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트로피컬 미드나잇

#16_온전히 서로에게 미친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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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니, 이거 보자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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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이런 마이너 장르 아직도 좋아해? 평점도 낮은데 이거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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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내가, 정말 재밌다고 보장해요. 정말.

30분간 영화를 고르던 긴 토론 끝에, 동현이 선택한 영화를 보게 됐다.

그리고 30분 뒤에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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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재밌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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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안 봤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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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네가 재밌으니까 꼭 보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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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미안해요.

뿔이 난 웅에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하고는 손을 만지작거렸다.

웅은 금세 녹아내려 몽글몽글 해졌고 품 안에 폭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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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아직도 영화 자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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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당연하지. 시간 날 때마다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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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어후, 여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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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형은 회사일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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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인턴하고 잘리고 인턴하고 잘리고 반복이라 뭐라 할 말은 없어. 근데 사람들 진짜 지랄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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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이고, 힘들겠다.

동현이 웅의 목을 어루만지며 토닥였다. 웅은 편안하게 숨을 내뱉으며 그의 손과 깍지를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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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형, 바다 봐봐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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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되게 잘 보인다.

웅이 환하게 표정을 피더니 몸을 일으켰다.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바다에 시선을 고정하곤 동현도 옆으로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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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바다 보러 내려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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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글쎄, 지금이 더 좋아.

웅이 동현의 볼에 눈을 부볐다. 간질거리며 스치는 속눈썹에 동현이 그를 다정하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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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럼 더 잘 보이게 불 끌게요.

불이 꺼진 뒤에 둘은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바다에 시선을 고정했다.

웅이 다리를 뻗어 창을 열자 베란다에 머물던 바다향이 한 번에 훅 끼쳐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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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예전에 강릉 바다 보러 갔을 때 생각난다, 그때 진짜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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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너 그때 미쳐서는 나랑 도망치겠다고 무작정 데리고 간 거였잖아. 진짜 뜬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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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니, 형 씻는 거 기다리다가 무심코 문자 온 거 봤는데 선 자리 번호 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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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다 무시한다는 건 모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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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는데,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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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나 좀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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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결과가 뭐였는데? 내 남자가 다른 남자랑 구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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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그러니까 이제부터. 이젠 난 안 그러니까. 나는 너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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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하는 거 봐서요.

바람이 쏟아져 들어오자 창문 바로 앞에 있는 동현의 머리칼을 쓸었다. 눈을 찡그리며 웅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아직 선명하게 머문 샴푸 향이 진하게 끼어들었다.

추억에 젖어 반했다 정도의 상태, 지금의 전웅에게 큰 타격이 된 상황이었다.

푸른색 향과 동현의 향이 섞여 몽롱한 향, 과거와 겹쳐지는 지금의 기억.

웅은 볼이 붉어진 채 얼굴을 갖다 대 입술 바로 옆에 짧은 입맞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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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헉,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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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너한테 되게 오랜만에 빠져본다. 미쳤나 봐. 역시 더 빠질 곳이 있어야 돼.

사랑에 발끝을 담갔던 웅이 이제는 하반신을 모두 담아버렸다. 동현은 웅의 어깨에 얼굴을 박고 조심히 몸을 어루만졌다. 조금씩 조금씩 꽉 끌어안으며 놓아주지 않을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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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너무 좋아. 형 얼굴이 뜨거워. 진짜 좋다고.

동현의 손이 덮은 볼에는 뜨끈하게 느껴질 온도가 머물렀다.

그리고 웅은 아까 전 바다에서 약속한 키스를 그의 입에 맞췄다.

낭만적으로 꺼진 불, 바닷바람, 온전히 서로에게 미친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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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나 진짜 조금만 선 넘어도 돼? 미쳐서 그래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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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다 넘어.

웅이 살며시 동현의 배 위에 앉았다. 귀와 볼이 빨개진 둘은 민망함에 웃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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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안되겠다, 지금 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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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러니까 해야지.

웅은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동현이 입은 파자마의 단추를 아래에서 위로 하나씩 풀어헤쳤다.

다시금 얼굴을 마주한 채 부스스 웃음 짓고 사랑을 확인하고. 밤을 보내고 한여름 밤 속에서 사랑을 하고.

점점 방 안에 들어차는 바닷바람만큼 서로를 향한 사랑이 손쓸 새 없이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