닷물을 촥 뿌렸다. 눈을 얇게 휘며 좋아라 웃었다.

지퍼를 경쾌하게 올려 직 소리가 났다. 동현은 그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바다를 걸어 나왔다.


전웅
-동현아, 형이 생각해 봤는데. 육체적 사랑도 사랑 아닐까?


김동현
-그럼 3년 전 그 새끼도 엄청 사랑했겠네요.

둘의 발걸음이 모래 위에 그대로 찍혔다. 샌들 위로 넘쳐 올라오는 모래의 열기가 상당히 뜨거워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전웅
-아이, 걔는 다르지. 애초에 누군지도 잘 모르는데.


김동현
-그 일에 관해 내가 더 서운했던 이유는 알아요?


전웅
-음, 곧 기념일이었어서?


김동현
-아니. 며칠 전에 잤었잖아. 내가 그렇게 부족했나.


전웅
-아냐, 아냐. 그땐 그냥 내가 미쳤었어.


김동현
-이미 지났는데 뭘 어째.

동현이 웅의 어깨 위에 팔을 둘렀다.


김동현
-생각해 보면 우리 서로 서로 꼬셔야겠네. 나는 형이 날 사랑하게, 형은 내가 푹 빠질 수 있게.


전웅
-난 뭐 가만히 있어도 네가 알아서 빠질 것 같은데.

재수 없고 근거 없지만 사실인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김동현
-형 밥 먹었어?


전웅
-아직.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웅이 동현의 목에 짧게 입을 맞췄다. 놀란 동현이 화들짝 뒷걸음질 치며 목을 손으로 가렸다.


김동현
-뭐, 뭐해요! 우리 안 사귀잖아.


전웅
-요즘 애들 안 사귈 때도 키스하고 다 한다더라.


김동현
-그래도 누가 목에 뽀뽀를 해요!


전웅
-맛있는 거 먹자길래.


김동현
-윽, 언어 능력에 무슨 문제 생겼어요? 그딴 말도 내뱉고. 그리고 밥 먹을 때 그 꼴로 먹을 거 아니잖아요.


전웅
-그건 그렇네. 방 먼저 들리자.

동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목에 얼굴을 비볐다.


김동현
-간지럽게 하지 마.


전웅
-싫은데?


김동현
-하... 그래라.

귀를 스치는 머리카락이 간지럽게 느껴졌다. 이 형은 내가 더 복잡해질 거 알면서 왜 이러는 건가, 전웅은 항상 김동현의 예상 밖이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샤워기의 물을 끄고 머리만 빼꼼 내밀었다.

-형, 나 동현이.


전웅
-엉, 잠시만.

아직 몸에서 물이 뚝뚝 흐르는 상태에서 하반신에 수건을 두른 채 문을 열어주었다.


김동현
-다 준비했.


전웅
-응? 아직.

귀는 샛붉어지고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웅은 그런 동현의 반응을 보며 귀엽다는 듯 웃음 지었다.


김동현
-기다리라고 하지, 하, 진짜.


전웅
-어떻게 밖에 멍하니 세워둬. 앉아 있어. 마저 씻고 나올게.

그는 다시 욕실 안으로 들어갔고 동현은 놀란 심장 추스르며 침대 끄트머리에 앉았다.

괜히 웅이 씻는 걸 기다리고 있자니 옛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젠 그러면 안 되지만 심장이 크게 뛰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잠시 후, 웅이 또다시 하반신에 수건만 두른 채로 욕실을 나왔다.

다시 얼어붙은 동현이 뚝딱 거리며 부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전웅
-왜 또 얼었냐?


김동현
-옷 좀 입고 나오면 안 돼요? 민망하게시리.


전웅
-옷이 다 밖에 있는데 어째.

웅이 날티나게 웃으며 머리카락을 털었다.


김동현
-속옷은 입었죠?


전웅
-맞혀봐.

동현이 허리를 숙이며 마른 세수를 했다.


김동현
-눈 가리고 있을 테니까 빨리 옷 좀 입어요. 밥 먹으러 가야지.


전웅
-딱히 서두를 필요는 없잖아? 시간도 좀 애매하고.

웅이 동현의 손을 낚아채더니 눈을 맞췄다. 눈을 크게 뜬 채 당황한 동현은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놀란 동현의 무릎 위에 앉은 웅이 동현의 목에 팔을 감았다.


전웅
-형 어때?


김동현
-...예뻐요.

숨도 꾹꾹 참아가며 긴장을 다스렸다.


전웅
-한 번 하고 갈까? 어떻게 생각해.


김동현
-형 하고 싶으면 하는 건데 갑자기 왜 그래요?


전웅
-그냥. 이렇게 하면 내가 설렐까 싶어서.

부드러운 맨살이 그대로 닿자 부끄러움이 최고조에 달한 동현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전웅
-마이동, 형 설레게 해봐.


김동현
-내가 형을 어떻게 설레게 해요.


전웅
-어떻게든.

동현이 팔로 몸을 지탱하더니 천천히 침대에 몸을 맡겼다. 반면 여전히 무릎 위에 앉은 웅은 그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김동현
-근데 내가 형 설레게 하면 뭐해줄 건데?


전웅
-음, 칭찬의 뽀뽀?


김동현
-웃기네.

그러면서도 동현은 웅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얼굴 바로 앞에 갖다 댔다.


김동현
-형은 어떻게 하면 설레?


전웅
-글쎄. 어떨 것 같은데?


김동현
-내가 아는 형은.

동현이 웅의 손을 잡고 자신의 볼을 감쌌다. 그러고는 살짝의 거리를 둔 뒤 똑바로 눈을 맞췄다.


김동현
-그냥 이대로 도망 갈래요? 난 그럴 수 있을 만큼 형 좋아졌거든.

동현은 예전에나 볼 수 있었던, 지나치게 환한 미소를 한 채였다.


전웅
-내가 졌네. 어떻게 몇 년 전에 한 말을 기억하고 있어.

웅의 얼굴을 감싸 쥐고 표정을 보자 은은하게 붉어진 얼굴과 잔잔한 미소가 벚꽃을 연상시켰다.


김동현
-형도 기억하고 있으면서.

동현이 몸을 일으켜 웅을 꽉 끌어안았다. 웅도 동현의 어깨에 턱을 대고 웃음 지었다.


김동현
-내가 아는 형은 옛 추억에 정말 정말 약한 사람이거든.

오래간만에 평화로운 분위기에 젖을 무렵 갑자기 웅이 하반신에 둘러놓은 수건이 흘러 내려갔다.


김동현
-어? 속옷, 속옷 입었지?

수건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불안해진 동현이 천장을 본 채 물었다.


전웅
-동현아, 눈 감아라.


김동현
-아이 미친 새끼가.

웅이 그의 눈을 가리며 뒤로 밀자 동현은 몸을 뒤집어 얼굴을 처박았다.

어이없는 상황에 목 놓아 크게 웃었다. 잠시라도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이 아련함과 행복함이 섞여 공기마저 포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