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트로피컬 미드나잇

#18_서로의 남자친구가 돼줄래?

형이 고백을 안 한다.

분명 내일 오후면 보라카이를 떠나는데, 게다가 지금은 오후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다. 감기가 다 나은 후 얼굴을 마주해도 별다를 것 없이 행동한다.

마음이 다시 죽었나, 그럼 나만 놀아난 꼴 아닌가.

복수를 사그라들게 하기 위해 좋아하는 척. 모든 것을 다시 앗아가버린 거라면. 정말 그렇게 놀아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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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시발.

-형, 내 방 와줘.

곧바로 문자를 보내자 1은 금방 사라졌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을 채우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동현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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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왜 불렀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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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보고 싶어서.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서 방 안으로 걸어가는 웅의 어깨에 얼굴을 박고 천천히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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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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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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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형이 잘라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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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응응, 누워있어.

동현은 침대에 누운 채로 웅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평소와 같지만 다른 동현의 행동에 괜히 신경 쓰이는 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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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왜 고백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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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할 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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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무슨 할 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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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니야.

웅과 눈이 마주친 뒤에야 동현은 시선을 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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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망고 먹자.

웅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가장 잘 익은 부분을 입에 넣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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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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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그치? 동현이 생각나서 사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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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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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 화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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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응? 아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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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기분 안 좋아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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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냐, 괜찮아.

괜히 입을 오물거리며 눈빛을 보냈지만 동현은 그마저도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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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어디 아프거나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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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진짜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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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나도 눈치는 있어.

웅이 그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애원하듯 말하자 동현은 목에 걸려있던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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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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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당연하지. 갑자기 그게 궁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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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럼 나 또 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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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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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왜 고백 안 해? 우리 몇 시간 뒤면 떠나. 그때까지가 내가 망상에서 살 마지막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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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동현아, 지금이 끝난다고 우리가 끝나는 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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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럼 난 또 언제까지 휘둘려? 기약도 없이.

몸을 일으킨 동현이 서러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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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하...

웅이라고 고민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함축적인 언어로 동현에게 마음을 전할 수 없어 한참을 고민하고 수십 번의 사랑을 고백했다.

미룬 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언어를 줄이다 보니 점차 줄어든 시간이 동현을 그렇게 초라하게 만들고 있을 줄은 알지 못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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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동현아.

그의 이름을 부르자 바람을 등진 채 웅을 쳐다봤다.

무명 감독이 만든 청춘 영화의 한 장면같이, 밤과 새벽의 사이, 12시. 열대의 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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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사랑해. 함축적인 언어로 말을 전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늦었어. 네가 평생 나한테만 휘둘리고 나도 너한테만 휘둘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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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서로가 서로의 사랑으로서 정의 내려질 수 있게 하고 싶어. 열대의 자정처럼 우리 사이에 피할 수 없는 사랑이 있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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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서로의 남자친구가 돼줄래?

달마저 구름 뒤에 숨어, 구름마저 어둠 속에 숨은 채 둘을 쳐다봤다.

동현의 눈 밑에 주홍색 선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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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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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응, 남자친구 해줘요. 사랑해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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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다시는 안 놓칠 거야. 미안해. 너무 늦었지만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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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난 이제 호구돼도 후회할 짓은 안 하련다. 안아줘요.

품 안에 잠겼다. 얼굴을 기대고 살며시 눈을 맞춘 뒤 포근한 입술을 맞댔다.

밤 12시, 새벽 12시. 뒤섞인 심장 소리를 들으며 3년간 뒤엉켰던 인연을 다시금 붙잡았다.

열대의 자정, Tropical Mid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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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까지 쪼매 남았어용)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