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트로피컬 미드나잇

#11_내가 아는 형은 2

수업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달리는 나에게 형은 그날도 옆으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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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동현아!

형은 나에게 호의 또는 흑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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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동현아 동현아. 형이랑 사귈래?

다만 심히 당돌했고 유별났다. 나에게 전웅은 그저 재수를 해서 나와 같은 학번인 1살 형이었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인생에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강의실에 도착해 자고 있던 날 깨워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을 시작으로. 눈에 보인다 싶으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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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죄송해요, 수업 시작이 얼마 안 남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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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아 정말? 뭐 듣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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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교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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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형돈데!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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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뇨, 저 동기들이랑 만나기로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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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너 3분 안에 2km의 거리를 뛰어갈 자신 있어? 우리 이배덕 교수님 출석 깐깐하신데. 동기들 버리지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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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하하, 이제 1.5km 정도밖에 안 남았는걸요.

형은 어떻게든 떨어뜨리려 악착같이 달려도 그 짧둥한 다리로 징그럽게 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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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내가 이기면 나랑 결혼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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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이건 경기도 아니고 결혼을 왜 해요!

다소 살벌한 추격전을 하며 사랑놀이를 한 결과 지각은 했지만 교수님이 더 지각을 하며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형은 교양 수업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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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선배 진짜 어이없는 거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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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동현이 지각 안 하게 도왔으니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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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무슨 수업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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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애초에 오전 강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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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럼 왜 여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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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친구랑 약속도 있는 김에 너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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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미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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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왜애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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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니에요, 오후 강의 열심히 들으세요.

매정하게 굴어야 떨어져 나갈까 다른 사람 대하듯이 대해주지 않았다. 아마 그때부터 특별해지기 시작했겠지.

유일하게 다른 대우를 받는 것 자체에서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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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졸지 말고 수업 열심히 들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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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네, 그리고 수업 끝나면 같이 밥 먹어요.

겨우 한 마디에 형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힘차게 고개를 위아래로 저었다. 참 바보 같은 사람이었다.

.

지루했던 수업을 끝내고 강의실 밖에 나오자 벽에 등을 기댄 채 핸드폰을 하는 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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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쭉 기다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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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응, 어차피 할 짓도 없고. 뭐 먹으러 갈까? 배고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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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선배. 그전에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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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음, 사귀자?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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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래요.

솔직히 말하자면 순수한 의도의 사랑은 아니었다. 그냥 거짓된 마음으로 한 번 사랑해 준 뒤 버려서 걸리적 거리는 형을 치우려는 의도였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잘못 이해했나 고민하던 형은 내가 웃으며 먹고 싶은 걸 말하라는 행동을 취하고 나서야 배시시 웃었다.

그렇게 금방 깨질 것 같던 연애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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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오오오, 동현이 자취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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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네, 손 씻고 슬리퍼 신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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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게인데 결벽증이네. 진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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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이상한 소리 하지 마요.

뭐만 하면 좋다, 진짜 좋다. 그런데도 좋다는 말이 또 진심이라서 어이없어 웃기만 했다.

한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연애가 벌써 2달째에 접어들었다. 형은 사귀기 전보다 더 시끄러웠고 훨씬 더 사랑스러웠다.

결국 반했다는 뜻이다. 웅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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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동혀나, 형 여기서 자고 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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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바닥에서 자요. 소파도 없고 침대는 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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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원래 손님을 침대에서 재우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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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싫으면 나가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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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너 진짜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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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술은 몇 개 빼고 냉장고에 넣어줘요, 치킨 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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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응! 좋다.

대화의 흐름조차 바보바보함이 묻어나는 사랑을 했다. 자취방의 첫 손님, 그게 형이라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감정을 가졌다.

오로지 한 사람만 있을 공간이었던 지라 바닥에 술판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불편하게 쪼그려 앉은 나를 본 형은 핸드폰을 들더니 말도 없이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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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형, 왜 핸드폰만 봐? 치킨 안 와서 심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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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아니, 2인용 소파 좀 보려고. 식탁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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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돈 아깝게 그걸 왜 사. 어차피 한 명 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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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나 자주 올 거라서. 그리고 아무리 혼자 살아도 그렇지 어떻게 의자가 하나야? 식탁이랑 책상도 각각 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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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알았어. 의자 하나 더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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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애인 있는 사람 집같이 하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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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어어, 알겠어.

(그리고 며칠 뒤 의자 하나와 2인 용 작은 소파, 작은 간이 식탁이 집 앞으로 배송됐다.)

치킨은 곧 배달 왔고 형은 좋다고 춤을 쳐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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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어후, 얌전하게 좀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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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치킨 왔다!

그렇게 초라한 술판이 완전해지고 나서야 드디어 서로 주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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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형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긴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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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음, 알겠어요.

소소할지라도 애인과 하고 싶던 로망들을 하나하나 실현시켜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실실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