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트로피컬 미드나잇
#17_형은 진짜 나랑 결혼해야 돼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느껴지는 체취가 동현의 것이라는 것에 행복하게 눈을 뜬 웅이 그를 쳐다봤다.


전웅
-뭐야 씨, 왜 눈 뜨고 있어 무섭게.


김동현
-깨있는데 어떡해요 그럼.

동현은 웅이 깨어난 것을 확인한 뒤 팔베개를 스르륵 빼냈다.


김동현
-팔에 감각이 없어.


전웅
-헐, 빨리 좀 빼내지.

웅은 몸을 뒤집고 동현의 팔을 주물대기 시작했다.


김동현
-형 몸 따뜻해서 좋다.

동현은 팔을 주물대던 웅이 움직이지 못하게 힘을 줘 끌어안았다.


전웅
-벗고 있으니까 뭐 따뜻하겠지.


김동현
-그게 아니어도, 인형 같아.


전웅
-×스 토이?


김동현
-왜 삐뚤어졌어, 그런 거 아니라는 거 알잖아.


전웅
-반휘웅됨.


김동현
-허, 진짜 웃긴다.

동현은 웅을 밀쳐내며 침대 밑으로 떨어진 옷을 주워 입었다.


전웅
-형 옷도 줘어.


김동현
-알아서 주워 입어요.


전웅
-추워.


김동현
-어? 잠깐만.

가벼이 여길 수 있는 말이었지만 불길한 예감이 든 동현은 그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김동현
-어쩐지 따뜻하더라니, 형 감기야?


전웅
-모르겠어, 근데 좀 아파.


김동현
-그게 감기지, 약국에서 약 사 올게. 기다려.

동현이 급하게 옷을 챙겨 입고 나간 뒤 웅은 일주일 남은 여행이 감기로 끝나는 건 아닌지 머리를 싸맸다.


전웅
-왜 아프고 난리야, 전웅 짜증 나.

.

..

금방 돌아온 동현의 몸에 땀방울이 흥건했다. 태양빛을 모두 가둬놨는지 웅보다도 온도가 높았다.


김동현
-일단 체온 확실하게 봐야 되니까 온도계 사 왔어요.

동현이 그의 체온을 재며 축 늘어진 손을 잡고 토닥였다.


김동현
-38도, 어떡해. 이불 내려. 미련 맞게 그걸 왜 덮고 있어.


전웅
-형 너무 추워.


김동현
-얼음 물에 던져버리기 전에 말 들어.

이불을 벗겨내자 몸을 둥글게 말고 팔을 감쌌다.


김동현
-... 기다려요.

웅은 동현이 건네는 대로 해열제를 먹고 다시 침대에 퍼졌다.


전웅
-피가 언 것 같아.


김동현
-피는 안 얼어, 형.

동현은 냉동실을 뒤적거리더니 얼음팩 하나를 꺼내가지고 왔다.

얼음팩을 본 웅은 기겁을 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전웅
-나 진짜 추워, 그거 대면 미워할 거야.


김동현
-안 댈 거야.

동현이 침대 끝에 걸터앉아 얼음팩으로 손을 식혔다.

웅은 눈을 감은 채로 숨을 색색댔고 온도는 여전히 식는 방법을 몰랐다.


김동현
-형 진짜 나랑 결혼해야 된다.

얼음으로 차게 식힌 손을 이마에 갖다 대자 웅이 놀라며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전웅
-그래야겠다.


김동현
-옷도 몰래 주워 입지 말고 있어. 식혀줘야 되니까.


전웅
-사심 채우는 건 아니고?


김동현
-난 형 같지 않아.


전웅
-손 시리면 그만해.


김동현
-그럴 예정이야.


전웅
-나빴어.


김동현
-말하지 마요, 얼굴 식히잖아.

동현은 차갑게 식힌 손으로 머리와 목, 팔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웅은 시원한 감각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고 동현은 이를 아니꼽게 보며 배를 한 대 때렸다.


전웅
-왜 때리냐?


김동현
-얄밉잖아.


전웅
-웃긴다, 너. 근데 너는 왜 감기 안 왔지? 몸 구석구석이 다 닿았을 텐데.


김동현
-곧 올지도 모르지. 나 챙겨줘야 돼?


전웅
-얼음 물에 던질 거야.


김동현
-손절이야 그땐.


전웅
-아프지 말라고 그러니까.


김동현
-형이나.


전웅
-아프지 말라고 예쁘게 좀 말 못 해?


김동현
-아프지 마.


전웅
-영혼.

동현이 한숨을 뱉은 후 가볍게 말하자 웅이 그의 얼굴을 움켜쥐며 단호하게 말했다.

얼굴이 한 손에 붙잡힌 그는 얼굴을 들이밀어 짧게 입을 맞췄다.


김동현
-나 속상해, 아프지 마.


전웅
-감기 옮는다? 멍청이.


김동현
-옮으라 해, 형이랑 붙어있게.

웅의 이마 위에 아이스팩을 올린 그가 팔을 베고 누웠다.


김동현
-형은 진짜 나랑 결혼해야 돼, 알겠지?


전웅
-알겠어, 그래. 손으로 열 식혀주는 애가 어딨겠냐.

서로의 등을 감싸 안고 점점 비슷해지는 체온을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