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트로피컬 미드나잇
#15_널 조금은 사랑하는 것 같다고.


아무튼 그렇게 미친 사랑을 했고, 웅의 부모님에게는 살갑게 대하며 겨우겨우 연애를 승낙 받았었다.

동현은 나름 웅의 진실한 사랑이자 부모와의 관계를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준 게 자신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두고 '원나잇'을 해 헤어지게 한 전웅, 지금 자신의 무릎 아래서 머리 말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웅에게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했다.


김동현
-이제 머리 말릴게요.


전웅
-응!

머리카락을 턴답시고 뒤통수를 몇 번 갈궜으며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이따금씩 손에 묻어 나왔다.

나름 원망을 풀고 있었고 웅은 손길을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원래 이렇게 험했나, 과거를 떠올렸다.


전웅
-형 뒤통수가 얼얼해.


김동현
-뜨거워서 그런가 봐요.

짧은 머리카락은 금세 말랐고 웅은 동현의 품에 폭 안겼다.


김동현
-형 갑자기 궁금한 건데, 부모님 잘 계셔?


전웅
-엄마 아빠? 잘 지내셔. 종종 선 자리 보내기는 하시는데 그냥 일반 부모 같아.


김동현
-다행이네.


전웅
-다 동현이 덕이지.


김동현
-알면 잘해요.

동현이 품에 담긴 웅의 등을 가볍게 쓸고는 몸을 일으켰다.


김동현
-밥 먹으러 가요, 조금 이른 저녁 겸 점심. 이따 배고프면 룸서비스 시켜 먹고.


전웅
-좋아, 랍스터 맛집 있다던데 갈래?


김동현
-그래, 가요.



김동현
-오, 사람 없다.


전웅
-역시 애매한 시간이 최고야.


김동현
-뭐 먹을래요? 랍스터랑 새우 게살 볶음밥?


전웅
-볶음밥 2개랑 랍스터 한 마리.


김동현
-응응.


전웅
-이따 저쪽 무대에서 공연한다더라, 보러 가자.


김동현
-그래요, 근데 아직 나 안 좋아하죠?


전웅
-벌써 사랑한다기엔 시간이 이르지 않아? 여전히 좋아해.


김동현
-진짜 싫다, 나만 사랑하잖아. 일방적인 거 별로예요.


전웅
-옛날 얘기하면 반할지도 모르지?


김동현
-지금의 나한테 반하는 건 못해?

동현이 괜스레 과장하며 서운한 표정을 짓자 웅이 당황한 채 손사래를 쳤다.


전웅
-아냐아냐! 그냥 감정만 다시 되새기는 거지.


김동현
-글쎄다?


전웅
-아이, 왜 그래.


김동현
-장난이죠, 음식 나왔다.

동현은 음식이 테이블 위에 올려지자마자 한 숟가락 퍼 웅의 입에 넣어주었다.


김동현
-그래서 뽀뽀는 언제 해줄 예정인데?


전웅
-웅? 이따 밤에.


김동현
-그러든가.


전웅
-기대돼?


김동현
-키스도 했구먼 뭘.


전웅
-흠? 기대해야 될 텐데. 어디에 한다고는 안 말했어.


김동현
-으, 이상한 소리 마요.


전웅
-참치마요.


김동현
-오, 개 별론데?

랍스터를 해체하던 동이 어이없게 웃으며 말했다.

웅은 민망한지 밝게 웃으며 얼굴을 가렸다.



김동현
-생각보다 웅장하게 하네?


전웅
-중간에 동현이한테 키스 갈겨도 안 들리겠다.


김동현
-웃기네요.

동현이 웅의 이마를 치며 뒤로 밀어냈다.

웅은 동현이 미는 대로 밀렸지만 손을 꼭 붙잡고 손바닥 위에 짧은 입맞춤을 했다.


전웅
-진심이야.


김동현
-한다 해도 사람들 안 볼 때 해요.

동현이 앞뒤로 가득 찬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웅은 싱긋 웃으며 대꾸했지만 시끄럽게 깔린 음악소리에 들리지 않았다.


전웅
-이 남자가 내 남자다 알리고 싶은데? 보라카이까지 와서 뭘 걱정하는 거야. 이제 널 조금은 사랑하는 것 같아, 그 감정을 전할 거야.


김동현
-응? 다시 말해줘요.

동현이 귀를 갖다 대자 웅이 가볍게 속삭였다.


전웅
-널 조금은 사랑하는 것 같다고.

단 2초의 눈 맞춤 뒤 웅은 동현의 머리를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았다.

쿵, 쿵. 같은 박자로 심장이 뜀이 전해졌다.


전웅
-지금 못한 키스는 이따 할 거야. 기억해.


김동현
-응, 기억할게.

음악소리는 무엇보다 컸고 사람들의 함성은 시끄러웠지만 동현에게 남은 건 사랑이 담긴 웅의 심장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