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트로피컬 미드나잇
#13_내가 아는 형은 4


나른한 오후, 세포 하나하나가 긴장을 푸는 토요일 이른 아침이었다.

아침 일찍, 잠이 다 깨기도 전에. 새벽 공기를 이기며 형의 집으로 걸어가 초인종이 고장난 형의 집 문을 두드렸다.

급하게 물만 툭툭 바른 티가 나는 형의 머리를 놀린 뒤 문에 등을 기대고 산뜻하게 입맞춤을 했다. 등과 맞닿은 차가운 문에 감각이 얼어붙는 듯했다.


전웅
-잘 잤어?


김동현
-응, 근데 졸려요.

좁은 품 안에 갇힌 채로 침대에 푹 감싸졌다. 보드라운 솜털이 간질거리는 볼에 얼굴을 대고 형만의 향을 들이켰다.

별 목적도 없이 만나 사랑하고 햇살에 살이 탈까 커튼을 쳐주고. 그 짧은 잠에도 악몽을 꿔 꾸물대는 형을 꽉 끌어안아 조심스레 깨어나게 했다.

그러다 다시 잠들면 뒤척이는 서로 때문에 깨어나 작게 투닥였다. 행복이 기본으로 공기 중에 섞여 있던 평범한 날이었다.


전웅
-자라.


김동현
-형이 뒤척이니까 못 자는 거잖아요.


전웅
-그럼 자지 말던가.


김동현
-악몽이나 꾸지 말던가요.


전웅
-그래서 네가 안아주러 온 거 아냐?


김동현
-형은 너무 아는 게 많아요.

딱딱하고 차가운 문과 누군가의 손가락 마디가 부딫치는 소리.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김동현
-응? 내가 보고 올게요.


전웅
-어? 동현아. 잠깐만.

이불에 폭 감싸져 있던 형 대신 일어나 별 생각 없이 문 앞으로 걸어갔다. 기껏 해봐야 택배겠지. 현관을 2걸음 남겨놓은 채였다.

문 손잡이를 돌리지 않았음에도 문이 열렸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와 함께 마주한 건 차가운 얼굴을 한 형의 부모, 형의 어머니였다.


전웅
-마음대로 오시지 말라고 했잖아요.

형은 다급한 손길로 나의 어깨를 잡아당겨 자신의 뒤에 숨겼다. 영문도 모르는 당황스러운 상황 탓에 멍하니 손에 이끌렸다.

원망과 두려움. 어찌 보면 화가 난 형의 눈에 담긴 건 그런 감정이었다. 그런 눈에 나는 담기지 않았다. 바로 앞에 있는 형의 어머니가 담겼다.


전웅
-왜 오셨어요?

웅의 어머니
-아들 보러도 못 오니? 잠시 얼굴 보러 왔다.


전웅
-글쎄요.

웅의 어머니
-뒤에는, 친구?


김동현
-아, 안녕하세요. 웅이 형….


전웅
-굳이 알려고 하지 마요.

형이 뒤로 손을 뻗어 나의 손을 꼭 잡았다. 덜덜 떨리는 손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형은 나를 보호하려 한다는 것.

앞에 있는 어머니란 사람은 아직까지는 알지 못하는 이유로 형의 적이 되었다는 것.

웅의 어머니
-숨기는 거 보니 애인인가 보네, 너 아직도 아무거나 좋아하는 버릇 못 고쳤어?


전웅
-아무거나라고 하지 마세요. 그따위로 취급될 사람 아니니까.

웅의 어머니
-가족보다도 남자 하나한테 더 퍼주는데 어떻게 예쁘게 보겠어? 그리고 집안 쪽팔리게 좀 평범한 사랑은 왜 안 하는데?


전웅
-어머니가 바라셔서 돈 많은 집 여자들이랑 소개팅도 다 하고 온갖 구애도 다 했어요. 그랬는데 내가 내 사랑도 못해요?

웅의 어머니
-너한테는 그게 유일한 성공의 길이야. 그리고 그런 만남도 얼마나 어렵게 잡은 건데 뻥뻥 차고 다니니?

귀가 먹먹했다. 들어도 되는 걸까 싶은 내용이 수차례 오갔다.

첫 번째, 형의 어머니는 돈 많은 사람을 꼬셔 결혼한 뒤 돈을 빨아먹는 거라고 배웠으며 그걸 형에게도 고스란히 가르쳤다고 한다.

두 번째, 형은 매번 소위 말하는 부잣집 아가씨들을 꼬시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세 번째, 형의 부모는 형에게 돈을 요구하고 형은 그로 인해 평생을 괴롭게 살았다.


김동현
-...나가요.

웅의 어머니
-응, 뭐하고 했니?

악에 받친 형이 손을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손에는 상처가 나 피가 서서히 새어 나오려 했다. 그런 형의 손을 바르게 고쳐 잡고 형의 어머니에게 소리쳤다.


김동현
-나가시라고요. 여기는, 여기는 우리 집이고... 형이 싫다잖아요. 그만하세요.

웅의 어머니
-우리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빠졌으면 하는데?


김동현
-모르는데, 모르긴 하는데 형이 싫다잖아요.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그리고 부모라고 해도 자식 인생 그따위로 다룰 자격 없어요. 가세요.

목소리에 힘을 싣고 무섭다는 인상을 최대한 날카롭게 보이려 애썼다.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 형의 어머니는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만 남기 채 집을 떠났다.

드디어 집 안에 둘만 남자 형은 손을 놓고는 침대에 몸을 맡긴 채 한 마디를 내뱉었다.


전웅
-가.


김동현
-형.


전웅
-제발.

하려던 말마저 잘린 채 정적만 돌았다. 표정마저 볼 수 없게 얼굴은 손으로 덮여있었다.


김동현
-나중에, 꼭 연락해요. 기다릴게. 괜찮아지면 바로 올게요. 응? 형.


전웅
-...

대답은 듣지 못한 채 형의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난 후에도 처참하게 망가진 형의 모습은 떠나지 않고 눈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 형에게서 헤어지자는 문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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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해요🌸 월요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