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진다
03. 그 선배도 날



이대휘
전 여기서 택시타고 갈게요!

대휘는 웅이와 우진이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 갔다. 웅이는 활짝 웃으며 대휘가 탄 택시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박우진
깨졌냐?


전웅
깼다


박우진
또 왜?


박우진
과한걸 요구했어?


전웅
아니


전웅
소용이 없더라고


박우진
뭐가?


전웅
여친이 있어도 벌레가 꼬여서


전웅
다 내 업보지 뭐


박우진
재수없는 ㅅㄲ

웅이가 우진이를 향해 피식 웃으며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전웅
내가 좀 재수가 없지


박우진
아까 그 선배가 고백했어?


전웅
키스했어


박우진
뭐??


박우진
미친...


전웅
뭐 내 입술 빼앗긴게 한둘이냐?

웅이 말대로 이번일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이 모든게 친절과 자신의 외모, 돈이라는걸 웅이는 모를리가 없었다. 그래도 남들에게 미움을 받는 건 싫기에 친절을 배풀고 다녔지만 모두에게 배푸는 그 친절을 멋대로 오해하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박우진
누구에게나 사랑받을려는 그 허무맹랑한 짓 그만해


박우진
이 일이 한둘이냐?


전웅
그래도.......


박우진
너가 남자랑 사귄다는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


박우진
계속 있을걸


전웅
그치......


박우진
그냥 너희 집가서 2차하자

웅이는 입술을 질근 깨물며 고민을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웅
잠깐


박우진
어?


전웅
방금....


전웅
방금 뭐라고 했어?


박우진
너희 집가서 2차하자고?


전웅
아니 그건 당연하고


박우진
?


전웅
그거 바로 앞말


박우진
내가 뭐라고 했지?


전웅
너가 남자랑 사귀기 전까지


박우진
아 그거였나?

우진이는 머리를 글쩍이며 '아무래도 취했나보다'라고 중얼거리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웅이를 휙 바라보았다


박우진
진심이야?


전웅
응. 진심이야


박우진
취했냐?


전웅
멀쩡해 놀랍게도


박우진
그럼 미친거냐?


전웅
왜? 괜찮은 생각 아니야?


박우진
넌 미쳤어


전웅
너가 한 말이거든


박우진
하........


박우진
그건 여기서 할말은 아닌거 같다


박우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맨정신으로 너의 그 방대한 계획은 못듣겠어


박우진
집에 술 있냐?


전웅
소주, 맥주, 양주, 막걸리


전웅
말만해


박우진
후우.......


박우진
난 와인


쇼파에 앉아있는 우진이에게 웅이가 와인잔과 치즈를 꺼내며 말했다


전웅
와인은 너 먹고싶은 걸로 꺼내


박우진
아씨 귀찮게

우진이는 와인과 맥주 한캔을 꺼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맥주 한캔을 그대로 쭉 들이켜 마셨다


박우진
후우.....

우진이가 맥주 한캔을 쭉 들이켜 마시는 동안 세팅을 끝낸 웅이가 우진이를 불렀다


전웅
야! 빨리 와

우진이는 새빨간 레드와인을 들고 웅이가 있는 거실로 걸어갔다


전웅
비싼건 알아가지고


박우진
자 지금 좀 취한거 같아

웅이는 살짝 붉어진 우진이의 볼과 풀린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웅
어 취한거같아


박우진
후......

우진이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마른 세수를 하는 동안 웅이는 우진이의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주었다.

웅이가 웅이의 와인잔에 와인을 따르려는 그 순간 우진이가 와인을 웅이에게서 가지고 간 후 와인을 따라주었다


박우진
너 정말 진심이야?

웅이는 아무말도 없이 와인잔을 빙글 돌렸다. 웅이가 돌린 그 방향으로 안에 들어있는 와인이 힘없이 회오리쳤다.

그 회오리가 멈출때쯤 웅이는 와인을 살짝 맛보고 입을 천천히 열었다


전웅
난 진심이야


전웅
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거든


박우진
난 미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데?


전웅
기발하지


박우진
돌았지


전웅
적어도 효과는 있을거 아니야


박우진
파장이 크겠지


박우진
감당할 수 있겠어?


전웅
해보지 뭐 그 까짓거


박우진
그럼 상대는?

웅이가 자리에 일어나 우진이 옆에 풀썩 앉고 우진이에게 안기며 말했다


전웅
우진아 나랑 사귈래?


전웅
내가 잘해줄게


박우진
아 꺼져

우진이는 자신에게 거머리처럼 붙은 웅이의 얼굴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전웅
나빴어


박우진
미쳤어?


전웅
아니 뭐만하면 미쳤대


박우진
뭐만 하면이 아니라


박우진
너가 하는 짓이 미쳤잖아


전웅
하긴 정상이 아닌데다가

웅이는 다시 일어나 원래자리로 돌아가 풀썩 앉고 다시 와인을 한모금 마셨다


전웅
넌 임자 있잖아

웅이의 그 말에 와인을 마시던 우진이가 사례가 걸렸다


박우진
켁켁켁

우진이는 목을 부여잡고 연신 기침을 했다. 그런 우진이를 보고 웅이는 태연하게 와인을 마시며 말했다


박우진
걘 아니야


전웅
난 누구라고 말 안했는데?


전웅
아까 그 귀여운 새내기 친구......


전웅
생각한거지! 크으

우진이는 웅이를 무섭게 노려보았지만 웅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전웅
그 친구가 졸업식 그 친구 아니야?


박우진
.........


박우진
왜 얘기가 그쪽으로 가?


전웅
아 몰라


전웅
진짜 내 사정 알고 날 보듬어줄 사람이 필요해


박우진
ㅈㄹ하고 자빠졌네


전웅
새내기 어때?


전웅
딱 괜찮을거 같아


박우진
미쳤어?


전웅
뭐야?


전웅
왜 화내?

마치 쇼파와 한몸이라도 된것처럼 축 늘어져있던 웅이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다시 고쳐앉았다


전웅
마음에 든거야?


전웅
아니지


전웅
이제 인정한거야?


전웅
너가 걔 좋아하는거


박우진
ㅇ...안좋아해!!


박우진
그냥 친했던 후배님 앞길 막고싶지 않다고


전웅
하긴 나도 새내기 건들 생각없어


전웅
떠본거야 한번


박우진
하........


박우진
그래서 널 좋아하는 남자는 어디서 찾게?


전웅
.........


전웅
좋아하는 남자 안 찾아


전웅
날 이용해줄 남자를 찾아야지


전웅
나도 그 사람도 서로를 이용하게


전웅
그래야 상대가 덜 억울하지 않겠어?


박우진
너 쓰레기다


전웅
알고 있어


박우진
그래서...... 사람은 정했고?


전웅
앞길을 막지 않으면서 날 최대한 이용가능할려면


전웅
이런거에 관심 안둘 사람이 좋겠지?


박우진
당연하지


전웅
.......동현선배


박우진
뭐?


전웅
선배한테 연락해야겠다


박우진
그 선배가 널 받아줄거 같아?


박우진
잘생각해


박우진
어쩌면 너 누군가를 비참하게 만들 수 있어


전웅
걱정마


전웅
그 선배면 돌려 말해도 안할게 분명하고


전웅
날 사랑할 일 따윈 안할거니깐


박우진
사실대로 말할거야?


전웅
응


전웅
그 편이 더 편하고


박우진
바로 말할거야?


전웅
아니지


전웅
그 선배가 필요할게 뭔지 내가 알아봐야지


전웅
그 선배도 날 이용할 수 있는 방법